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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작은 장군’ 金正男의 비밀행각

도쿄 · 워싱턴 · 베이징 · 유럽 대북정보망 밀착취재

  •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특종! ‘작은 장군’ 金正男의 비밀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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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남이 일본에 간 것은 북한이 이라크에 수출한 미사일 수출대금을 수금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은 최근 SAM16A(견착식 대공미사일) 300기를 이라크에 수출했고 김정남은 이 돈을 챙기려 했던 것이다. 이라크는 SAM16A 대금을 스위스, 홍콩, 시드니, 도쿄에 분산 예치했다. 대금을 송금한 곳은 런던이었다.
특종! ‘작은 장군’ 金正男의 비밀행각
“북한 최고권력자 김정일의 아들 김정남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업무 총책이다.” ‘신동아’로 날아든 첩보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5월3일 오전 11시30분, 인천공항을 이륙한 도쿄행 대한항공 727편이 정상 고도에 올랐다.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다. 새벽부터 잠을 설쳐 피곤한데도, 잠은 오지 않고 정신만 말똥말똥해졌다. 긴장한 탓이었다.

미국 워싱턴DC의 Y선생이 도쿄에 날아와 있는 것도 김정남의 무기 수출 활동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날 저녁, 도쿄 아카사카의 뉴오타니 호텔에 묵고 있는 Y선생과 통화를 끝내자마자 출장준비를 서둘렀다. 일단 Y선생을 만나야 한다. 그를 만나면 김정남의 그간 행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뒤에 일본 내 관련자들을 만나야 할 것이다. 선약을 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취재가 제대로 이뤄지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오후 1시30분,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뉴오타니호텔 로비에서 Y선생을 만난 것은 오후 5시30분. 기초 취재를 끝내고 사케를 한 잔 하기 위해 Y선생과 스시집에서 마주앉았다.



갑자기 TV에서 긴급뉴스가 터져나왔다. 김정남이 나리타 공항에서 밀입국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보도였다. 이 무슨 기우(寄遇)인가. Y선생이 어깨를 툭 치며 빙그레 웃었다.

“최기자, 아무래도 이번에 한 건 할 것 같아.”

그는 김정남이 일본에 밀입국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나는 북조선 김정일의 아들”

기자가 도쿄로 부랴부랴 입국하기 이틀 전인 5월1일 오후 4시경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 제2터미널. 싱가포르에서 날아온 일본 JAL 712편 탑승자들이 게이트를 빠져나와 출입국관리소 입국 심사대 앞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일본인 입국 심사대는 왼쪽, 외국인 입국 심사대는 오른쪽.

오른쪽 외국인 입국 심사대 앞에 길게 늘어선 외국인 가운데는 고급스러운 옷차림의 동양인 일행 4명이 섞여 있었다. 스포츠형 머리에 레슬링 선수 같은 몸집의 젊은 동양인 남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선글라스를 낀 세련된 여인, 7세 정도로 보이는 사내아이와 그의 손을 잡은 30대 초반의 여인. 순서를 기다리던 이들이 마침내 입국 심사대 앞에 섰다. 우람한 체격의 남자가 제일 먼저 여권을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내밀었다.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여권 감지기에 그의 여권을 넣는 순간 벨이 울렸다.

순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출입국관리소 직원 8명이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직원들은 일행 4명을 대열 밖으로 데리고 나와 위층에 있는 조사관실로 데려갔다. 남자는 처음엔 조금 반항하는 듯했으나 출입국관리소 직원과 경찰 여러 명이 그를 에워싸자 저항을 포기했다. 곧바로 다른 일행 3명도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각기 다른 방에 유치되어 조사받기 시작했다.

남자는 처음에는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에는 그의 출생지가 ‘KOREA’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그는 다시 중국사람이라고 주장하다가, 여권에 기재된 사실이 허위임이 밝혀지자 “나는 북조선 김정일의 아들”이라고 신분을 밝혔다. 그는 “아이가 도쿄 디즈니랜드를 보고 싶어해 관광차 왔다”고 덧붙였다.

출입국관리소 직원들도 그가 북한 고위층 인사의 아들일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다 그가 자신이 김정일의 아들이라고 밝히자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법무성은 출입국관리소에 이 사실이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지시했다.

나리타 출입국관리소는 곧바로 이들 일행 4명의 신병을 나리타 공항을 관할하는 이바라키현 불법입국자 수용시설로 옮겼다. 이들은 특실에서 한국말을 할 수 있는 법무성 직원, 검찰, 출입국관리소, 경찰 등 4개 기관 합동조사반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합동조사반은 남자와 여성 2명을 따로따로 조사했다. 합동조사반은 이 남자가 김정일의 아들 김정남임을 확인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법무성은 외무성과 긴밀하게 통신을 주고받았다. 가와시마 유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은 5월1일 밤 다카나와 프린스호텔에서 회의중이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신임 총리에게 사태를 보고했다. 5월2일 아침, 총리공관에서는 법무·외무·관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각료회의가 열렸다.

일본 정부는 북한과 중국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당시 김정남은 중국행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제 관례상 불법입국자는 별 문제가 없으면 출발지로 돌려보내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그를 싱가포르로 추방해야 했다. 범죄사실이 있으면 억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료들은 김정남 일행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중국으로 추방하기로 결정하고 중국측과 막후 교섭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편 일본 언론사들은 5월2일 오전까지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기자들은 5월1일 저녁부터 외무성 북동아시아국과 법무성 출입국관리국이 문을 잠그고 외부인사 출입을 통제하자 무언가 중대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다 그날 오후 나리타 공항을 출입하는 기자들로부터 ‘5월1일 오후 중국측의 중요 인사 몇 명이 불법 입국하려다가 체포되었다’는 보고가 날아들었다. 언론사들은 곧바로 사실 확인 작업에 나섰다. 결국 5월3일 오후 5시30분 니혼TV(NTV)가 사실을 알아내고 임시 긴급뉴스로 첫 보도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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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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