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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北 경수로사업 영구폐기’ 법안 통과시켰다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강정민 원자력정책센터·핵공학박사 jmkang55@hotmail.com

미 하원, ‘北 경수로사업 영구폐기’ 법안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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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4월11일 247 대 175로 하원 통과, 4월29일 상원 상정
  • ● ‘원자력 관련부품 북한 반입 금지, 북 경수로 부품회사에 대한 정부보증 폐지’
  • ● 발의한 하원의원, “KEDO사업 묻은 관에 못을 치는 법안”
  • ● 신포 현장의 한국인 근로자 658명 안전문제 대두될 듯
  • ● 한국이 투자한 8억7000만달러 허공으로 사라질 수도
  • ● 통일부·외교부·청와대 관계자, “그런 법안이 있느냐”
미 하원, ‘北 경수로사업 영구폐기’ 법안 통과시켰다

지난해 8월 촬영된 KEDO 경수로 공사현장(위). 경수로사업을 폐기하는 내용의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음을 알리는 에드워드 마키 미 하원의원의 발표자료(왼쪽)

‘9월 중순의 어느 날, 미 의회는 ‘깡패국가들(Rouge States)’에 대한 원자력 관련부품의 반입을 완전히 금지하는 콕스-마키 수정안이 의결됐음을 공포한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행정부 의도와는 무관하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논평을 발표한다.

격앙된 평양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의회를 핑계 삼아 민족을 압살하려 한다”며 “미국은 애초부터 제네바합의를 준수할 생각이 없었다”고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다. 이틀 뒤 설상가상으로 함경남도 신포에서 경수로를 건설중인 한국인 근로자 4명이 북한측 근로자에 대한 집단폭행 혐의로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이어진다. 사건기사가 거의 없는 북한 언론으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보도였다.

KEDO 사무국은 “합의서에 따라 조정위원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하지만 아무런 답변도 돌아오지 않는다. 다급해진 청와대는 급히 이들의 신병인도를 요구하고 나머지 600여 명의 건설인력을 귀환시키겠다며 ‘한겨레호’를 띄우지만 북측 군사경계수역 진입지점에서 북한의 ‘단호한 입항 불허‘와 발포경고를 받고 끝내 회항하고 만다. 백악관은 긴급담화를 내고 “안전한 통행로의 보장, 중재재판소를 통한 분쟁해결 등 합의서에 명시된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강력한 대응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경고를 날린다.

어렵게 연결된 위성전화를 통해 신포 현장에 있는 건설인력의 두려움에 찬 목소리가 방송전파를 타자, 사상 초유의 ‘인질극 상황’에 대해 국내 여론은 폭발한다. ‘결단’을 촉구하는 보수단체 시위대가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우고, 언론은 연일 ‘특단의 조치’를 주문해댄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9월말,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 소속 항공모함이 신포 앞바다에 도착하고 한미연합사는 데프콘 3를 발령한다. 이날 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구출을 위한 군사행동’을 승인한다….’

이상은 ‘미 의회發 경수로 건설중단’이 야기할 수 있는 극단적인 위기상황을 가상해본 시나리오다.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적잖은 개연성이 있다는 사실. 특히 경수로사업 중단이 단행될 경우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658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인질’이 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에 대해서는 정부 관계자들 또한 완전히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그렇게 ‘막 나갈’ 리는 없다고 보지만, 모든 상황에 대해 다양한 위기대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해결의 ‘열매’였던 KEDO 경수로가, 날이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는 2차 북핵 위기 와중에 한·미·일의 ‘애물단지’가 된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아’가 원자력 전문가들과 미국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미 미 의회는 KEDO사업을 일시에, 영구적으로 폐기시키는 법안을 마련해 하원을 통과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정부가 부시 행정부와 일본 정부를 설득해 ‘현상유지’에 매달리고 있는 동안 위기는 예상치 못했던 미 의회의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과연 ‘미 의회發 9월 위기설’은 현실화될 것인가. 한반도는 KEDO 경수로사업 중단이라는 암초를 만나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것인가.

첫 삽은 감격스러웠지만…

1997년 8월19일, 함경남도 신포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여름 내내 가뭄을 겪어 말라 있던 대지는 이날 내린 가랑비로 촉촉히 젖었다. 오후 2시, 신포시 금호지구에는 이 흐뭇한 비를 맞으며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행사장 단상에는 ‘케도 원전 부지 정지공사 착공’이라고 쓰인 현판이 걸렸다. 참석한 KEDO 관계자들과 취재진들은 한마음으로 성공적인 역사를 기원했다. 이어진 기념발파와 리셉션. 말 그대로 ‘축제의 날’이었다.

이날 장선섭 경수로기획단장이 연설문을 읽어내려갔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남북 건설인력 간의 노력을 통해 하나의 민족으로서 화해와 협력의 장이 열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감격에 떨렸다. 다음날 신문에는 ‘신포의 작은 통일’ ‘남과 북의 대역사’ ‘역사적 첫 삽’ 같은 활자들이 1면을 가득 메웠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로 불거진 위기를 해결하며 체결된 제네바합의의 성과가 3년 만에 가시화되는 시점이었다.

이날 착공된 경수로건설 공사는 1994년 10월 북한과 미국이 서명한 제네바합의문에 따라 이행되는 사업이었다. 북한의 플루토늄 핵시설을 동결·해체하는 대가로 발전용량 1000MWe 경수로형 원자력발전소 2기를 제공하기로 했던 것. 또한 미국은 첫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 대체에너지로 북한에 매년 중유 50만t을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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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강정민 원자력정책센터·핵공학박사 jmkang5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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