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선 선방했다는 지도부, 화나는 것 넘어 모욕적
17: 8로 이겼던 서울 구청장 선거, 8: 17로 대패
5%에 승패 갈린 곳도, 당 지지율 조금만 높았다면…
지도부, 지방선거 패배 책임지고 사퇴 필요
한동훈보다 장동혁이 당 분열에 더 큰 영향
무능한 선관위, 부정선거 할 능력도 없어
전면 재선거, 법적·정치적으로도 불가능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홍태식 객원기자
6월 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재섭(38) 국민의힘 의원의 말이다. 김 의원은 이번 지선 국면에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저격수로 활약했다. 정 후보의 ‘멕시코 칸쿤 동행 공무원 의혹’과 ‘양천구청장 비서관 시절 폭행 사건’ 등을 잇달아 폭로하며 오 시장의 당선을 도왔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의 주역 중 한 명인 그가 “이번 선거 결과는 사실상 패배”라고 말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선 결과에 대해 “서울, 대구, 경북, 경남을 제외하면 모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졌다. 서울은 이례적인 결과이고, 이를 빼면 당 지지율이 10%대였던 시절의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표”라고 평가했다. 그는 패배의 원인으로 당 지도부를 꼽았다. 김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당 지도부가 민심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며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좇았던 당과 달리, 중도 확장과 실용주의를 추구한 오 시장 같은 정치인들이 험지에서 살아 돌아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그가 논공행상(論功行賞) 대신 논죄행형(論罪行刑)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동아’는 6월 11일 국회에서 김 의원을 직접 만났다.
오세훈-장동혁 함께 유세? 직 걸고 막았다
지도부의 어떤 선택이 민심과 어긋난다고 생각하나.“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의견에 지도부가 끌려다닌 것이 패착이다. 서울시 선거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울시장은 지켰으나 서울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여당이 더 좋은 결과를 냈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를 되짚어 보자. 그때 서울시 25개 구 중 국민의힘은 17개 지역에서 구청장을 배출했고, 더불어민주당 출신 구청장은 8명에 그쳤다. 4년 만에 이 결과가 뒤집어졌다.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 17곳에서 당선됐고, 국민의힘은 8명의 구청장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표 차도 크지 않다. 내 지역구인 도봉구만 봐도 그렇다. 오언석 국민의힘 후보가 4.29%포인트 차이로 낙선했다.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에 다른 유권자의 마음을 헤아렸다면, 그래서 딱 5%의 유권자만 설득할 수 있었다면 (도봉구청장 선거는 물론 서울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방송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동아DB
“그렇다. 선거 말미에 선거캠프 내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장동혁 대표와 오 시장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선거운동 기간) 장 대표와 오 시장이 함께 연설하거나 사진을 찍는 순간 공개적으로 선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강하게 말렸던 이유가 궁금하다.
“오 시장은 중도 실용 노선을 표방하는 정치인이다. 장 대표는 이 노선과는 정반대로 가는 인물이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모습이 지지층 결집보다는 오 시장의 강점을 가린다고 생각했다. 강성 지지자들과 서울시민의 마음은 다를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서울시민의 민심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다고 봤나.
“서울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역의 민심은 비슷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의동 의원의 선거 결과가 민심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한 전 대표가 출마한 부산 북구갑은 이 대통령의 사람인 하정우 민주당 후보는 물론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까지 나왔다. 양대 정당의 후보가 나왔음에도 부산 북구갑의 유권자들은 한 전 대표를 선택했다. 양당이 아니라 중도층에 민심이 있다는 증거다. 경기 평택을도 비슷한 형국이었다. 유 의원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김용남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와 단일화 없이도 당선을 이끌어냈다. 이들은 개인기만으로 당의 낮은 지지율을 뚫고 당선됐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자의 목소리에만 집중하지 않았다면 이길 수 있는 지역이 더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지도부, 지방선거 패배 책임지고 사퇴해야
선거운동 초반에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았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며 점차 여당과 격차가 좁혀졌다. 지도부도 지지율 상승에 기여한 바가 있지 않았을까.“지도부로 인한 지지율 상승보다는 현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4월 30일 발의한 특검법이 분수령이 됐다. 이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공권력을 동원해 본인을 향한 혐의를 없앨 수 있다. 이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동의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 사안이 보수정당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더 나아가 중도층마저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주게 만들었다고 본다.”
