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교육리포트|전직교사의 현장고발

학교경쟁력 추락시키는 오락형·출세형 교사들

  • 이인규

학교경쟁력 추락시키는 오락형·출세형 교사들

2/3
부적격 교사의 개별적인 사례들도 자주 거론되지만, 교사 전체의 반개혁적 성향에 대한 언론, 관료, 학부모, 학생들의 지적도 날카롭다. 특히 지난날 1500여 교사가 해직을 감수하면서 참교육을 외쳤던 전교조에 대한 국민의 요구수준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실망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듯하다. 한 학부모회 임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솔직히 전교조는 이제 노동조합일 뿐입니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속 편하죠.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속상합니다. 결국 그렇게 변해버릴 전교조를 내가 그토록 열렬히 지지했던가 하고…. 요즘 전교조는 교사의 권익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정책이 나오면 아무리 진보적인 것이라도 반대성명을 내고 집단시위를 벌입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권익에 대해선 아예 ‘모르쇠’입니다. 학교를 다양화하자는 것도, 학생을 위해 선택교과를 늘리자는 것도, 아이들의 학습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통합교과를 늘리자는 것도 반대합니다. 사학 민주화처럼 ‘권력 분산’을 요구하는 데나 적극적이죠.”

교사사회의 무사안일에 대한 지적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자유게시판에는 이런 고발이 실려 있다.

“지금 일선 학교에 가봐라. 수업시간에 뒤에서 자는 애들이 태반이다. 그런 애들을 깨우는 교사는 별로 없다. 그렇다고 교사들이 수업을 따라오는 상위권 아이들에게 맞는 수준으로 가르치지도 않는다. 가사, 음악, 미술, 체육교사들? 연구는 무슨 연구며 학생에 대한 애정은 무슨 애정인가? 이런 교사들은 수업할 내용을 특별히 공부해 오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저 교장이나 교감 눈치보며 대충 책 읽고 진도 나가는데, 학생 대다수가 그런 과목 수업시간에 입시과목을 공부한다. 체육교사들은 아예 그냥 놀게 한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교사들은 “학교붕괴의 구조적 맥락에 대한 치밀한 접근 없이 ‘학교=교사’라는 좁은 시야로 현실을 판단,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교사의 등뒤에 교장, 교육청, 교육부, 정부, 그리고 국가의 교육정책과 교육이념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도 그런 건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문제의 하중이 교사에게 실린다는 얘기다.



실제로 교사가 학교에서 맞닥뜨리는 난제들은 개별적인 연구나 수업 전문화를 통해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최근의 학교붕괴 현상도 국가 근대화 체제에서 ‘압축적 근대화’ 작업의 일단을 담당했던 학교가 대변혁의 세기에 문화지체(culturallag) 현상을 보이면서 나타난 것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감지되는 붕괴현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회 토론회에서 한 여고 교사가 들려준 다음과 같은 사례를 보면 그 책임을 교사에게 일차적으로 묻게 되겠지만 좀더 깊이 생각해보면 책임의 소재는 복합적이다.

PLAY-PAUSE-PLAY…

“차렷, 차렷-! 차-아-려엇! 차-아-려-엇!”

반장이 차렷을 다섯 번쯤 외친다. 그래도 자기 자리에 돌아오지 않거나 친구와 떠드는 아이들이 있다. 나머지 50여 명의 아이들은 홍콩 무술영화 비디오를 보다 잠시 멈춤 버튼을 눌러놓은 듯 엉거주춤 어색한 자세로 앞에 서 있는 교사를 쳐다본다.

“경례!”

고개들이 잠시 아래로 내려가는가 싶은 순간, 교실은 곧 ‘PAUSE’ 버튼을 풀고 ‘PLAY’ 버튼을 누른 듯 활기 찬 움직임과 소리로 가득 찬다. 그 활기 속에서 오직 교사만 소외된다. 선생이 손으로 칠판을 몇 번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막대기로 교탁을 힘껏 내리친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썰렁한 얼굴로 교사를 바라본다.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교사는 준비했던 이야기를 꺼낸다.

“너희들 오늘 학교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니? 난 지하철 속에서 만난 거지 소년의 웃음이…”

그쯤에서 절반 가량의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얼굴을 돌리고 자기들끼리 하던 얘기를 계속한다. 한쪽에선 까르르 웃고 다른쪽에선 농구선수의 사진, H.O.T의 그림엽서가 오간다. 저 뒤에선 음료캔을 따는 소리….

