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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소 살리기 위해 15억원 쾌척한 이유종 대순진리회 종무원장

“해원(解寃)과 상생(相生)의 종단이 이웃 돕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무료급식소 살리기 위해 15억원 쾌척한 이유종 대순진리회 종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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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독립문공원의 무료급식소가 퇴출위기를 넘겼다. 동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쫓겨날 처지에 놓였던 한길봉사회 급식소가 새 둥지를 마련하게 된 것. 딱한 사정을 들은 대순진리회 이유종 종무원장은 “우선 건물이라도 마련하라”며 15억원을 선뜻 내놓았다. 그간 교육·의료사업을 적극 펼쳐온 대순진리회는 최근 들어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에 나서고 있다.
무료급식소 살리기 위해 15억원 쾌척한 이유종 대순진리회 종무원장
“정말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긴가민가했어요. 한두 푼도 아니고 15억원이나 기부한다고 하시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죠. 14년 동안 해온 무료급식을 계속할 수 있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지요.”

9월3일 대순진리회 이유종(李有鍾·66) 종무원장을 인터뷰하러 가는 길에 기자와 동행한 한길봉사회 김종은(56) 회장은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 “다른 유명인사들은 급식소에 와서 사진만 찍고 가는데, 종무원장님은 직접 밥도 퍼주셔서 남다른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큰 도움을 주실 줄은 몰랐다”며 그가 환하게 미소지었다.

한길봉사회는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 독립문소공원에 작은 컨테이너 박스를 세워놓고 14년째 독거노인과 노숙자 등 소외된 이웃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왔다. 비용은 모두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김 회장의 사재(私財)에서 나왔다. 하지만 지난 3월 서대문구청으로부터 퇴출명령을 받아 봉사활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공원내 무료급식이 동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돈이 많다면야 번듯한 무료급식소를 짓지요. 몇 해 전 간신히 마련한 컨테이너 박스가 철거된다면 어디에서 노인 분들께 점심을 대접해드리나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한번은 구청에서 인근 교회를 무료급식 장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알선해놓았다고 해 기쁜 마음에 찾아갔더니 목사가 ‘신도들이 반대한다’며 거부하더군요. 그러던 중 지난 8월 종무원장님께서 구원의 손길을 내미신 겁니다.”

우연히 한길봉사회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이유종 종무원장은 “노인들이 비바람을 피해 식사하고 휴식할 수 있게 조그만 건물이라도 사면 좋겠다”며 한길봉사회에 15억원을 기증했다. 김 회장은 “기증한 액수에 맞춰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에 있는 지상 5층, 지하 1층, 총면적 155평의 번듯한 건물을 매입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는 점심 한 끼만을 제공했지만 앞으로는 하루 세 끼를 모두 드릴 예정이다. 휴게실과 이발소도 만들어 무의탁 노인들이 편하게 쉬실 수 있는 쉼터로 가꾸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대순진리회 중곡도장에 도착했다. 기와를 얹은 정문을 지나 도장으로 들어서니 높고 큰 기와집들이 웅장하게 서 있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본당인 영대(靈臺)에서 기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종무원장실로 들어갔다. 7평 남짓한 사무실 가운데에 테이블이 있고 양쪽으로 오래된 듯 보이는 소파가 놓여 있다.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도 에어컨도 없이 자그마한 선풍기 한 대가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뭐 대단한 일을 했다고 여기까지 찾아오셨냐”며 함박웃음을 짓는 이 종무원장은 순박한 시골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다.

“한길봉사회 돕는 게 진짜 봉사”

-15억원이라는 큰돈을 내놓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듯합니다.

“저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임원들도 다 찬성했고요. 해원(解寃)과 상생(相生)을 종지(宗旨)로 삼는 저희 종단에서는 남을 돕는 일이 아주 당연한 문화입니다.”

-한길봉사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습니까.

“10여년 전 우연히 독립문공원을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한길봉사회 김종은 회장이 독거노인과 노숙자에게 무료급식을 하고 있더군요. 눈비가 내려도, 날씨가 추워도 들어앉을 곳조차 없이 밖에서 식사를 하는 노인들이 참 안쓰러웠습니다. 그러다 구청의 경고로 한길봉사회의 무료급식소 운영이 위기에 처했다는 언론보도를 보게 되었지요.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동안 김 회장을 지켜보면서 그가 진정으로 봉사하는 사람이라 느꼈습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심지어 장인이 돌아가셨을 때도 상중에 살그머니 나와서 무료급식을 하더이다. 이토록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을 돕지는 못할 망정 쫓아내다니 말이 됩니까. 그래서 이 사람을 도와야겠다, 이것이 진짜 봉사다 생각했지요.”

김 회장에 따르면 이 종무원장은 오래 전부터 한길봉사회에 지원금을 보낸 것은 물론, 종종 무료급식소를 방문해 노인들에게 밥을 퍼주는 등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직접 밥을 퍼주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농사꾼 출신인데 뭐가 힘들겠어요? 날씨가 더워서 땀은 좀 흘렸지만. 밥을 푸면서 그런 생각이 들데요. ‘이곳에서 봉사하는 것도 좋지만 나도 어딘가에 불쌍한 독거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어야겠다’는. 무료급식도 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노인사랑방 같은 걸 만들려고 합니다. 대순진리회의 도장이 시작된 곳인 중곡동에 부지도 마련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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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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