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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Case Study

‘SM엔터테인먼트 사태’와 한국 연예산업

“스타는 자산이자 인간…재무적 접근 넘어서는 새 운영체계 도출해야”

  • 정해승│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RSM MBA tec515@naver.com│

‘SM엔터테인먼트 사태’와 한국 연예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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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사태’와  한국 연예산업

일본 도쿄 신주쿠 역 내에 걸린 동방신기 사진을 휴대전화에 담는 시민들.

기업 CEO 입장에서 연구개발비의 비중도 높고 상품출시를 위한 초기투자비까지 높은 상품은 재앙에 가깝다. 현재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정확히 그 상태다. 10대 초중반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을 뽑고 5년 이상의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세상에 아이돌 그룹을 내놓기까지는 100% 투자기간이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 기대했던 재목으로 자라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투자비는 모두 매몰비용(sunk cost)이 된다.

특히 SM의 캐스팅과 트레이닝 시스템은 세계적인 제약업체나 IT기업의 연구개발과정에 비교될 정도로 독창적인 프로그램이다. 이에 대한 매몰비용 리스크는 상당하지 않을 수 없다. 데뷔 후에도 수년간 투자기간이 이어지다 어느 정도 스타의 반열에 올라야 광고출연이나 공연 등을 통해 비로소 투자금이 회수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는 연습생이 데뷔할 때 장기계약을 맺는 방식을 택한다. 데뷔 이전에는 철저하게 ‘을’일 수밖에 없는 연예인의 형편, 계약기간을 최대화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기획사, 투자비 회수기간이 늘어지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질,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 13년 장기 전속계약서인 셈이다.

복제의 붕괴, 현장의 증가

투자비 회수기간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뮤직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높은 분야였다. 1만원 이상 하는 CD의 제조단가가 몇백원에 불과하던 시절에는 김건모, 신승훈 등 대형 가수들이 밀리언셀러를 낼 때마다 빌딩 한 채분의 수익이 발생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음악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이 같은 공식은 철저히 붕괴했다. 음반의 최다판매량이 한 해 10만장 선에 머물고, 디지털 음원 판매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수익이 이동통신사로 들어가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코스닥 우회상장 열풍이 불면서 이미 스타가 된 소속 연예인에 대한 계약금과 이익분배율은 눈덩이처럼 올라갔다. 영업이익률은 더욱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었다.



음반이나 음원 판매로는 영업이익률을 개선할 수 없는 기획사들은 연예인들을 활용한 부가사업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바로 광고와 행사다. 더 많은 광고와 행사 출연을 위해서는 방송에 더 많이 출연해 얼굴을 알려야 한다. 음반 한 장으로 대박을 칠 수 있던 시대는 끝난 것이다. 2009년 1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물 박진영은 프랑스 국제음반박람회(MIDEM)에서 “우리는 음악을 만들지 않는다. 스타를 만든다…회사 수입의 50%는 광고수입이며 방송과 영화, 음원 수입이 나머지 50%”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렇듯 당초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역량이었던 초상권과 저작권이 복제되어 유통되는 사업은 이제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대체가 불가능한 스타가 현장에 참여해야 하는 일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로 인한 스타들의 피로 누적은 감정싸움으로까지 이어지고, 그 과정은 설득과 동의보다는 명령과 복종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10대였던 아이돌이 20대가 되어 비즈니스의 냉혹함을 깨닫는 순간, 이들은 팬이라는 강력한 이해관계자를 등에 업고 계약에 대한 불만을 폭발하기에 이른다.

상황을 여기까지 살펴보고 나면, 이제 문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운영체계로 넘어간다. 바로 조직과 시스템이다. 이 비즈니스에서 스타들은 단순한 피고용인이 아니다. 기획사의 피고용인은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스태프들이다. 스타를 재무제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도리어 초기에 지급한 계약금에서 발생한 일종의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흔히 스타가 이적하면 언론은 그 계약금 규모를 놓고 호들갑을 떨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계약금은 계약기간 동안 무형자산 감가상각이라는 형태로 차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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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승│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RSM MBA tec5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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