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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대논쟁! 페미니즘

“여자여, 복수심을 버려라” vs “남자여, 무거운 짐 벗어라”

격돌좌담 : ‘파괴냐 해방이냐’

  • 조성식 mairso2@donga.com

“여자여, 복수심을 버려라” vs “남자여, 무거운 짐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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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 남자들이 사랑하는 심리하고 여자들이 사랑을 바라는 방식은 다르다고 봐요.

김신명숙 : 아까 말씀하신 교수가 제자를 사랑해서 그랬겠어요?

신승철 : 그건 아니죠. 반 장난이죠. 어쨌든 성희롱법은 누군가를 구제하기 위해 만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 사건에 관련된 두 여학생 다 학교를 못 다녀요. 이게 뭐예요? 성희롱법이 잘못 됐다는 것이 아니라 상호 소통 방식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남자들은 대부분 사랑할 때 섹스를 원하지만 여자들은 다르거든요. 먼저 감정교류가 이뤄져야 하는데 남자들은 그걸 몰라요.

남윤인순 : 성적 결정권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방법을 바꿔야죠. ‘한국 남성은 그렇게 살아왔다, 그걸 이해해달라’가 아니라 잘못된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겠어요?

신승철 : 본질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민용태 : 한국의 남성 교육이 문제입니다. 한국 남성은 우월주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어요. 남성을 문화화하는 선결과제는 여자와의 말 트기라고 봐요. 그런 면에서 대화 관계를 끌어내는 교육이 필요하죠.

신승철 : 나는 여성운동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봐요. 가정폭력 등 여성이 피해를 입거나 희생당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여성운동을 통해 과연 한국 여성 지위가 얼마나 올라갈지는 낙관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 술집 접대부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죠? 몇 백만이에요. 강남에 가면 둘 중 하나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자입니다. 사회 참여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향락문화에 빠져서….

김신명숙 : 도대체 그 여자들이 그런 일을 하도록 만드는 남자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거예요? 한국 여자가 모자라서 러시아, 태국, 필리핀 여자까지 데려오는데 도대체 그 남자들, 어디에 있는 거예요. 나는 늘 그게 궁금해요.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요.

신승철 : 나도 포함돼 있어요.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니까. 그런데 그런 문제는 이데올로기와 법으로 해결하기 힘들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 어쩐다 그러는데 성이 상품화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남윤인순 : 성을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파는 사람도 생기는 거죠. 자발적으로 좋아서 성을 파는 게 아니잖아요.

신승철 : 가정 주부들이 노래방에 가서 3만 원 팁 받고, 5만 원 주면 나가고….

남윤인순 : 성을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신승철 : 한쪽으로만 보면 안된다니까요.

민용태 : 성이나 돈을 마음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성희롱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죠. 여자에게 돈을 제대로 주지 않아 고소·고발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김신명숙 : 돈에 의한 차별이야 곳곳에 널려 있잖아요.

민용태 : 지위를 올려주지 않았거나 돈을 충분히 주지 않았기 때문에, 화간에 가까운데도 고발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죠.

김신명숙 : 그것은 부작용이잖아요. 부작용 없는 처방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어떤 약도 다 부작용이 있잖아요.

민용태 : 부작용이 훨씬 무섭습니다. 나도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점에서 공범인데요. 실제 사건은 주관적인 겁니다. 마음으로는 서로 좋아서 만지고 사랑했을 수도 있습니다.

김신명숙 : 그런 경우라면 성희롱으로 고발되겠어요? 안되죠.

민용태 : 아니죠. 뒤에 생각해보니까, 남자가 나쁘단 말이죠. 그럴 때 고발한다는 겁니다.

김신명숙 : 글쎄 그 경우라면 한국에서는 절대로 처벌을 받지 않을걸요. 화간을 무슨 증거로?

민용태 : 좋아서 했다는 근거를 만들 수 있습니까? 그건 은밀한 관계인데요.

김신명숙 : 아마 어려울 겁니다. 그보다 훨씬 입증하기 쉬운 강간 사건도 법정에서 인정되는 비율은 2% 안팎이라고 하던데.

