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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과 복권, 극과 극의 기로에 선 도암댐

“도암댐이 동강을 죽이고 있다.”

사형과 복권, 극과 극의 기로에 선 도암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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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정선과 영월 주민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 동강 상류에 자리한 도암댐이 동강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
  • 지난해 태풍 ‘루사’로 심각한 수해를 입은 후 주민들은 급기야 ‘도암댐 해체’의 기치를 올렸다.
  • 동강 주민들은 ‘댐 건설 백지화’에 이어 국내 최초로 ‘댐 해체’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 해체 논란에 휩싸인 도암댐, 무엇이 문제인가.
사형과 복권, 극과 극의 기로에 선 도암댐
초여름 햇살이 따가운 6월 하순의 오후. 강원도 영월군의 동강 둔치는 찾아오는 이 없어 적적했다. 동강은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강은 녹조현상으로 짙푸르게 변한 물빛으로 속살을 감춘 채 느린 속도로 흘렀다. 흙모래를 뒤집어쓴 돌들은 제 모습이 부끄러운 듯 수면 아래로 숨었다. 어항 하나 들고 들어가면 무거워서 가지고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물고기를 잡았다던 동강이지만, 지금은 발 담그는 이조차 없다.

“이게 다 도암댐 때문이야.”

부인과 함께 바람을 쐬러 나온 영월 주민 장을용씨는 혀를 찼다. 30년 전부터 영월에 살았다는 그는 “댐이 생기고 나서 나아진 건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예전에는 강에 들어가 목욕도 했지만, 지금은 강물에 몸을 담그면 피부에 하얀 부스럼이 일면서 두드러기가 날 정도라고 했다. 뱀장어나 쉬리, 다슬기 등도 이제는 씨가 말랐는지 찾아볼 수 없다고도 했다. 본래 농경지를 많이 끼고 있는 서강이 동강보다 녹조가 심했지만, 요즘에는 그 반대라는 것이다. 장씨의 부인도 거들었다.

“예전엔 오후 3시쯤이면 골뱅이가 강변으로 기어나왔어요. 기다리고 있다 잡아가곤 했지. 근데 지금 봐요. 아무것도 없잖아.”

장씨 부부는 영월에서 135km 떨어진 도암댐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장씨는 확언했다.



“물이 엄청 썩었대. 본래 댐이란 게 물을 가둬두니까 썩는 거 아냐. 작년에 태풍 루사가 지나간 후 서너 달 동안 흙탕물만 쏟아냈다구. 지금도 그때 댐에서 흘러나온 흙이 강바닥에 뻘처럼 쌓여 있어.”

영월에서 래프팅 사업을 하는 정낙연씨는 “장사가 되지 않을까봐 루사 태풍이 온 뒤 동강 물이 훨씬 나빠졌다는 얘기를 하기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놀러온 손님들이 기대와 달리 동강물이 맑지 못하다고 불평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동강 오염 주범으로 몰린 도암댐

영월에서 동강을 따라 70km 정도 올라가면 정선군이다. 이곳 주민들도 도암댐에 대한 원망과 불만을 쏟아냈다.

“수돗물을 끓여도 냄새가 심해서 못 마시구요, 무엇보다 강에 사는 물고기가 모두 다 죽어가요.”

‘정선수해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정말 도암댐이 강물을 더럽히고 있냐”고 묻자 험한 대답들이 돌아왔다. 15년째 역 앞에서 낚시가게를 운영한다는 주민 최영복씨는 “6월이면 전국에서 낚시꾼들이 몰려와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섰는데, 몇 년 전부터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다”고 불평했다. 도암댐에서 흘러나온 물이 강물을 더럽히면서 도무지 낚시를 즐길 여건이 안 된다는 것.

“누치나 잉어는 강바닥에 사는 물고기예요. 그런데 작년 여름에 보니까 이놈들이 물 표면으로 올라왔어요. 물이 오염돼서 산소가 부족하니까 올라온 거아니겠어요.”

“정선에 뭐 볼 게 있나요. 그저 산, 공기, 물 좋은 게 전부인데 강물이 저 모양이니….”

도암댐은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수하리에 자리잡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흘러나온 물이 송천강을 지나 조양강을 거쳐 동강으로 흘러드는데, 송천강 중간에 댐을 놓은 것이다. 도암댐은 높이 72m에 길이 300m, 총 저수용량이 5140만t인 중간 규모 댐이다. 1990년 당시 1250억원을 들여 동해안 최초의 수력 발전용 댐으로 건설됐다.

도암호의 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소는 강릉에 있다. 즉 도암댐은 유역변경식 댐으로, 도암호에 가둬놓은 물을 15.6km의 도수터널로 흘려보내 강릉시 성산면 오봉리에 있는 강릉수력발전소에서 발전한 뒤 동해로 내보내게 된다. 그러니까 본디 동강을 따라가다 한강을 거쳐 서해로 흘러들어가던 물이 도암댐 건설 후에는 동해로 방향을 바꿔 흐르게 된 셈이다. 그런데 왜 동강 유역 주민들이 도암댐을 강물 오염의 주범이라며 미워하게 된 것일까.

가랑비에 마을 전체 침수

“2∼3m쯤 되는 물기둥이 선 채로 달려들었다.”

정선 주민들은 태풍 루사가 강원도를 강타한 지난해 8월31일을 이렇게 떠올렸다. 이날 하룻동안 강릉과 대관령에 내린 비의 양은 각각 870.5mm와 712.5mm. 역대 최고 기록인 전남 장흥의 547.4mm(1981년 9월2일)를 단숨에 넘어선 폭우였다.

도로가 끊기고 철길이 떨어져 나가고 다리가 무너졌다. 정선군의 수해 피해는 사망 8명, 실종 1명, 이재민 4186명, 재산피해 2215억원으로 집계됐다. 수해의 흔적은 지금도 정선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정선 읍내에서 조양강을 끼고 이어지는 42번 국도는 곳곳이 끊기거나 유실돼 신호등이 오고가는 차량을 지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우리 마을에는 가랑비만 내렸다. 오전에는 아예 비가 오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주민들은 도암댐을 관리·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이 폭우로 유량이 급격하게 불어나자 이를 견디다 못해 물을 한꺼번에 방류함으로써 마을이 침수됐다고 주장한다. 정선 주민들은 최근 한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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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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