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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의 남성탐구

변화의 달인 김윤환 딸각발이 선비 김윤식

  • 정혜신

변화의 달인 김윤환 딸각발이 선비 김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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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의 좌우명은 중용상덕(中庸常德)이라고 한다. 김윤환의 정치철학과 그가 추구하는 삶의 스타일이 그대로 담겨있는 듯한 좌우명이다. 그는 정치도 시를 닮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인데,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면 지난 20년간 무위(無爲)와 낙관(樂觀)으로 한국 정치 무대의 한쪽을 차지해온 인물이 김윤환이란다. 그는 자신이 실무형도 보좌형도 아니며 늘 중용을 걷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182cm의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 격식을 따지지 않는 행동거지, ‘선비탈’이라고 표현되는 특유의 미소에서 비롯하는 친화력은 마력이라고까지 불린다. 거리낌없이 사람들을 대하고, 상대를 압도하기보다는 감싸안으며 이해시키는 게 그의 최고 무기다.

그의 인간적 매력이나 독특한 스타일은 그대로 정치인 김윤환의 탄탄한 정치적 자산으로 이어진다. 김윤환은 이 막강한 무기를 바탕으로 도저히 하나로 엮일 수 없는 인물들을 하나로 만들어내고, 한 목소리가 되도록 하는 아교가 되고 디딤돌이 된다. 타협과 조정의 명수라는 별명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대통령제 아래에서 대권도전의 깃발을 든 적이 없는 그의 주위에 사람이 몰리는데 대해 그를 따르는 한 의원은 “허주는 합리성과 상식을 바탕으로 정치를 물흐르듯 한다”며 “그를 따라가서 최소한 손해보지는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정계에 입문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언제나 권력의 핵심부에서 ‘킹메이커’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나름의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게 단지 ‘노련한 처세술’만으로 가능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소위 ‘정치공학’이라고 불리는 그의 탁월한 ‘정치적 능력’이 단단히 한몫을 했으리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은 대부분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적어도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그렇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정치인에게 그런 수식어가 붙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자산 증식에 놀랄 만큼 뛰어난 실적을 보이는 자산관리 전문가에게 다 좋은데 지나치게 이재에 밝다고 손사래를 치는 꼴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나친 애정과 지나친 혐오는 모순의 극단이라 할만하다. 우리나라 정치는 일종의 블랙홀이다. 그 안에만 들어가면 고매한 인품도, 전문가적인 안목도, 사회적 명성도 모두 컴컴한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입뭇매에 시달리는 정치인의 모습만 남는다. 아마 김수환추기경이나 법정스님이 정치를 해도 블랙홀의 흡인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견뎌낼 장사가 없다.

우리나라 정치의 구조적 결함이 그 첫번째 원인이겠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의 모순된 감정이나 인식 때문에 그렇게 되어버리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윤환이란 인물은 아직 블랙홀에 완전히 잡아먹히지 않고 빛을 발하는 부분이 잔존하는 흔치않은 정치인 중의 한 사람인 듯하다.

필자처럼 정치평론을 업으로 하지 않는 정신과 의사가 정치문제를 언급하는 건, 김윤환이란 인물이 일반인들의 정치인식에 대한 빛과 그림자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사로잡는 정치인

지난해 초 필자는 한 잡지에서 중앙 일간지 30대 정치부 기자가 했다는 말을 인상 깊게 읽었다. 정치인 김윤환에 대한 인간적인 느낌을 말한 것인데 내용은 이렇다.

“솔직히 정치판에서 없어져야 할 구악 1호가 허주라고 생각했었다. 도대체 몇년째 정치판에 머물고 있고, 그것도 권력의 핵심만 찾아다니느냐. 킹메이커랍시고 이 땅에 금권정치의 폐해를 가져온 대표적인 인물이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정치인 김윤환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 기자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허주를 몇 번 만나보고 나서는 그의 팬이 되어 버렸다. 밖에서 알던 것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고 그나마 정치의 멋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에 대해 별반 좋지 않은 선입관을 가지고 있던 사람까지도 몇 번 만나고 나면 은근한 팬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김윤환의 장기라던데 그 말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정보 그리고 훈련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기자들일텐데, 그들의 고백이 이러하다면 다른 사람은 더 말해 무엇할 것인가. 김윤환의 무엇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이 기회에 필자의 사적인 얘기를 좀 토로해야겠다. 김윤환을 보는 시각과 관련된 내용일 수도 있으므로 너그러운 양해를 바란다. 오래 전부터 필자가 남성탐구에서 다루어보고 싶은 대중예술인이 한 명 있는데 아직 그러질 못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연히 그 사람과 한두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그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면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 긍정적 내용은 어쩐지 낯이 뜨거워서, 부정적 내용은 또 그가 마음에 걸려서 쓰지를 못한다. 남성탐구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필자는 일면식조차 없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철저하게 자료에 의존하는 인물평전인 셈인데, 한계 또한 명백하게 두드러지는 작업방법이다.

예를 들어 김윤환에 대한 인물평전을 쓰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섭렵한 후 그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는데, 보강 취재를 위해 그를 직접 만나보니 자료와는 달리 그 기자처럼 인간적 매력에 깊이 끌려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리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김윤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실체는 과연 어떤 것일까. 양자가 균형있게 조화될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적’이란 끈끈한 실체감이나 유대감은 너무 쉽게 ‘있는 그대로’의 실체적 진실을 압도해 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필자는 동일한 인물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자료들을 동시에 정독하는 것으로 나름대로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김윤환에 대해서는 그런 노력이 더 많이 필요했다.

지난 10년간의 중앙 일간지 기사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에 ‘김윤환’이란 검색어를 입력했더니 검색건수가 1만건으로 표기되었다. 아마도 용량의 한계치라는 표시일 것이다. 정치경력이 훨씬 더 오래된 3김씨도 그 정도의 분량은 아니었다. 신문사 편집국장 출신이라 기자들 사이에서 더 호의적으로, 더 자주 거론될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나라 정치인 중 언론계 출신이 어디 김윤환 혼자 뿐인가. 그건 그만큼 김윤환이 정치사의 주요 고비마다에서 빠지지 않고 일정한 정치적 역할과 영향력을 유지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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