대선 패배 원인?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 기간 내내 尹 놓지 못한 국힘도 문제
광장에 모인 숫자를 민심으로 오해
후보 교체 시도로 당 내홍 전 국민에 드러나
한덕수 추대도 적절치 않지만…
김문수 단일화 번복 이유도 밝혀야
부정선거 음모론 극복하고 보수 품격 되찾아야
김용태 개혁안엔 동의하나 9월 전대는 이르다
비대위 체제로 당 쇄신하고 계파 갈등 다스려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박해윤 기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6월 12일 ‘신동아’와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37세의 젊은 초선의원이 하기엔 다소 오만해 보이는 발언이다. 하지만 그의 지역구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 의원은 보수 험지에서 당선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24년 22대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 지역구에서 당선했다. 이 지역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땅이었다. 민평련 수장인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이곳에서 3선(15·16·17대)을 했고, 김 전 의장의 부인인 인재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뒤이어 3선(19·20·21)을 했다.
대선 패배의 원인은 윤석열
김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부터 도봉갑에 출마했다. 첫 선거에선 낙선했으나 이후 지역 당협위원장으로 2022년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했다. 구청장은 물론 구의원 중 과반을 국민의힘 출신으로 채웠다. 2년 뒤에는 직접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특히 2024년 22대 총선은 국민의힘이 대패한 선거였다. 그야말로 젊은 정치인의 쾌거였다.그에게 이번 대선 결과는 특히 뼈아프다. 열심히 일군 표밭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여론 지형이 2020년경으로 돌아간 것 같다”라며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표차를 언급했다. “21대 총선에서 낙선 당시 나와 인 전 의원의 표차는 1만2636표였는데, 이번 대선에서도 도봉갑 지역에서는 비슷한 표차가 나왔다”며 “2020년 이후 보수정당은 다양한 방법으로 쇄신을 도모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렸으나,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대선 승리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의미인가.
“이번 선거 패배의 원인은 윤 전 대통령의 실책이다. 다만 실책 이후의 상황을 본다면 국민의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의 패착은 무엇이었나.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할 기회가 수차례 있었는데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탄핵 반대 집회를 벌이며 결별을 거부했다.
“광장에 나온 분들의 마음은 이해가 된다. 이들에겐 ‘적폐 청산’이라는 트라우마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는 그야말로 궤멸됐다. 이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보수정당 지지자들의 불안이 터져 나온 것이다.”
탄핵 반대 시위 열기로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끊어내지 못한 것 아닐까.
“보수정당 지지자들은 시위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당은 중도층 표심 파악에 힘써야 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앞질렀다. 국민 대다수가 이미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이었다.”
탄핵 반대 시위 열기가 고조되자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기도 했다.
“광장의 목소리를 민심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1987년 대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두 연설을 벌이면서 100만 명이 모였다. 그런데도 대선에는 패배했다. 광장은 지지층을 결집할 수는 있으나, 국민의 지지를 얻는 없는 공간은 아니다.”

4월 4일 오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한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가 오열하고 있다. 동아DB
후보 교체 파동, 반드시 진상 규명해야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은 과반 득표(49.42%)에 실패했다. 일부 중도층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닐까.“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기보다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비토 정서가 낳은 결과라 본다. 국민의힘이 이 결과를 보고 ‘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이야기해선 안 된다. 국민의힘(41.15%)에 표를 준 유권자들은 당이 내세운 후보나 당의 정책에 투표한 것이 아니다. 단지 이 대통령에 대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번 대선은 잘 못 싸워서 크게 진 선거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선거 말미 ‘골든크로스’가 있을 것이라며 역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근거 없는 낙관이었다. 이번 대선은 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시작부터 불리한 형국이었다. 이를 뒤집으려면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 당내 내홍 종식이 함께 이뤄졌어야 했으나 전부 실패했다.”
윤 전 대통령은 5월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탈당은 했지만 결별은 하지 못했다.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탈당 반대 메시지를 내는 일도 있었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김 전 장관이 당내 경선을 통과했지만, 당시 당 지도부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후보 교체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내홍이 온 국민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덕수 전 총리로 후보 교체 시도가 성공했다면 승산이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좋다는 이유로 한 전 총리를 추대하려 했는데 득보다 실이 많은 시도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한 전 총리가 출마하면 국민의힘은 자가당착에 빠진다. 민주당이 한 전 총리를 탄핵하려 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 당시 국민의힘은 위중한 시기에 국가 경제 안보 컨트롤타워를 비울 수 없다는 이유로 한 전 총리 탄핵에 반대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가 대선에 출마하면 그 역시 직을 내려놓아야 하므로 국가 컨트롤타워가 비워진다. 두 번째로는 한 전 총리의 이력이다. 그는 정치를 해본 경력이 없다. 윤 전 대통령 때문에라도 국민은 정치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 대통령을 맡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는 국민의힘이 또 당 외부에서 대선후보를 추대한다면 ‘용병 없이는 집권할 수 없는 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 전 장관이 최종 후보로 나선 것이 다행이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건 또 다른 문제다. 김 전 장관은 당초 한 전 총리와 단일화를 약속하며 당내 경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당내 경선 통과 후 태도를 바꿨고, 결국 후보 교체 파동이 일어났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6월 8일 발표한 5대 개혁안에도 후보 교체 파동에 대한 진상 규명과 당무 감사가 있다.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특히 김 전 장관이 직접 나서서 단일화 약속을 어긴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대선 패배 이유를 제대로 복기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도 승산을 찾기 어려워진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5월 8일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한 회담을 했지만 끝내 단일화는 무산됐다. 동아DB
9월 전당대회는 이르다
이외에도 김 비대위원장이 발표한 5대 개혁안에는 △9월 초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당론 투표 사안에 관한 원외 당심·민심 반영 절차 구축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의 내용이 있다.나머지 4개 개혁안에도 동의하나.
