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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우울한 인권 자화상

어디에도 기댈 수 없는 사람들의 절규, 국격에 앞서 인격을!

한국 사회의 우울한 인권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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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인권침해 사례다. 피의자의 행색이나 거동에 따라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이 사례에 대해 신체의 자유 침해로 진정해볼 것을 권했다. 이 밖에도 불심검문, 영장 없이 시행된 압수수색, 편파수사, 폭행 등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경찰이 피의사실을 주변에 알려 피의자의 사회생활을 방해한 일도 있었다.

“○○경찰서 경찰관이 마약 전과가 있는 남편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남편 이름을 대며 마약판매자가 사는 곳을 알려달라는 등 과거 전력을 전혀 모르는 회사 동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며칠 후 또 경찰이 남편 회사로 찾아왔고, 수사의뢰서를 회사에 발송하였습니다. 결국 남편은 회사에서 퇴사 처리됐습니다. 또한 경찰은 옆집을 찾아가 ‘이런 사람이 사느냐, 부인이 직장생활을 하느냐’는 등 집안 환경에 대하여 물으면서 ○○경찰서에서 왔다고 얘기했습니다. 이 일로 이웃들이 ‘남편이 도대체 어떤 짓을 했기에 경찰이 찾아오느냐’고 수군거리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퇴사 처리된 점에 대해 항의하자 J 경찰관은 ‘아,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라고 답변했습니다.”

평범한 시민은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억울한 일을 당할 경우 경찰을 떠올린다. 시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불편부당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경찰이나 사법기관이 역으로 억울함을 보탠 안타까운 사례들이 보였다.

기타 국가기관에서도 공무원의 인권의식이 평균 시민의식에 미달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사례집에는 대사가 계약직 영사보조원에게 ‘너는 나라가 고용한 개다’ ‘보잘것없는 행정원 주제에’ ‘서울대 안 나온 것들은…’이라는 비인격적 발언을 했다는 상담 내용이 실렸다. 외국공항에서 체포돼 무고하게 구금된 사람에게 적절한 자국민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례도 충격적이다.

언론에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군대 내 가혹행위에 관한 호소도 이어졌다. 인권위에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머리를 맞은 경우, 여러 명에게 수십 차례 폭행을 당한 경우, 선임병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우에 관한 상담이 접수됐다. 나아가 군대에서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한 사례는 지금도 건강한 아들, 형제, 후배를 군에 보내고 있는 많은 시민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할 만한 것들이다.



더불어 구치소 등 구금시설에 있는 수용자들의 인권침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수용자가 격리된 곳에 있는 터라 외부의 도움을 청하기도 힘들뿐더러 ‘수용자는 기본권을 무시당해도 된다’는 암묵적인 인식이 문제를 키우고 있었다.

촛불 들고 키보드 두드리는 시민들

“다섯 살짜리 아이가 가는 길을 (경찰이) 막아섰다, 중증장애인을 강제 연행했다, 시위 현장을 지나가다 48시간 구금을 당했다, 시청 앞에서 하이페스티벌을 보다가 유치장에 갇혔다, 방패에 찍혀 응급실에 실려 갔다.”

서울 광화문 일대와 전국에서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인권위에 접수된 상담내용이다. 인권위는 2009년 6월3일 “최근 우리 사회에서 집회시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은 과잉 진압 논란을 일으켰다.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집회와 시위에 관한 당국의 태도는 점차 더 완강해졌다. 사례집에는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사례가 등장한다. “경찰 폭력 규탄 기자회견을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연행했다, 시청 직원들이 강제 철거에 항의하는 1인 시위 참여자들의 사진을 찍고 있다, 500일 동안 동일 사안으로 진행하던 집회를 갑자기 불허했다.” 지난해 말에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야간 옥외금지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금 환기되고 있다. 공공의 질서와 표현의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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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신동아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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