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호

영어공용지역 설치가 지름길이다

  • 허철부 < 명지대 교수 >

    입력2005-04-13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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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교육을 위해 특정 지역을 홍콩, 싱가포르처럼 국어·영어 공동 사용지역으로 설치해야 한다. 소수 영어사용자를 통해 선진지식과 정보를 문어 중심으로 수입해서는 경쟁에 뒤질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인구의 절대 다수가 효과적으로 대량의 지식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직수입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1998년 8월 ‘21세기 경제특집’을 통해 21세기 세계경제는 미국과 일부 영어사용 국가들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영어음치 망국론’을 주장한 일본의 저명한 경제 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일본이 결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에 뒤지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모국어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유난히 강한 프랑스도 영어를 사용하는 북유럽 국가들에 뒤지자 자존심을 버리고 영어교육과 사용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지식정보화의 근간이 되는 세계 유일의 언어가 영어다. 전지구적 지식, 정보 총량의 80∼90%는 영어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식기반경제를 확립하려면 영어사용인구가 경제활동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해야 한다. 원활한 영어사용 능력은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으며 영어는 전략적 자산의 일종이 됐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접어들어 더욱 밀접하게 연결된 경제의 3대 주체인 정부, 기업, 가계(노동자)가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각 주체는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흡수하고 가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제조건이 영어 구어(口語)와 문어(文語)의 완벽한 구사력이다.

    영어는 지식정보화 시대의 ‘문명어’다. 중세유럽에선 라틴어가 지식인의 언어였고 16∼18세기 영국 궁중과 20세기 초엽까지 러시아 왕궁에선 프랑스어를 문명어로 사용했다. 최근까지 동양 여러 나라의 지식인들이 한결같이 한자를 썼던 것도 중국어가 문명어였기 때문. 인류 역사를 통해 문명의 중심지는 몇 군데 되지 않는다. 문명의 중심지와 주변국은 태양계와 그 주변의 위성, 혜성처럼 시스템을 이뤄 상호작용을 한다.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해 지식인들이 한결같이 문명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현대에는 영어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를 포함해 총지식의 80∼90%가 영어로 형성돼 있고 또 쉴 새 없이 새로운 지식이 영어로 만들어진다. 또한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인력과 지식인의 절대 다수가 영어권에서 영어를 통해 상호작용을 하며 지식을 생산한다. 이러한 세계적 지식 생성과정에 동참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19세기 후반 경험한 국치를 반복, 지구상의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다.

    지식정보사회의 문명어



    한국어로 스스럼 없이 사고와 표현을 하면서 동시에 영국인이나 미국인처럼 영어로 사고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언어심리학은 균형적 이중언어 구사자(Coordinated Bilingual)라고 규정한다. 이와 대비되는 소위 ‘콩글리시’를 쓰는 한국인, 한국어 구사에 이상한 느낌을 주는 외국인 선교사들을 복합적 이중언어 구사자(Compound Bilingual)라고 한다. 필자가 아는 한국의 영어 달인 대부분은 국내에서 영어를 익힌 사람들이고 그것은 연령과는 큰 관계가 없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예시하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어도 50대에 교도소에서 영어를 독학해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표현하며 자연스럽게 영어로 기자회견을 하는 김대중 대통령이다.

    필자를 포함해 3∼4명이 196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동시통역사로 각종 국제회의에서 독점적으로 일을 했다. 필자와 고명식씨(전 동양통신 외신부장), 김용성씨(전 주한 미국대사 정치고문) 등이 국내에서 유일한 국제회의 동시통역사였다. 동시통역사는 머리 속에서 한국어와 영어의 사고체계가 동시에 각각 독립적으로 기능하며 두 언어 체계간에 간섭이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적 이중 언어 구사자다.

    이들이 보통의 복합적 이중언어 구사자와 다른 점은 한 두뇌가 동시에 두 가지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이 완전한 한국어로 생각하면서 동시에 완전한 영어로 사고한다는 것이 어떻게 국내 교육만으로 가능할까,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은 노력과 훈련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필자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종종 “당신의 글은 한국어적 관점으로 생각하면 한국적이고 영어적 관점으로 볼 때는 미국인이 쓴 글 같다”고 말한다.

