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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참총장 ‘정중부의 난’ 발언소동 전말

군검찰 독립 반대소신 표출하다 舌禍 휘말려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육참총장 ‘정중부의 난’ 발언소동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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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해보자는 취지로 말한 것인데 반개혁적 발언으로 몰아”
  • ●“회의 참석자한테 듣고 여러 명의 장교에게 전파”
  • ●“회의 참석자로부터 들었다면 100% 날조된 주장”
  • ●하필 ‘정중부의 난’이 일어난 날에…
육참총장 ‘정중부의 난’ 발언소동 전말

2003년 1월 서울 용산의 연합사령부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남재준 당시 연합사부사령관(오른쪽).

진실게임으로까지 비화됐던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의 ‘정중부의 난’ 발언설을 둘러싼 소동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남 총장의 강력한 부인에도 의혹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누가 발설했는지 다 파악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남 총장이 ‘잘해보자’는 좋은 취지로 말한 건데 이를 전해들은 일부 군법무관들이 반개혁적 발언으로 몰아간 것이다. 남 총장은 이 일로 치명타를 입었다. 임기를 채우기 힘들 것이다.”

최근 군 안팎을 시끄럽게 했던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의 ‘정중부의 난’ 발언의혹에 대한 군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내일신문’에 따르면 8월31일 오전 계룡대 육군본부 사무실에서 남 총장이 일반참모회의(일명 일참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중부의 난’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위 관계자는 “(총장이) 실제로 그런 발언을 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 참석자가 아닌 그의 말은 현 단계에선 ‘사적인 견해’에 지나지 않는다. ‘정중부의 난’ 발언이 공식적으로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남 총장은 이에 대한 ‘문화일보’의 확인 요청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본인은 물론 참석자 누구도 그런 얘기를 안했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육본 인사참모부장 윤일영 소장도 기자들에게 자신의 메모장을 보여주면서 “(회의에서) 정중부의 ‘정’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남 총장을 거들었다.

윤 소장의 적극적인 진화 덕분인지 대세는 남 총장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사람들이 (총장의) 말을 옮기는 과정에 와전된 것 같다. 해프닝으로 끝났으니 잊어버리자”고 무마에 나섰다. 사건 초기 민감하게 반응했던 청와대도 없던 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다. 청와대 관계자는 “군에서 세 경로를 통해 보고가 올라왔는데 다 사실무근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육참총장 ‘정중부의 난’ 발언소동 전말

남재준 육군참모총장

남 총장의 수석부관인 오현택 중령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아는데, 100%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확언했다. 총장의 회의발언을 기록·정리하는 기획관리참모부 정책조정과 관계자도 “우리가 정리한 회의록엔 ‘정중부’라는 말이 없다”며 “누군가 소설을 쓰고 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과연 ‘정중부의 난’은 일어나지 않았던 걸까. 취재 결과 남 총장의 부인과는 별개로 문제의 발언은 ‘실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실체’가 있다는 말은 남 총장이 그런 말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뜻이 아니라 남 총장이 그런 말을 했다고 주변에 전파한 사람의 존재가 확인된 것을 뜻한다.

군내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이 사무실로 돌아와 휘하 영관장교에게 ‘회의 때 총장이 한 발언’을 지시사항 전달 차원에서 말해줬는데 그 중에 ‘정중부의 난’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얘기를 전해들은 영관장교는 다시 이를 여러 명의 장교에게 전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본 인사참모부장의 말대로 회의석상에서 정중부의 ‘정’자도 나온 적이 없다면 발언 전파자가 어떤 의도에서든 없는 얘기를 꾸며냈거나 그의 귀 구조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정중부’라는 역사 속의 특정인물을 거론했다는데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와전이 아니라 날조 또는 환청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하간 두 경우 다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전자라면 육군의 최고위직을 음해한 것은 물론 허위사실 유포로 군과 청와대의 갈등을 부추긴 셈이므로 처벌받아 마땅하다. 후자라면 신체기관에 중대한 결함을 지닌 장교가 총장 주변에서 근무한다는 얘기이므로 적절한 인사조치를 하거나 국군통합병원으로 보내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반면 육군의 수장이 쿠데타 가능성을 암시하는 그런 위험한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적당히 넘어가거나 덮을 일이 아니다. 국가기강 차원에서 또는 정권안보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하고 발언의 진의를 확인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이 사건 전개과정을 보면 윤 장관의 말마따나 해프닝으로 보인다. 발설자가 있다고는 해도 전언에 의한 것이므로 증거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또 육본 모 영관장교가 말한 대로 “쿠데타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말실수를 했을 가능성이 있기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을 듯싶다.

“군검찰은 북한의 정치보위부”

그렇긴 해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이면의 의미가 만만치 않다. 발언의 실체 여부를 떠나 그날 회의석상에서 남 총장의 ‘지시사항’을 통해 청와대와 여권에서 추진하는 군 사법개혁에 대한 군 지휘부의 불만이 표출됐기 때문이다. 남 총장은 이날 회의 때 군검찰을 북한의 정치보위부에 비유하며 군검찰 독립에 대한 반대 소신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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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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