민용태 : 아니죠. 교수나 장군은 명예에 대한 처벌이 더 무겁죠. 소문이 난 것 자체가 엄청난 처벌입니다. 게다가 그 문제로 법원까지 간다면 유·무죄를 떠나 교수나 장군으로서 생명은 끝난 겁니다.

김신명숙 : 성희롱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그런 스캔들을 일으킨 사람은 명예가 엄청나게 훼손됐어요. 그러니까 그런 것과 성희롱 법제화는 상관없는 일이죠.

민용태 : 그렇지 않죠. 사랑은 대화 관계입니다. 그런데 성희롱 법규 제정으로 그것을 다른 쪽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떤 여자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불신의 시대가 오겠죠.

남윤인순 : 인간관계를 서먹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죠.

민용태 : 교수가 제자와 함께 술을 먹었어요. 술을 먹으면서 성희롱적 욕망이 아니라 사랑의 감정이 생길 수도 있겠죠.

남성의 감정 기준이 문제

남윤인순 : 남성이 생각하는 사랑의 감정 기준이 문제거든요. 그것이 대개 일방적이거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식이거든요. 그런 태도가 이때까지 성희롱을 많이 유발했어요. 이제는 남성 의식이 변해야 해요. 그건 사랑이 아니잖아요.

민용태 : 남자를 양성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인가요?

남윤인순 : 여성이 동의하는 성,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거죠.

민용태 : 그러니까 여자는 한번 ‘노’(NO) 하면 끝까지 ‘노’ 한다는 얘기입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남윤인순 : 한번 아니라고 했다가 그 다음에 또 아니라고 하면 그건 아닌 거죠. 상대가 거부하면 그만둬야 하잖아요. 그런데 분명히 아니라고 했는데도 강제로 하는 경우가 있어요. 계속 아니라고 하는데도 ‘내 생각은 아니야’ 하는 식이에요.

민용태 : ‘노’라는 증거 확보가 관건이 되겠습니다.

김신명숙 : 선생님이 우려하시는 그런 일이 현실에서 얼마나 일어날 것 같아요?

민용태 : 저는 다행히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상할 수는 있습니다. 선의의 행동이 엄청나게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김신명숙 : 그것까지 조심하셔야죠.

민용태 : 미리 쫄아버린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길거리에서 늘 강도를 만나기 때문에 강도가 무서운 게 아닙니다. 강도가 있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은 나의 자유와 자유로운 삶의 느낌을 견제합니다. 나의 모든 행동을 제약합니다.

김신명숙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데 사회적 관계 속에 살려면 어느 정도 감수하셔야죠. 그리고 지금 말씀하신 부분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승철 : 그런데, 아니, 안티미스코리아 운동하는 사람들은 뭐예요?

김신명숙 : 그게 우리예요.(웃음)

신승철 : 왜 이런 게 시작된 거예요? 안티미스코리아? (미스코리아대회가) 여성을 상품화한다고 해서 생긴 거예요? 지구촌 시대에 미인대회는 어느 나라나 다 있는데.

김신명숙 : 미국에서는 이미 60년대 후반에 미스아메리카 반대운동을 크게 해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큰 이슈가 됐어요.

신승철 : 이념은 좋은데, 우리나라 여성 2000만 명, 아니, 성숙한 여자 150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안티미스코리아에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김신명숙 : 글쎄요. 자기 가치관에 따라 생각이 다른 사람도 있겠죠.

남윤인순 :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현상의 문제점을 짚어 보는 좋은 계기였다고 봐요. 왜냐하면 미스코리아대회를 통해 형성된 자본 시장이 굉장하거든요.

김신명숙 : 그런데 왜 사람을 무대에 올려놓고 1등, 2등을 가려야 합니까? 왜 사람을 무대에 세워놓고 걸어봐, 노래해봐, 그러면서 1, 2등을 뽑아야 해요?

신승철 : 그것도 하나의 문화로 봐야지요.

김신명숙 : 따님 없으세요?

신승철 : 있어요.

김신명숙 : 나는 딸이 있으면 그거 못 보게 할 것 같아요.

