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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전설적 주먹’ 2인 연쇄인터뷰

전 안토니파 보스 안상민 , 김두한 후계자 조일환

  • 조성식 mairso2@donga.com

전 안토니파 보스 안상민 , 김두한 후계자 조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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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에 따르면 주먹들은 자기 과시와 허세 부리는 데 엄청난 돈을 들인다. 전성기였던 80년대 중반 안씨는 그때만 해도 서울 거리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던 벤츠500을 탔다. 또 언론 보도로 널리 알려진 것처럼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외제 방탄 승용차를 몰고 다녔다. 주한미국대사가 타던 것을 뒷거래로 구입했다고 한다.

“요즘은 센 놈들 참 많아요. 저도 예전에 몇천만원짜리 옷을 입어 봤지만, 요즘 잘 나가는 주먹들은 그런 옷을 한번에 대여섯 벌씩 사들입니다. 그런 애들은 ‘김태촌이 누구야’ 하는 거죠. 한 달 수입이 보통 수억 원대입니다. 푸조 도요타 크라운과 같은 최고급 외제차 아니면 안 탑니다. 지금 서울 시내에 벤츠가 1000대 있다면 그중 900대는 건달 것입니다.”

―그토록 화려한 세계에 있다가 평범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듯싶습니다. 주먹들이 좀처럼 그 세계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처음엔 저도 무척 괴로웠습니다. 주변의 유혹도 끊이지 않고요. 주식 투자해라, 카지노에 놀러 오라…. 요즘은 그 선은 넘어섰습니다. 한 달에 100만 원 벌면 100만 원으로 삽니다. 돌아다니지 않고 특별히 하는 일이 없으니 그 돈으로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더라고요. 예전엔 한 달 품위유지비만 1500만∼2000만 원이었습니다. 경조사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전국을 다 돌아다니는데, 이름값이 있으니 한번 내면 최하 50만 원입니다. 요즘은 연락이 와도 가질 않죠.”

―은퇴를 선언했을 때 ‘동생’들이 반발하거나 말리지 않았습니까.



“반발 못하죠. 제가 워낙 강했으니까요. 저를 따르던 동생들 일부는 서운한 감정을 가졌을 겁니다. 은퇴하면서 돈을 노나주지도 못했고 챙겨놓은 비자금도 없었으니. 또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게 되니 타격이 컸겠지요. 하지만 내 가정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언제까지 조직을 책임지겠습니까. 고향 쪽 동생들은 거의 다 저를 따라 손을 씻었습니다.”

―김태촌·조양은씨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적잖은 주먹들이 공개적으로 새 삶을 선언하고도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 재구속의 빌미를 제공하곤 했습니다. 주변의 유혹도 유혹이지만 무엇보다 당사자의 의지가 약했던 것이 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말 손을 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일단 서울을 떠나야 합니다. 서울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쉽지 않습니다. 온갖 유혹의 손길이 뻗쳐 옵니다. 시골에서 부모님 모시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양은형님이나 태촌형님에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자기들처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해줬기 때문입니다. 시골에 들어가 살면 주먹계에서 차츰 잊혀집니다. 자기 과시도 문제입니다. 제 책을 보고 드라마·영화제의도 들어왔습니다. 저도 영웅심이 있는 놈입니다. 하지만 다 거절했습니다. 저는 지금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애초 안씨가 주먹계 은퇴를 선언한 것은 세 번째 옥살이가 끝난 직후인 1997년 4월이었다. 그러나 은퇴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대선이 닥치자 정치권은 늘 그래왔듯 주먹들을 선거운동에 끌어들였다. 전국의 주먹들은 각자의 연고와 이해관계에 따라 줄을 갈라섰다.

모 정당의 회유 공작

대선을 석 달 앞둔 그해 9월 안씨는 모 정당의 대선캠프 합류요청을 고민 끝에 받아들인다. 유흥업소로 대표되는 지하세계와 시장바닥의 ‘밑바닥 표’를 끌어 모으고 상대 당 유세활동을 견제하는 것이 주요 소임이었다. 어느 날 상대 당 쪽 사람이 안씨를 찾아와 회유했다. ‘양심선언’을 해주면 선거가 끝난 후 ‘큰 선물’을 주겠다는 제의였다. 정치권이 주먹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잘 아는 안씨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검찰에 불려갔다. 마약복용 혐의였다. 서울 손님을 접대하는 술자리에 불렀던 아가씨들에게서 마약양성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소변·모발검사를 받았다. 음성반응이었다. 그런데도 구속됐다. 폭행 등의 혐의가 덧붙여졌다. 1년6개월형.

“너무 기가 막혔습니다. 괘씸죄에 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이게 뭔가. 정말 이 세계를 떠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안씨와 함께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이불가게를 찾았다. 시장 한복판에 있는 조그만 점포였다. 초등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어린 시절의 풋사랑을 키워 결혼에 이르렀다. 그의 아내는 오랜 세월 남편이 주먹계를 떠나길 고대하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가 가끔씩 거액의 돈을 건네면 ‘더러운 돈은 받지 않겠다’고 뿌리칠 정도였다.

안씨가 주먹계를 떠날 결심을 굳힌 것도 감옥에서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을 절절히 느끼면서다. 그때부터 그는 아내에게 존대말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아내는 몇 년 전 자궁암 진단을 받고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큰 수술을 받았다. 그래선지 얼굴엔 고생한 흔적이 뚜렷했다. 안씨가 아내의 손을 잡아 기자에게 보여줬다. 시골 농사꾼처럼 투박하고 거친 손이었다.

“이게 어디 여자 손입니까. 다 저 옥바라지하느라 이렇게 된 겁니다. 더 이상 아내에게 고통을 주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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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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