    미국이나 캐나다 국제회의에서 그곳 교수들이 필자에게 “미국에서 오래 거주하며 수십 년 동안 강의를 한 한국인 대학교수도 한국식 영어를 쓰는데 당신은 우리처럼 말한다”며 “어디서 영어를 배웠냐”고 물어올 때 “한국에서 배웠다”고 답하면 믿으려 들지 않았다.

    필자의 영어구사능력이 돋보이는 것은 발음과 영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 덕택이다. 영어 어휘 수나 문법의 정확도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 열세에 있다고 자인한다. 하지만 영미인의 발상법, 즉 표현법과 그것이 표현되는 상황을 공부했고 그대로 모방했기 때문에 네이티브 스피커로부터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한국어로 생각해서 어휘만 영어로 바꾸는 과정으로는 제대로 된 영어를 배우기 어렵다.

    균형적 이중언어 구사자로서 필자의 영어학습 경험이 영어교육 방법론을 개선하는 데 참고가 될 것 같아 소개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1학년에 갓 입학했을 때 영어웅변과 발음학에 권위 있는 안호삼 외대 초대 학장이 필자를 테스트한 적이 있다. 필자는 발성법이나 발음이 영어웅변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아 1학년 2학기 영어연극부원 선발에서 탈락했다. 입학 동기생 중 10여 명은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어의 달인이 돼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었다. 필자는 본래 공대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가정 형편상 외대로 진로를 바꿨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부족했다.

    안호삼 교수는 문학 위주의 영어교육을 비판하고 구어 중심의 영어교육을 강조한 교육자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학계뿐만 아니라 외대 영어과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없었다. 대학은 심오한 이론을 배우는 곳이지 어학훈련을 하는 곳이 아니라는 통념 때문이었다.

    대학 1∼3학년 동안 발성법, 다양한 영어식 강조법과 감정표시법, 철저한 미국 영어식 발음법 등 웅변과 영어 문장력 공부를 하면서 한국말의 번역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영어로 생각하는 방법을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방법에 따라 스스로 독학한 결과로 필자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균형적 이중 언어구사자가 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옥중에서 긴 문장을 외운 것과 같은 방법으로 문장이나 단어 또는 숙어를 따로 떼내 외우지 않고 그것이 실제로 쓰이는 문장과 맥락을 함께 익혔다.

    영어연극, 영어웅변, 영어토론을 하며 영어식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을 배웠다. 문법을 따로 공부하기보다는 문장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대개 영어회화가 강한 학생은 문법과 영작, 독해가 약하고 문장력, 독해력이 강한 학생은 회화에 약한데 그와 같은 불균형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영어원서를 구입할 돈이 없었던 필자는 미국 공보원 도서관에 소장된 5000여권의 책을 전부 읽기로 하고 속독으로 대부분 독파했다. 또한 문학도 지향적인 미국인 강사의 개인지도를 받으며 영어수필 등을 부지런히 썼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로 대학 3학년 때에는 코리아헤럴드 영어웅변대회에 입선해 이승만 대통령과 악수할 기회도 가졌다. 또 서울의 10개 대학에서 30명이 선발된 영어독서·토론모임에 참가, 한국 최초의 대학생 대표로 미국에서 개최된 학생대회에 참석했다.

    당시 학생대표 30명 중에는 아웅산에서 서거한 대통령 경제특보 김재익씨, 전 과기부장관 이태섭씨, 전 중앙대 경영대학장 송용섭 교수, 덕성여대 인문대학장 최은경 교수 등이 있었다. 그곳에 모인 서울 10개 대학 대표들은 모두 출중한 영어의 달인이었고 국제회의에서 한국을 대표하기에 충분한 자격과 영어구사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추출할 수 있는 점은 문어 지향적 교육에서 구어교육을 대폭 보강한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영어교육을 통해 사고와 언어행동이 분리되지 않은 균형적 이중 언어 구사자를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연극과 영어토론

    필자의 영어교육 경험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언급한다. 필자는 1964년부터 1974년까지 대학생 영어토론클럽을 관리, 지도해 10년간 약 10만 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의 영어토론능력을 향상하는 데 기여했다.

