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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美 부시정권 출범과 한반도

돌아온 구세대, 진로를 우향우로 돌려라

부시정권을 움직이는 사람들

  • 최영재 cyj@donga.com

돌아온 구세대, 진로를 우향우로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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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은 한반도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한·미·일 동맹을 기본축으로 삼고 있다. 또 단호한 대북 상호주의를 강조할 것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선공후득(先供後得)이다. 이 개념은 98년·99년의 차관급회담이 거듭 무산된 뒤, 상호주의를 대신해 등장했다. 우리가 하나를 주면 북한도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상호주의라면, 선공후득은 우리가 먼저 줌으로써 북한도 우리에게 뭔가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뜻이다. 여기서 한·미 양국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부시행정부와, 인맥과 정책을 면밀하게 연구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1월20일 출범했다. 취임식은 20일이지만 18일 밤부터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촛불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미국 정부는 이번 취임식을 전후한 행사비로 3천만 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을 지출했다. 이 가운데 국고에서 지원되는 금액은 1천만 달러뿐이었다. 나머지 2천만 달러는 대통령취임축하위원회에서 취임식 입장권 등을 팔아 충당했다. 사실 미 대통령 취임식 파티는 초청장이라는 개념이 없다. 초청장으로 알려진 것은 미 의회가 공식 교류 관계가 있는 세계 각국 의원들에게 보내는 소량뿐이다. 한국 국회의 ‘한·미의원친선협의회’소속 의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래서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줄이어 워싱턴에 간 한국 정치인들은 대부분 일반인과 같이 돈을 지불해야 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취임식에 돈을 내고 참석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갈 때 주위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들도 한국처럼 관(官)에서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야만 앞줄에 설 수 있다. 취임식 파티 입장권은 등급에 따라 최저 250달러에서 최고 1만 달러까지 가격이 다르다. 정·부통령 당선자 내외와 악수라도 한번 할 수 있는 자리는 1인당 1만달러를 내는 자리와, 텍사스주·플로리다주·캘리포니아주 등 4개주가 주최한 파티뿐이다. 1만 달러를 내면서 저녁 한끼를 먹을 재력을 가진 사람은 미국에서도 할리우드 배우와 재벌뿐이니, 한국에서 날아간 정치인들은 먼 발치에서 박수만 치다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한국 정치인들이 기를 쓰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부시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세계정치뿐만 아니라 한반도까지 쥐락펴락하니, 대통령이 안 되면 참모진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 하기 때문이다.

꼬마 부시와 거물 참모들

그렇다면 한국 정치인들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는 부시 행정부의 실세들과 막후의 싱크탱크들은 어떻게 포진되어 있을까? 무엇보다 한반도 정책을 좌우할 인사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의 한 신문은 코흘리개 꼬마인 부시 주위를 거대한 참모들이 둘러싸고 있는 광경을 만화란에 내보냈다. 부시 대통령과 참모들의 성격을 묘사한 만화로 당선자 부시는 신출내기지만, 주위의 인맥은 모두 거물이라는 뜻이다. 부시 행정부를 움직이는 ‘거물’들은 크게 다음과 같은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 두 번째는 짐 베이커 전 국무장관(부시 2세 대통령선거본부장)과 인맥, 레이건 전 대통령과 그 인맥, 그리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인맥이다. 심지어 포드 전 대통령 사람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이 거물들은 모두 구세대라서 신선미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노련미는 최고다.

부시 신행정부가 임명한 내각을 평가해보면 선거 때 말썽이 많았던 것을 보완하기 위해 일단 국민화합형 인사를 한 흔적이 엿보인다. 먼저 콜린 파월(Colin Powell) 국무장관 지명자와 로드 페이지(Rod Paige) 교육장관 지명자 등 흑인이 2명 눈에 띈다. 흑인 장관을 2명이나 임명한 것은 역대 최초다. 히스패닉계도 차베스 노동, 멜 마르티네스 주택장관 지명자 등 2명이었다가 차베스 지명자가 중도하차하면서 한 명으로 줄었다.

