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동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하여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을 요격하는 계획을 검토중이라는 발표가 보도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이지스함은 어떤 함정이기에 대포동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것일까. 현대 전투함 중 가장 강력한 함정으로 평가되는 이지스함은 한국 해군도 2008년경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지스함은 특정함정의 이름이 아니라 이지스 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를 탑재한 모든 함정을 일컫는 용어다. 미 해군은 이지스 체계를 탑재하는 전투함으로 타이컨디로거(Ticonderoga)급 순양함과 알레이 버크(Alreigh Burke)급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도 공고(金剛)급 이지스함을 가지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공고급 이지스함은, 선체를 독자적으로 설계, 건조하고 이지스 전투체계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여 탑재한 함정이다. 이들 함정은 설계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 이지스 체계를 탑재했기 때문에 이지스함으로 불린다.
이지스함과 이지스 전투시스템
최초의 이지스함인 타이컨디로거급 순양함이 배치된 것은 1983년. 당시 미 해군은 구 소련의 초음속폭격기, 잠수함과 수상전투함에서 발사하는 대규모 대함미사일 공격을 가장 큰 위협으로 보았다. 이지스 전투체계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개발되었는데 네 대의 독립된 SPY-1 위상배열레이더와 시스템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Mk 1 지휘결정시스템, Mk 1 무기통제시스템이 연계되어 최종적으로 스탠더드(Standard)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통합시스템이었다. 이중 SPY-1 레이더는 평면고정형 레이더 네 대를 함상구조물 벽면에 부착한 형태였는데 이지스함의 독특한 외관은 바로 이 레이더에서 비롯한다.
레이더 소자를 위상배열(Phased Array)한 방식의 SPY-1 레이더는 일반 레이더가 회전하면서 전파의 발사방향을 조절하는 데 반해 고정된 위치에서 단지 주파수의 위상차를 이용하여 탐지한다. 일반 회전식 레이더가 분당 수십회 회전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한 방향만 탐색할 수 있는 반면, SPY-1 레이더는 같은 방향을 지속적으로 분당 수천회 이상 연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도합 154개의 공중목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고 위협 정도에 따라서 최대 16개 목표를 연속적으로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 체계는 당시에도 그랬지만 많은 부분이 개량된 현재까지도 최고수준의 함대방공체계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이지스 체계는 기본적으로 적의 대함미사일과 항공기를 요격하는 체계이지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을 요격하도록 고안된 시스템은 아니었다. 스커드나 노동, 그리고 대포동 미사일은 물론이고 대륙간핵탄도탄(ICBM)까지 장거리 핵미사일의 대부분은 탄도(彈道)미사일인데 이는 미사일이 총알을 하늘로 발사했을 때와 같이 포물선의 궤적으로 비행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순항미사일에 상대되는 탄도미사일은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며 사정거리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하여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특성이 있다.
사정거리 500km급의 스커드 C형 미사일을 예로 들면, 발사 후 최대사정거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비행시간은 약 415초다. 이는 시속 약 4300km(마하 3.5)에 해당하는 빠른 속도이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평균속도일 뿐이고 최고점까지 올라갔던 미사일의 탄두가 표적을 향해 낙하할 때의 최종속도는 가속이 붙어 마하 7까지 올라간다.
사정거리가 1000km인 경우(노동 1호)는 마하 10, 그리고 사정거리가 2000km (대포동 1호)라면 거의 마하 13에 육박하며, 사정거리가 3000km일 경우는 속도가 마하 16에 돌입하게 된다. 최고속도가 마하 1~2인 전투기나 대함(순항)미사일을 요격하도록 개발된 이지스 시스템과 스탠더드 미사일로는 사정거리 1000km가 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TMD와 이지스
근본적으로 탄도미사일 요격에 한계를 가진 이지스 시스템에 개량이 요구된 것은 걸프전의 여파였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는 이스라엘에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했고 유럽에 배치했던 미군의 패트리어트(Patriot) PAC-1 요격미사일이 급히 이스라엘에 배치됐다. 여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명중률도 10%에 미치지 못했다고 알려질 정도로 당시 미군의 스커드 방어대책은 실패나 다름없었다. 이에 클린턴 행정부는 전구(戰區)미사일 방어(TMD, Theater Missile Defence)계획을 추진하고 여기에 미 육군의 패트리어트를 기반으로 한 방어체계와 해군의 이지스 시스템을 덧붙인다. TMD를 위한 개량계획이 출발한 것이다.