교사의 표정이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딱딱하게 굳는다. 신경 써서 준비했던 이야기를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하고 황급히 거둬들여야 하는 참담함. 교사는 끓는 속을 억누르고 냅다 소리를 지른다.

“책들 펴!”

분위기 파악에는 ‘귀재’인 아이들, 즉시 고요해진다. 이럴 때 잘못 걸리면 재수없게 당하기 쉽다. 그리고 어차피 이 과목은 필수. 지겨워도 대학 가려면 들어야 한다. 그래봤자 교과서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아이들은 극소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하품소리, 첫 시간부터 졸기 시작하는 아이들, 몰래 오가는 쪽지.

“선생님!”

의외라는 듯 학생을 쳐다보는 교사.

“왜? 질문 있니?”

“화장실 좀 갔다 오면 안 돼요?”

지금 학교가 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는 문화지체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과적으로 학교의 ‘적응력 부재’가 연이은 정책 실기(失機)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은, 이제라도 냉정하고 과감하게 정책을 전환하면 학교가 새롭게 재편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오락형·출세형·개혁형 교사

그렇다면 왜 교육정책들이 실기했을까.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교육개혁과 정책이 교육의 필요와 논리에 의해 이뤄졌다기보다 외부의 정치·경제적 요청과 필요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경험과 자생적인 개혁 아이디어를 교육 현실에 접목시키기보다는 관료와 학자들이 우리에게 맞지도 않은 외국의 이론과 아이디어를 무리하게 도입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을 단행,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한 것이다.

위로부터의 개혁은 공허한 구호와 타율적 규제로 교사들에게 자율적인 능력을 실험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갔고 피동적인 교직 수행을 관습화했다. 교사들을 개혁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시키지 못하고 동원하는 방식으로 개혁이 추진되면서 정부의 교육개혁 조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적 태도를 형성하게 한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그렇게 야기된 교사들의 무관심과 냉소적인 반응을 문제 삼아 ‘국민적 압박’을 통한 정년 단축, 성과급제 등의 드라이브를 강행한 것이다.

어느 집단이나 마찬가지로 교사집단에도 개혁의 싹이 있는가 하면 개혁의 암초도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재정 의원(李在禎·민주당)은 지난 1월 펴낸 ‘학교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정책보고서에서 교사를 세 유형으로 나눈다.

첫째 유형은 ‘오락형’ 교사다. 이들은 수업보다 취미생활에 더 관심이 많다. 수업이 비는 시간에는 바둑이나 장기, 컴퓨터 게임을 즐긴다. 방과 후에는 테니스 같은 운동이나 놀이에 몰두한다. 승진에도 신경 쓰지 않고 학생들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다른 직장에 비해 이른 퇴근시간과 방학은 그들이 즐기는 오락을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이들은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다. 학교에 출근하는 대로 신문 경제면을 섭렵하고 교육용으로 지급한 컴퓨터로 틈만 나면 주식시황을 체크한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교사들은 겉으로는 이들을 경멸하는 태도를 취하지만 이들의 경험에 바탕한 ‘비공식’ 강의에 귀를 쫑긋 세운다.

둘째는 ‘출세주의형’ 교사다. 이 유형의 교사는 교육적 소신이나 학생에 대한 관심은 제쳐놓고 자신의 진로에만 신경을 쏟는다. 아부는 이들의 생존기술이다. 인사고과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대학원에 가서도 공부보다 교수들과의 회식 같은 사교에 더 관심이 많다. 대학원에서 내주는 과제물은 동료나 후배 교사들의 몫으로 넘겨진다. 근무성적 평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교장 등 상급자들과의 술자리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는다. 과음한 다음날 수업이 비는 시간에는 대개 휴게실에서 빈둥거린다.

이들은 승진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수업과 별 관계도 없는 현장연구나 수업자료·작품 제작에 목숨을 건다. 돈을 주고 업체에다 용역을 맡기기도 한다. 이런 교사들의 넘치는 수요 덕분에 교사들의 현장연구 논문 작성을 대행하는 업체는 호황을 누린다.

셋째 유형은 ‘개혁형’ 교사다. 이들은 학교의 부조리나 동료 교사들의 나태함에 분노하고 교육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수업과 학급경영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초임 시절의 정열과 소신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손잡고 권위주의적인 교장과 대립해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상급자나 다른 동료들로부터 경원시된다.

2/3
이인규
목록 닫기

학교경쟁력 추락시키는 오락형·출세형 교사들

댓글 창 닫기

2021/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