    그곳에서 배출된 영어의 달인으로는 서울대 조동성 국제대학원장 및 경영대학장, 서지문 고려대 영문과 교수, 경희대 신방과 이경자 교수, 박종섭 현대전자 사장, 장석환 전 청와대 비서관, 김진석 워싱턴 타임스 기자 등이 있다

    필자는 1970년대 영어연극경연대회를 통해 영어토론클럽 회원들의 발음을 향상시키고 감정 표현과 사고를 영어식으로 하는 법을 가르친 적이 있다. 성과는 대단했다. 필자가 차트를 들고 다니며 발성법과 한국인이 자주 틀리는 자음·모음, 특히 이중모음을 지도했고 같은 문장도 강조, 리듬, 호흡법에 따라 아주 색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는 실례를 가르쳤다. 당시 경희대 체육학과 학생들이 영어연극경연에 참가했는데 이들의 영어실력이 단기간에 월등히 향상돼 많은 학생들이 대학교수, 국제 스포츠 지도자, 스포츠 외교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다.

    필자가 명지대학교에서 맡고 있는 강의의 60∼70%는 영어교재를 쓴다. 본인이 92년도에 창설한 경영정보학과 학생들의 입학 당시 학력고사 성적은 180점 정도에 불과했다(당시 경영학과는 270점이었다). 그중에서도 산업체 지원생 6명의 합격선은 100점대였다.

    학생들을 사흘 건너 시험을 치르며 4년 동안 상당량의 원서를 독파, 발표하게 했다. 원서 강의는 일일이 해석하지 않았다. 미국대학에서 강의하는 속도와 분량을 유지하되 한국어로 강의를 하고 요약을 영어로 했다. 형편없는 영어실력이 일류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던 제자들에게 앞으로도 경쟁에서 핸디캡이 될 수 있는 영어능력을 일거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영어원서를 여러 번 읽고 완전히 소화한다면 중·고등학교 6년간 미진했던 영어능력을 일거에 서울대생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격려했다. 영어는 평생 가장 강력한 배경이 될 것이니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학생들이 도전의식을 느끼고 OHP 등을 스스로 준비하며 다른 과목 학습량의 5∼6배를 투입한 것으로 기억된다. 그 결과로 경영정보학과 1회 졸업생이 경영학과 졸업생보다 더 좋은 직장을 구해 더 많은 급여를 받으며 일하게 됐다. 또한 당시 영어가 약한 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중은행에 근무하면서 산업체 지원생으로 입학했던 92학번 강경화씨는 미국의 자매학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1년간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뒤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현재 회계법인에서 경영학과 졸업생의 3∼4배의 고액 연봉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이 원서교육의 성과라고 자부한다. 필자는 교과서를 지난 10여 년간 개정하지 않았다. 그 일부만 보조교재로 쓰고 영어원서를 주교재로 하고 또 많은 교재내용은 인터넷 등에서 수시로 취합해 학생들이 필자의 홈페이지에서 받아 쓰게 하고 있다.

    지식정보사회의 주역인 지식노동자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영어문화권으로 대변되는 세계 공통문화에 더 많은 한국인이 직접 뛰어든다면 우리가 당면한 대화 문화의 부재현상, 감성과 이성의 대화가 미분화되는 현상이 균형적 이중언어 구사자를 대량 배출하는 것을 발판으로 극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의 70∼80%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한국어와 영어의 균형적 이중 언어 구사자가 되는 것이 범국가적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어 대중교육 환경과 학교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안을 제안하려 한다.

    첫째, 대중영어교육을 위해 여러 지역을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영어와 한국어 공용지역으로 설치해야 한다. 세계화란 해외여행을 즐기고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경제성장의 열매를 자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적자생존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지식기반 경제 아래서 살아 남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것이 세계화다. 산업화 시대와 달리 소수 영어사용자를 통해 선진지식과 정보를 문어 중심으로 수입해서는 경쟁에 뒤질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인구의 절대 다수가 효과적으로 대량의 지식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직수입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1세기에 우리 민족이 생존하려면 경제활동인구의 70∼80%가 복합 전문인력으로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지식노동자가 돼야 한다. 이들 모두가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유창하게 구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의 귀결이다. 지식과 정보를 신속히 학습하고 재창조하기 위한 지식과 정보의 교환, 공동학습, 공동창조과정의 원형은 구어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학교 영어교육이나 대중영어교육 과정에 아동의 언어 습득과정과 같이 영어로 직접 말하고 영어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저비용 고효율’의 영어교육이 이뤄질 것임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사례가 증명한다.