TMD 계획은 현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MD(미사일방어), 그리고 그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NMD 계획과는 별개의 프로그램이다. NMD와 MD는 미국본토에 대한 미사일 방어이며 사정거리가 긴 대륙간탄도탄(ICBM)을 요격하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TMD는 걸프전 이후 제3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중거리탄도탄(IRBM)과 단거리탄도탄을 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므로 미 본토방위만을 전제로 한 MD계획과 달리 TMD계획은 미군이 주둔한 동맹국, 그리고 우방국을 포함하게 된다.
이런 TMD계획은 대기권 상층과 대기권 외에서 요격하는 상층방어(Upper-Tier Defenses), 지표면으로부터 20km 미만의 고도에서 요격하는 저층방어(Lower-Tier Defenses), 그리고 미사일이 발사되어 가속하기 직전에 요격하는 이륙단계방어(Boost Phase Defenses)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 이지스 체계는 상층방어와 저층방어에 적용되며 스탠더드 미사일을 사용하는데 미사일의 세부사양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저층방어에 적용되는 미사일은 스탠더드 SM-2로 고도 40km까지 요격이 가능하며 사정거리는 약 120km에 이른다. 관성 유도방식과 레이더 유도방식을 사용하며 최종유도단계에는 적외선 탐지장치로 미사일 탄두에 발생하는 열을 감지하여 유도된다. 근접신관을 사용하여 고속으로 하강하는 미사일에 가장 큰 폭발력을 발휘하는 위치에서 폭발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는 걸프전 당시 패트리어트(PAC-1) 미사일이 스커드 미사일에 명중하고도 탄두가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지상에 떨어졌던 교훈을 반영한 것이다.
한편 상층방어에 적용되는 미사일은 스탠더드 SM-3인데 이것은 폭약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탄두에 충돌하는 방식(Kinetic Kill Vehicle)을 사용한다. LEAP라는 이름의 이 탄두는 자세제어용 로켓모터가 내장되어 스스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며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서 표적미사일을 탐지한다.
무게는 18kg에 불과하지만 대기권 밖에서 초속 4km(약 마하 12)로 비행하기 때문에 적 미사일 탄두에 부딪치는 위력은 1t의 중량물이 시속 1930km로 충돌하는 것에 맞먹는다고 한다. 이 스탠더드 SM-3 미사일의 외형은 SM-2 블록ⅣA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탄두 자리에 훨씬 소형인 LEAP 탄두와 추진로켓의 제3단 부분이 추가로 결합되어 있으며 고도 1300km까지 공격이 가능하고 사정거리는 1500km에 이른다.
스탠더드 SM-3 미사일은 실질적으로 대륙간탄도탄(ICBM)의 방어도 가능하며 미 국방부는 의회보고서에서 이와 같은 능력을 TMD에서의 상층방어에 국한하지 않고 NMD에 적용할 경우 훨씬 강력한 방어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반면 미 육군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상층방어체계로 THAAD시스템이 있다. 이지스함의 스탠더드 SM-3 미사일과 같은 KKV 방식의 탄두로 적 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을 사용하며 탄두의 비행속도는 초속 2.5km라고 한다. 미 육군의 저층방어체계로는 기존의 패트리어트 PAC-2 미사일을 대체한 PAC-3를 사용하는데 일명 ERINT로 불린다. PAC-2형이 폭발형 탄두로 목표를 손상시키는 것과 달리 PAC-3(ERINT)형은 미사일 본체가 목표물을 직격(hit-to-kill)하여 파괴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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