당 지도부가 6·3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당연하다. 지도부는 당의 노선을 결정하는 위치다. 지도부의 책임이 가장 크고 그런 의미에서 지도부는 빠르게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어떤 성격의 지도부가 필요할까.
“결국 유권자의 뜻을 따라가야 한다. 오 시장, 한 전 대표, 유 의원 등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나 그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지도부를 맡아야 한다.”
6월 10일 신임 원내대표로 기존 지도부와 가까운 정점식 의원이 당선됐다.
“정 의원도 원내대표 후보자 비공계 토론회에서 장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다고 알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정 의원이 당내 쇄신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정파가 다른 의원들도 이 이야기를 듣고 정 의원에게 표를 던진 것 같다. 정 의원도 곧 당내 쇄신이나 장 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 생각한다.”
장 대표의 거취만큼이나 한 전 대표의 복당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전 대표의 복당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장 대표가 사실상 한 전 대표를 쫓아냈고, 그 과정에서 의원이나 당내 의견을 모으지 않았다. 선거를 앞두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장 대표와 지도부는 윤리위원회라는 수단을 통해 한 전 대표를 징계로 내쫓았다. 선거 패배 및 당내 분열의 책임도 한 전 대표보다는 장 대표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새 지도부로 교체된다면 국민의힘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지점은 무엇인가.
“그간 걸어왔던 노선과 결별해야 한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는 세력이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이들과 동행하는 상황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힘을 잃는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핀잔을 피하기 어렵다.”
재선거 위한 오세훈 사퇴? 선거법과 절차 무시하는 행위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다시금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부정선거론은 음모론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는 ‘부실 선거’다. 부실 선거이며 부정선거라는 주장도 있는데 둘은 양립할 수 없다. 부정선거는 선거 처음부터 끝까지 생길 변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만 부정선거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 정도의 능력을 갖췄다면 투표용지 부족, 투표용지 중복 배분 등의 기초적인 부분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리 없다. 즉 이 정도로 무능한 선관위는 부정선거를 할 능력이 없다.”

6월 4일 오후 투표함 이송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와 전한길 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장기적으로 보면 보수정당의 지지율 상승에 악영향을 미칠 일이다. 일반 유권자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직도 부정선거 이야기를 하고 있나’ 하며 환멸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처음에는 ‘부실 선거’와 ‘참정권 회복’을 주장했다. 하지만 부정선거론이 퍼지며 초기 시위에 나섰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흩어지고 있다.”
장 대표도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에 자주 나서고 있는데….
“부정선거론은 국민의힘의 당론이 아니다. 그런데 당대표가 부정선거 피켓을 들고 있더라. 당론을 위배하는 해당 행위다.”
장 대표는 전국 재선거 특별법 및 사전투표 폐지를 당내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전투표 폐지 주장부터 이야기하자면 동의할 수 없다. 사전투표를 이용하는 유권자와 더 멀어지겠다는 이야기다. (사전투표 제도를) 보완할 필요는 있으나 전면 폐지는 과한 주장이다.”
전면 재선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는 송파구청장이나 서울시의원 등 일부 재선거는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장 재선거는 정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패자인 정 후보가 재선거를 요청해야 하는데 이미 정 후보는 결과에 승복했다.”
오 시장이 사퇴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오 시장이 사퇴해 버리면 재선거에 후보로 나설 수 없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3기 내에서만 재임할 수 있다. 오 시장이 사퇴하고 다시 재선거에 나가면 3번째 연이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게 되는데, 법이 이를 막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실제로 임기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선거로 나설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 해석이 사실인지는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이미 서울시민이 오 시장을 새 시장으로 결정했는데 이 민의를 배반하기도 어렵다.”
오 시장이 법과 정치적 문제가 있지만 민의를 최대한 정확히 반영하자며 사퇴한다면 지지율 측면에서 이득을 볼 수 있지 않나.
“만약 그렇다면 내가 오 시장을 막아서겠다. 오 시장이 본인의 지지율이나 지지층 확보를 위해 선거법과 절차를 무시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 오 시장이 스스로 정치적 유불리를 생각하며 재선거 논쟁에 합류하는 것은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본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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