신승철 : 나는 ‘너 보고 싶으면 봐’ 그러죠.

김신명숙 : 미스코리아대회가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거든요. 우리가 문제삼는 건 대회 자체 보다 행사 방식이에요. 그냥 조용히 하면 괜찮아요. 그런데 이걸 가지고 전야제, 본선, 뒤풀이 등 난리법석을 하면서 정말 여왕이라도 탄생한 것처럼 젊은 아이들한테 환상을 심어주고 한국 여성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고 가잖아요. 외모 제일주의로만 몰고 가는데,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라고 하는데, 외모만 가꿔서 여성의 세기가 오겠어요?

민용태 : 미스코리아 외모라는 말도 있듯이 보여주기 위해 가공한 미는 비생명적입니다. 눈 없다고 숨 못 쉬는 사람은 없어요. 그렇다고 볼 때 다른 감각의 미녀가 있겠죠. 만지기 좋은 말랑말랑한 여자, 품에 드는 여자, 냄새가 좋은 여자, 섹시한 여자….

김신명숙 : 선생님, 그걸 남자로 바꾸면 안되겠어요? 만지기 좋은 남자.

민용태 : 현대의 보여주기 중심적 문화현상에서 소외되기 쉬운 인간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접근은 21세기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김신명숙 : 아름다움은 각자 느끼도록 놔두세요. 왜 무대에 올려놓고 점수를 매깁니까.

신승철 : 나는 미스코리아 대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신명숙 : 아마 예쁜 여자 뽑는 대회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신승철 : 여성운동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어요. ‘야 너희 여자들 잘 났다고 어쩌구저쩌구 떠드는데 너희들도 똑같이 군대 가’. 의사 사회는 비교적 남녀가 평등한 편인데 군대가 문제예요. 여자는 안 가잖아요. 군대 갔다오면 여자는 조교수가 돼 있고 남자는 전임강사예요. 군 가산점도 없어요. 여자들이 유리한 점이 있다니까 오히려. 군대에서 3년 동안 있다 나오는데, 완전히 인생 허비하는 거야.

김신명숙 : 그런데 선생님, 지금 의료계에서 고위직이나 중요한 직책을 여자들이 다 차지하고 있나요?

신승철 : 여자들은 한 40대 되면 편해지려고 그런 자리를 맡지 않아요. 애 키우느라 힘들기도 하고.

김신명숙 : 맞아요. 그게 군대 가는 것보다 사실은 더 힘들 수 있어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거고.

남윤인순 : 여자도 군대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군대가 바뀌면….

신승철 : 여자들보고 가라는 얘기가 아니라, 갔다 오면 전문가 사회에서 손해라니까요. 진급이 늦어요.

남윤인순 : 군대 경력을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공무원 시험 볼 때 남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건 문제예요.

사회 : 올해 여성단체들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은 것이 호주제 폐지입니다. 호주제는 가부장제 타파의 상징이기도 하죠.

남윤인순 : 지난 89년 가족법이 개정돼 지금은 호주 승계제도로 남아 있죠. 아들, 손자 순으로 호주를 승계하고 있어요. 호주 승계 제도의 비민주성이나 불평등성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고 있어요. 호주제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남아를 낳아야 한다는 의식을 부추기는 거예요.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버지 성을 강제로 쓰는 나라예요.

호주를 중심으로 가계를 정리하는데 지금의 가족 형태와 잘 안 맞아요. 호주를 중심으로 가구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부부를 중심으로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가 83%를 차지해요. 그렇게 보면 호주제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진단이 가능해요.

호주제를 없애고 부부 중심으로 하든지 아니면 개별 가족으로 하든지 새롭게 개편하자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입니다. 아버지 성을 강제로 쓰는 것도 반대합니다. 지금 호주제 폐지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보면 50% 정도는 찬성해요. 정부에서도 폐지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신명숙 :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 기관마다 다른 것 같아요. 방송에서 하면 낮게 나오잖아요.

남윤인순 : EBS에서 했을 때는 생각보다 많이 나왔고, KBS에서 했을 때는 낮게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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