“대체로 동의하나 9월 초 전당대회는 이르다고 본다. 당장 9월 전당대회를 치른다고 가정하면 김 전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등 대선 경선에 나왔던 사람들이 그대로 겨루게 될 공산이 크다. 당을 쇄신한다는 인상을 주기 어렵다. 게다가 아직도 당내 계파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전당대회를 치르면 계파 간 반목이 더 커질 위험이 있다.”
전당대회를 더 늦춰야 한다고 보나.
“당분간은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 이 기간에 대선 패배 이유를 확실히 찾고 반성하며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이를 통해 각 계파 간 화학적 결합을 도모해야 한다.”
김 의원의 주장대로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지도부의 얼굴은 바뀌게 된다. 당장 권성동 원내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비대위원장도 6월 30일에 임기가 끝난다.
일각에서는 대여 투쟁을 생각해서라도 당내 중진 의원이 새 지도부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지금은 당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 먼저다. 가장 효과적인 대여 투쟁은 국민의힘이 건강한 정당,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는 것이다. 만약 윤 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지도부를 맡게 된다면 대여 투쟁도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된다.”
다음 지도부의 지상 과제는 무엇일까.
“대선 패배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해야 한다. 동시에 여당이었음에도 대통령의 계엄을 막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을 실망시킨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
김 비대위원장 등 지금 당 지도부가 대선 패배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인가.
“대선 기간 당무 우선권은 후보에게 있다. 김 비대위원장보다도 김 전 장관의 책임이 크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불리한 형국이었다. 앞서 설명했듯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윤 전 대통령에게 있다. 새 지도부는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하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 이를 통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대선이 끝났고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흔적을 지워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윤 전 대통령이 당에 불러들인 부정선거 음모론을 종식하기 위해서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강조했다. 2020년 극우 커뮤니티에서나 거론되던 부정선거 의혹이 공적 영역에 침범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선에서도 선거 사무원의 대리 투표, 투표용지 외부 반출 등 선거관리에 부실한 모습을 보였다.
“(관리가) 부실한 선거와 부정선거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부실한 선거는 선관위가 맡은 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국민이 투표 현장에서 만나는 선거관리위원 중 대부분이 상시 인력이 아니다. 선거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 공무원 등이 차출된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선거 과정에서 부실한 내용이 빈발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이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는 선거관리가 부실했고 선관위가 무능한 모습을 보인 것이지, 이를 두고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호도해선 안 된다.”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거론하며 계엄령을 ‘계몽령’이라 하기도 했다.
“계엄령 선포 이전만 해도 당원의 대부분은 부정선거와 부실 선거의 차이를 인정했다. 2020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며 부정선거 의혹을 거론하는 사람들은 당 밖으로 물러나게 된 것이 그 증거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 실체가 없는 의혹을 다시 보수정당 중심에 가져왔다. 국가 통수권자가 직접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으니 부실과 부정을 구분하던 이성의 댐이 무너져버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자유한국당 시절로 회귀해 버린 셈이다.”
김 의원은 2020년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으로 일했다.
일부 의원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함께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나섰을 수는 있으나 국회의원이 할 행동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는 당을 망치는 행동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월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 전 앉아 있다. 왼쪽부터 이영돈 PD, 윤 전 대통령,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 동아DB
탄핵보다 하야가 낫다고 생각했지만…
박수민, 최형두, 최수진 의원 등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조기 대선에서 보인 당 내홍 등에 대해 대국민 반성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사과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본다. 오늘 이 인터뷰도 국민의힘 의원으로서 반성하는 자세에서 임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인터뷰하는 내내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7일 윤 전 대통령의 첫 탄핵소추안 표결에 김 전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정족수 미달로 탄핵소추안은 폐기됐다.
첫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표결에 참석해 반대의견에 표를 던질 생각이었다.”
왜 반대의견을 내려고 했나.
“당시만 해도 윤 전 대통령이 하야하겠다고 약속했다. 탄핵보다는 자진 하야가 국론 분열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봤다.”
결국 본회의장에 들어가진 않았다.
“1차 표결이 있던 날 당 회의가 있었다. 나는 이 회의에서 표결에 참석해 반대의견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이 내 주장을 듣고 표결 참석 여부를 투표에 붙였다. 대부분이 표결 참석에 반대했다. 당이 투표라는 절차로 표결 불참을 결정한 셈이다. 투표에서 패배했지만 표결에 참석하는 것은 절차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이후 2차 표결에는 참석했고, 탄핵에 찬성했다.”
인터뷰 내내 지난 정권과 결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당이 변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보수정당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보수정당이 여당보다 나은 점을 찾고 이를 알려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민생경제, 즉 부동산 문제다. 민주당 집권기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징크스를 넘어 현상이 됐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보수정당 집권기에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집계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기 서울 아파트(전용면적 85㎡) 중위가격은 94% 상승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기에는 13% 하락했고, 박 전 대통령 집권기에는 27% 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기 중 전반 3년에는 53% 올랐다.
김 의원은 “이외에도 세대교체 등 인적 구성을 바꿔 당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또 “개혁신당 등 보수세력 전반과 협력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이 국민의힘과 협업할 수 있을까.
“아직은 먼 이야기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면 개혁신당은 물론 국민의힘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들도 다시 (국민의힘에) 기회를 줄 것이라 본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