    두 언어 모두를 일정한 교양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제2외국어를 배우는 목표가 돼야 한다. 그런 환경은 영어 사용지역에 유학을 보냄으로써 야기되는 한국어 문화에 대한 결핍과 불균형을 막고 막대한 외화가 낭비되는 악순환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조기 유학을 말한다. 즉 12세 이전에 영어를 마스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언어불구자 만드는 조기유학

    조기유학은 득보다 실이 많은 방법이다. 12세 이전에 영어를 가르치면 영어식 사고가 발달해 영어식 발상법과 영어의 구문을 통해 개념을 이해하게 된다. 가장 적절한 어휘와 표현법을 사용하며 감정과 내용이 일치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 쉽게 말해 영어로 생각하는 법을 터득한다.

    그러나 한국어로 생각하고 한국어 구문을 구축하며 가장 적절한 한국어 어휘를 선택하고 표현하는 방식과 이에 수반되는 평가와 강도를 포함한 한국어로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은 12세 수준에 머물게 된다. 이 어린이는 한국이나 미국사회 어디에서도 독자적으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지성적 불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균형적 이중 언어 구사지역인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합리성·투명성을 갖춘 세계적 기준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우리와 비슷한 중국식 권위주의 전통을 지닌 이들 국가에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경험에 비춰 영어·한국어 공동사용 지역을 설치하면 큰 비용과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세계화, 지식정보시대의 필요조건인 영어와 서구 문화를 획득할 수 있다. 또한 전통언어와 문화에 서구의 것을 접목해 우리 언어와 문화의 세계화, 지식정보화를 촉진 할 수도 있다.

    공용지역 설치로 ‘균형적 이중 언어 구사자’를 대량 양성해 최고 수준의 세계 지식노동자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정보를 교류함으로써 정보화 지식을 흡수하고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균형적 이중 언어 사용지역의 선별적 설정을 통해 이중 언어 구사자로서 세계화된 지식노동자가 대량 배출되면 개인과 기업,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인 효율적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조성되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 기대된다. 또 균형적 이중 언어 획득을 통해 지식노동자의 중요 덕목인 창의성도 제고될 수 있다. 두 문화권의 동태적 상호작용이 창의성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학인 드러커, 아인슈타인, 키신저, 마르크스 등은 모두 두 개 언어 이상에 능통했다. 수백 년의 역사를 통해 다듬어진 영어의 합리적·이성적·객관적 대화문화를 통해 1000여 년간 우리를 지배한 권위주의적·교조주의적이며 감성에 치우친 문화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성적 문화의 창의성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실현 방법으로 연장하고 확대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관광지구, 하이테크와 벤처산업이 발달한 지역, 교육기관이 집중된 지역을 한·영공용화 지역으로 선정하면 영어를 상용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경제적 부담 없이 균형적 이중 언어 구사자를 대량 배출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경인공업지역과, 부산항을 기반으로 한 부산지역, 제주도와 강원도의 관광지역, 테헤란밸리, 대덕연구단지 그리고 용인 수원 포항 등 대학 밀집지역을 이중 언어 대상지역으로 우선 고려해볼 만하다. 그 밖에도 필요와 여건이 갖추어진 지역을 추가로 선정할 수가 있을 것이다.

    관광산업은 수입을 유발하지 않고 무한재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미래형 산업이다. 관광의 첫걸음은 그곳 주민의 외국어 구사능력으로부터 출발하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 없이 관광산업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위다. 고급 인력만 영어를 하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말단 직원에서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택시기사, 각종 음식점과 호텔 웨이터까지도 완숙하게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19세기형 선진국인 일본이 세계 표준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아세안에 경제적으로 역전당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며 “영어가 싱가포르 경쟁력의 원천이며 지식정보시대의 도래로 영어사용권 국가들이 서비스 산업 등에서 일본을 추월할 호기가 왔다”고 주장한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세계 일류 정보통신 회사들이 생산기지를 착착 이전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영어 구사능력과 영어문화권에 익숙한 환경이 세계적 기업을 끌어들인 것이다. 실제로 이들 국가들의 하이테크산업 역량이 크게 신장되고 있다.