아시아계도 1명 있다. 민주당 영입 케이스인 미네타 교통장관 지명자인데, 190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온 일본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이민 2세다. 아랍계도 1명 있다. 레바논계인 스펜서 에이브러햄 에너지 장관 지명자다. 여성장관도 처음에는 크리스티 휘트먼(Christie Whitman) 환경처, 앤 비너먼(Ann Veneman) 농무, 게일 노튼(Gale Norton) 내무, 린다 차베스 노동장관 지명자 등 모두 4명이었다. 이중 차베스 노동장관 지명자는 휘말려 중도하차했다.

각료급인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로버트 죌릭(Robert B Zoellick)이 지명되었다. 역시 각료급인 CIA 국장은 따로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 출신의 조지 테닛(George Tenet) 국장을 그대로 유임할 가능성이 크다. FBI 국장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새 행정부 출범시 각료를 따로 발표하지 않으면, 대부분 1년 정도 유임하는 경우였다.

주요각료 펜타곤 출신이 장악

부시 행정부 내각의 인종 분포는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도 다양성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보수색이 짙은 인사들이다. 이 인사들의 보수색이 너무 짙다보니 상원 인준을 받을 때 실패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가령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존 에시크로프트(John Ashcroft)는 강력한 낙태 반대론자로 여성과 젊은층의 반발을 크게 사고 있다. 또 그는 연방판사에 흑인판사 로니 화이트(Ronnie White)를 임명하는데 반대한 기록도 있어 흑인 민권 단체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인사들이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예상하기 위해서는 공화당 행정부 깊숙이 들어가 있는 싱크탱크를 살펴야 한다. 부시 신행정부의 싱크탱크는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 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ion), 국가안보협의회(NSC), Asia Council Peace And Studies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서도 한국이 주목해야 할 단체는 ‘Asia Council Peace And Studies’다. 이 단체는 매달 ‘Washington Report And Analysis’라는 두꺼운 보고서를 펴내는데, 여기서 한반도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 헤리티지 재단은 미 보수주의의 진앙지를 자부하면서 공화당 정책의 젖줄을 쥐고 있다. 이 싱크탱크의 연구원들은 거의 매일 부시의 정권인수팀이나 각료 지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취임 후에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내각 인선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미국 외교정책을 사실상 좌우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펜타곤 출신들이 장악했다는 점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정회원은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인데,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럼스펠트 국방장관 등 펜타곤 출신이 3명이나 된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당시 딕 체니는 국방장관이었고, 콜린 파월은 합참의장이었다. 럼스펠트는 포드 행정부 당시 국방장관이었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좌우하는 주요 포스트에 펜타곤 출신이 포진했다는 것은 세계 각국 입장에서 여간 껄끄러운 일이 아니다.

새로 출범하는 부시 행정부는 벌써부터 펜타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월 둘째주 초, 부시와 딕 체니는 당선자 자격으로 펜타곤을 방문했다. 펜타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부시 당선자측이 군인들의 봉급을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인상폭이 사병의 경우 월 750달러가 올랐다. 이렇게 펜타곤의 사기를 잔뜩 올린 뒤 부시·체니 당선자들은 펜타곤을 방문해서 육·해·공·해병대 장성들에게 업무보고와 충성맹세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그들은 국가미사일방어계획(NMD)과 전구미사일방어계획(TMD)을 추진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부시 신 행정부의 대통령 공약 사항에는 세금을 감면하겠다는 조항이 들어있었다. 그렇다면 군인들의 봉급을 인상하는 재원은 어디서 나올까? 부시 행정부측의 대안은 부정부패가 창궐하는 러시아 같은 나라에 지원하는 금액을 과감히 끊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세계 주요국과의 관계를 대결 기조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물론 미국의 외교정책이 완전히 뒤바뀌지는 않겠지만 곁가지는 바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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