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의 인터뷰 기사가 나간 직후 ‘파리의 연인’ 제작사인 ‘캐슬인더스카이’ 이찬규 대표는 한 지인으로부터 “원고료가 왜 그리 적냐. 너무 적게 준 것 아니냐. 사람들이 연판장을 돌려서라도 ‘캐슬인터스카이’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더라”는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 ‘한 지붕 세 가족’ ‘무동이네 집’ ‘신고합니다’ 등의 인기드라마를 집필한 방송작가 출신인 이 대표가 후배작가들에게 이토록 열악한(?) 원고료를 지급한 이유가 뭘까.
“‘파리의 연인’은 기본 극본료 135만원과 자료비 30만원을 포함해 회당 165만원을 지급했고 그것을 두 사람이 나눠 가졌다. 지난해 우리 회사가 제작한 두 작가의 데뷔작 ‘태양의 남쪽’은 각각 회당 165만원씩 지급했다. ‘태양의 남쪽’보다 ‘파리의 연인’ 원고료가 적게 책정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들이 ‘태양의 남쪽’ 이후 SBS와의 계약을 통해 특별원고료(이하 특고료)를 이미 받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파리의 연인’ 작가 원고료의 ‘숨어 있는 1인치’에 대해 설명하자 지인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파리의 연인’ 원고료에 얽힌 비밀
방송작가 원고료 지급기준은 매년 한국방송작가협회와 MBC, KBS, SBS 등 방송3사의 드라마 제작 관계자의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이 협약에 따르면 주간연속극(60분 기준·미니시리즈 포함)의 경우 회당 원고료는 기본 극본료 120만2220원과 자료비 29만3460원을 포함해 총 149만5680원(세전·2003년 기준). 현재 방송3사는 ‘협약가’보다 조금 높은 회당 170여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김·강 두 작가는 이 기준에 따라 165만원을 받았다.
자료비를 포함한 기본원고료는 이제 막 방송국 문턱을 밟은 신인작가와 인기작가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특별원고료다. 방송작가는 특고료를 받는 ‘특고작가’와 기본원고료를 받는 ‘일반작가’로 나뉜다. 방송작가의 몸값이라 할 수 있는 원고료는 특고료를 얼마나 받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해 ‘태양의 남쪽’ 방영 당시 SBS 이종수 제작위원은 이 드라마의 책임PD에게 “김·강 작가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위원은 “단막극 한 편 내보낸 적 없는 ‘초짜’가 쓴 ‘태양의 남쪽’을 보면서 그들이 남다른 감각을 지닌 필력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SBS에 묶어두기 위해 특별원고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며 무명에 가까웠던 두 작가가 단숨에 특고작가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강 두 작가는 SBS에 40회에 걸쳐 드라마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특고작가 반열에 들어섰다. 특고료는 계약과 동시에 일시불로 선(先)지급되는 것이 방송가의 관례다. 이 위원은 이들에게 얼마의 특고료를 지급했는지에 대해선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신인인데다 이름없는 작가였기 때문에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모래시계’와 ‘대망’의 송지나, ‘거짓말’ ‘꽃보다 아름다워’를 쓴 노희경, ‘대장금’을 집필한 김영현 작가 등 ‘스타작가’들은 거액의 원고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학프로덕션의 박창식 제작이사는 방송작가의 원고료에 대해 “이름있는 작가들은 방송사 또는 외주제작사와 보통 50회를 계약한다. 송지나, 김영현 작가 등 인기작가의 경우 300만원씩 50회에 해당하는 특고료 1억5000만원을 선불로 받고 실제 자신이 쓴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점에 회당 기본원고료인 170여만원을 또 받는다. 계약된 50회의 작품이 TV를 통해 방영되고 나면 동일한 과정을 거쳐 재계약을 한다”면서 “명망 있는 작가는 회당 500만원 가량의 원고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파리의 연인’을 쓴 두 작가의 실제 원고료는 자신들이 받았다고 밝힌 135만원 외에 자료비 30만원과 SBS로부터 받은 특고료인 ‘알파’가 더해져야 한다.
주로 단막극을 쓰는 일반작가의 꿈은 특고작가가 되는 것이다. 방송작가의 진짜 원고료는 기본원고료가 아닌 특고료이기 때문이다. 방송작가로서의 성패 또한 특고작가가 되느냐 안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