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호

노인성 치매 알츠하이머 유전자 치료로 정복한다

  • 서유헌 < 서울대의대 교수·한국 뇌신경과학회 이사장·치매정복연구단장 >

    입력2005-04-13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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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단 단백질’이란 유전자 독성 물질이 알츠하이머병의 주범이라는 것을 입증, 세계의학계에서 치매 이론의 새 지평을 연 서유헌 교수는 국제적 치매전문가. 새 이론으로 국제적인 7개 학술지에 무려 8편의 논문이 실리게 돼 학문적 성과도 인정받았다. 서교수로부터 새 치매이론에 의한 획기적 치매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들어본다.
    치매(Dementia)란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뇌의 각종 질환으로 인해 지적 능력을 상실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 분류에 따르면 ‘치매’는 뇌 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하나의 증후군으로 대개 만성적이고 진행성으로 나타나며, 기억력·사고력·이해력·계산능력·학습능력·언어 및 판단력 등을 포함하는 뇌기능의 다발성 장애로 일컬어진다.

    요컨대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유지해오던 사람이 후천적인 뇌질환으로 인해 기억력 장애 및 다른 지적 능력을 점진적으로 상실해 더 이상 통상적인 사회생활, 직업적 업무수행 또는 대인관계 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될 때 치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 자주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21세기 노령화 사회에서 인류를 가장 괴롭힐 것으로 예측돼 ‘21세기 질환’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이 질환은 발병률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1년 예산을 초과하는 연간 1000억 달러(120조 원)의 막대한 돈을 치매치료에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치매는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질환이어서 연구도 활발하다. 이 때문에 각종 뇌질환 가운데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정복이 가능해지리라 예견된다.

    치매 유발하는 유전자



    최근의 신경과학 연구들은 유전자 차원에서 치매 등 각종 뇌질환 원인을 구명해내는 데 적잖이 공헌하고 있다.

    이를테면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21번 염색체에 있는 아밀로이드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며, 조기에 발생하는 유전성 치매는 14번과 1번 염색체 이상으로, 이상 운동과 치매를 동반하는 헌팅턴무도병은 4번 염색체 이상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금까지는 이 질환의 원인으로 아밀로이드 전구단백질(APP)의 ‘베타 아밀로이드 펩티드’라는 유전자 독성 물질을 주범으로 꼽았고, 또 이러한 가설은 세계 학계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필자가 이끄는 연구소에서는 정상적인 전구단백질의 대사이상으로 인해 생성된 C단 단백질(10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됨)이 뇌 신경세포에 강한 독성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즉 그간 베타 펩티드가 치매의 중요한 원인이라 생각해왔는데, C단 단백질의 독성이 베타 펩티드보다 10배 이상 강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치매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C단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간의 연구를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사람의 뇌는 뉴런(neuron)이라는 무수히 많은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신경세포는 시냅스(synapse)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데, 이 시냅스의 형성과 유지에 관여하는 중요한 물질 중 하나가 바로 아밀로이드 전구단백질(APP)이다.

    APP는 정상인의 뇌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대개 알파 세크라타제(α-secretase)라는 효소에 의해 유리돼 대사된다. 그런데 베타 세크라타제(β-secretase)와 감마 세크라타제(γ-secretase)라는 효소에 의해 각기 생성되는 C단 단백질과 베타 아밀로이드 펩티드(Aβ)는 정상인에는 소량 존재하지만,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대사 과정에 이상이 생겨서 다량 생성된다. 이것이 뇌에 침착하여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신경반(senile plaque)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래픽 참조)

    그리고 APP의 대사 과정에 베타 펩티드보다 전(前)단계 물질이자 독성도 훨씬 강한 것으로 밝혀진 C단 단백질이 치매의 중요한 원인 물질이라는 필자의 학설은 외국의 저명한 학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입증하는 논문들도 국제 학술지에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 97년에는 뇌연구 학술지로 가장 저명한 ‘TINS(Trends in Neuroscience)’와 ‘신경화학 저널(Journal of Neurochemistry)’에 그 동안의 C단 단백질 학설에 관한 연구를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소개하는 두 편의 논문을 초청받아 집필 발간한 바 있고, 2000년 11월 미국신경과학회에는 필자의 C단 단백질 가설을 지지하는 여러 편의 논문도 발표됐다. 더욱이 C단 단백질의 세포독성 기전에 관한 논문이 올해 ‘파세브 저널(FASEB Journal)’에 계속해서 네 편이 실림으로써 더욱 인정받게 되었다.

    C단 단백질이 치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것은 동물실험에서도 증명된다. C단 단백질을 쥐(마우스)의 뇌실(腦室) 내에 직접 주입하자 신경 독성 이외에도 학습 및 기억능력이 정상 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쥐 실험에서 나타나듯이 C단 단백질은 노인성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주요한 증상인 인지 및 기억력 저하와 관련되므로,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즉 C단 단백질 생성 억제제 및 C단 단백질 독성방지제 개발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는 일차적으로 기억력과 인지기능 감퇴 증상이 나타나며, 이는 콜린성 신경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증거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C단 단백질 생성억제 혹은 독성방지 같은 유전자 차원의 근원적인 치료 방법은 아니더라도 현재 감퇴된 콜린성 신경계를 보충, 개선함으로써 저하된 인지기능을 강화해줄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약물들로는 아세틸콜린 합성전구체로 레시틴, 수용체 활성제로 RS-86, 니코틴 등이 있다.

    또 미국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도 시판 사용중인 타크린(Tacrine)과 아리셉트(Aricept; Donepezil)가 있는데, 이런 약물들은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해를 막아주어 감퇴된 인지기능을 개선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약물들은 효과가 일시적이고 미약하며 심각한 독성 때문에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은 상태다. 그런데도 현재까지는 다른 어떤 뇌기능 개선제들보다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외국의 대형 제약회사들은 현재 많은 후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임상시험단계에 있는 물질들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치매의 병인 및 기전 연구와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효능을 나타내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한 사례는 없다.

    C단 단백질 정복이 관건

    최근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치매치료제로 널리 이용되는 타크린과 아리셉트에 비해 높은 약효를 보이면서도 독성이 적은 DHED(항콜린에스터라제)라는 약물을 천연물에서 추출하는 데 성공하여 국내는 물론 일본과 미국에 특허를 등록하였고, 현재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 약물은 아세틸콜린 신경기능을 개선해줄 뿐만 아니라 뇌혈류를 개선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과 뇌혈관성 치매는 물론 뇌졸중, 고혈압에도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앞으로 임상시험이 차질없이 수행된다면 머지 않은 장래에 세계적인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타이레놀 등 아스피린 항염증소염제와 에스트로겐 여성호르몬제가 치매의 병변 억제에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추후 더 많은 실험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노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활성 산소가 단백질 변형 등 치매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여러 연구팀이 발표했다. 그러므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C단 단백질의 독성기전에 일부 참여하는 자유 라디칼들을 세포 내에서 제거할 수 있는 항산화제 개발도 치매 치료에 일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치매의 원인물질인 C단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베타 펩티드를 생성하는 효소( β 와 γ -secretase)를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하거나, 아예 아밀로이드 베타 펩티드와 아밀로이드 C단 단백질 파괴를 촉진하는 약물 혹은 이들 단백질의 독성을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을 만들어내거나, 이들 독성 단백질을 사용한 치매 예방 백신 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차세대 치매치료제를 개발함으로써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리라 생각된다.

    이와 같은 혁신적인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장수에 최대의 적이라 할 치매가 정복돼 삶의 질과 양이 획기적으로 증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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