    둘째, 구어 지향적인 교육방법을 대폭 보강함으로써 각급학교 영어교육을 개선할 수 있다. 미래 지식기반경제사회의 수요에 부응하는 균형적 이중 언어 구사자 육성을 목표로 영어를 포함한 언어교육의 방향과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단어 따로, 숙어 따로, 문법 따로, 번역 따로, 영작 따로의 기계식, 분업적 언어 교육방법은 학생들이 자동적·유기적으로 언어를 습득하는 것을 막는다. 더구나 유기체적 언어활동에 필수적인 발상법, 언어논리 등 문화적 언어교육은 완전히 방치돼 있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영어교육이 개혁되어야 한다.

    발음과 감정 표현을 중시하는 구어 보강적인 영어교과 과목을 토대로 스피치나 드라마틱 리딩(극적 낭송법) 등의 교육과정을 덧붙이면 기존 교육방법의 가장 큰 폐단이던 전통적 사고와 언어행동의 분화를 피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영어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르칠 수 있다. 수업 중 영어연극을 실시하되 말하기 능력이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을 적절히 섞어 집단역학을 영어학습에 이용하면 학생들의 낙후된 사회성과 팀워크를 향상시키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영미 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는 토론대회(디베이트 토너먼트)를 차용하면 영어뿐만 아니라 세계수준의 커뮤니케이션과 그 기준에 걸맞은 언어문화를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닉슨, 케네디, 클린턴 등이 학창시절 전국 규모의 토론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이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어 토론 대회의 제도화는 권위주의적인 정치문화를 합리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민주적 문화로 변화시킴으로써 미래 지향적인 정치문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 언어가 문학어(文學語)와 시어(詩語), 윤리적 평가가 혼재되어 주관과 객관이 미분화된 전통을 가진 반면, 영어는 객관적이고 사실적 정보를 강조해 제한된 시간에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효율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강점이 있다. 구어교육을 보강한 새로운 언어교육방식은 영어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육, 기타 외국어 교육에도 도입해야 한다.

    서구의 전통적 언어 교육은 우리의 국어국문학과에 해당하는 학과의 명칭 자체가 스피치와 드라마, 즉 웅변과 연극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중등 교과과정 그리고 대학의 영어교과과정에 스피치와 드라마, 회의법, 토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 고려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영문학자, 불문학자, 독문학자의 번역식 강의는 오히려 국어국문학과에서 다뤄 국어국문학의 발전과 세계화에 기여하게 해야 한다.

    영어교육자뿐만 아니라 국어와 기타 외국어 교육자들에게도 발음학, 발성학과 함께 스피치와 드라마, 회의법 그리고 디베이트의 소양을 갖추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또 언어교육자의 재교육과 선발과정에도 이 같은 소양을 필수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영미식 영어와 근접한 영어를 쓰거나 약간의 훈련으로 그 수준을 갖춘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영어교사를 초청, 각급 학교에서 보조교사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내 영어교사 임금의 2분의 1 혹은 3분의 1 정도의 급여로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장력, 극적 낭송법, 토론, 연설 등에 소양이 있는 사람을 선별해 교사로 채용해야 한다.

    국내 영어 교사들도 이들과 빈번한 접촉을 통해 이중 언어 구사자 수준의 영어실력을 갖출 수 있다. 영어교사와 외국인 영어보조교사, 학생들로 구성된 영어토론클럽을 주 1회 2시간 정도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은 영어적 사고를 훈련하고 영어언어문화를 습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영어교육을 통한 균형적 이중 언어 구사자를 대량 배출해 한국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지식노동자 수를 늘릴 수 있다.

    지식기반경제에 필수적인 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에서는 전공강좌의 60∼70%를 영어 원서로 사용하고 강의도 영어와 한국어를 1 대 1로 사용하면 세계적 수준의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획득할 수 있다. 영어영문학과와 국어국문학과의 연계강좌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방법과 제도를 창조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국내 각급 학교 영어교육의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즉 언어정책의 적절한 관리를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잘못된 영어교육이 만들어 낸 뿌리깊은 폐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각급 학교의 영어교사, 교수가 영어로 생각할 수 있고 또 한국어 사고 체계로 여과하지 않고 곧바로 영어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교재는 학생의 학력과 지적 수준에 맞는 질 높은 내용을 실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연령과 관계없이 영어를 한국어 사고 시스템과의 매개 없이 배우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영어 교육 방안이다. 또한 이것은 우리가 지식기반경제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기초를 이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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