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호

리츠(REITs)의 모든 것

7월 도입되는 ‘부동산 뮤추얼펀드’

  • 황재성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 jsonhng@donga.com

    입력2005-04-12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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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츠 출범이 다가오면서 일부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고 관련교육과정에 수강생이 몰리는 등 과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리츠는 저금리시대에 숨통을 틔워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리츠 투자의 방법과 전망,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 Securities, 부동산투자회사) 제도 때문에 하반기부터 부동산 값이 크게 오를 겁니다.”(부동산 컨설팅업자)

    “리츠가 시작되면 관련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가 많이 생긴다는데 어떻게 하면 자격시험을 볼 수 있나요?”(‘서울에 사는 40대 주부’라고 밝힌 독자)

    “리츠 제도만 시행되면 목돈 한번 벌어볼 생각입니다. 제가 아는 빌딩 주인이 몇 명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연결해 투자자를 모집하면 500억 원(리츠회사를 만들기 위한 최소 자본금)쯤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부동산중개업자)

    7월 출범을 앞두고 막바지 법령 정비가 한창인 리츠에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200조∼300조 원에 이른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리츠에 대한 관심은 과열 수준을 넘어 위험 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과열되는 리츠 열기



    서울 여의도에 있는 부동산 교육전문업체 ‘유 리츠’의 강형구 사장. 부동산이나 금융, 증권 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리츠 애널리스트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요즘 들어 문의전화가 빗발쳐 전화통을 떠날 겨를이 없다.

    “관련분야에서 적어도 5년 이상 실무경력을 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거듭 설명했지만 막무가내로 수강하게 해달라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며 “일반인들이 리츠를 마치 아파트를 사고 파는 일 정도로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리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부동산 114’의 김희선 이사도 “연초만 해도 증권사와 부동산감정평가사, 건설회사 관계자들이 수강생의 주류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일반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교육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강좌도 급증해 연초 2∼3곳에 불과했던 강좌 운영업체가 10여 개로 늘어났다. 수강료도 크게 올라 연초에는 2∼3개월 과정에 100만 원 미만이던 것이 최근에는 해외연수 등을 이유로 500만∼600만 원을 받는 업체까지 생겼다. 그런데도 30∼40명을 모집에 수백 명이 신청, 업체측이 수강생을 선별하는 데 고심할 정도다.

    리츠에 대한 기대심리는 관련 부동산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일부 지방 대도시에선 사채업자들이 ‘○○리츠’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하고 “리츠로 6개월 내에 100% 수익을 올려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도대체 리츠가 뭐기에 이럴까.

    리츠를 이해하려면 주식시장의 뮤추얼펀드를 떠올리면 된다. 즉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부동산이나 MBS(주택저당채권) 등 부동산 유가증권에 투자하거나 부동산과 관련된 대출 등으로 운영한 뒤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자에게 배당해주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주식시장의 뮤추얼펀드도 증권회사를 통해 투자자를 모으고, 자산을 운용해 수익이 생기면 투자자에게 나눠준다.

    두 상품 모두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투자한 돈만큼 주식을 받고 언제든지 보유주식을 주식시장에서 팔거나 살 수 있다. 투자한 자산을 맡아 운용하는 전문가집단이 따로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차이점은 뮤추얼펀드가 모집한 자금으로 주식이나 채권, 기업어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데 비해 리츠는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과 부동산 금융상품 위주로 투자한다는 것. 또한 리츠의 경우 이름뿐인 회사(페이퍼 컴퍼니)뿐 아니라 실체가 있는 회사도 만들어질 수 있지만, 뮤추얼펀드는 페이퍼 컴퍼니 형태로만 존재한다. 리츠는 주주들이 원하는 한 회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지만, 뮤추얼펀드는 대개 회사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다.

    회사형·지분형·폐쇄형 허용될 듯

    리츠는 자금모집 방법, 투자대상, 자산관리 형태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금 모집방법에 따른 구분으로 ‘회사형’과 ‘신탁형’이 있다. 회사형은 주식을 매입, 주주가 돼서 회사의 경영권을 갖는 방식이고, 신탁형은 수익증권을 매입해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이익이 발생하면 투자한 만큼 이익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건설교통부는 회사형 리츠만 인정할 계획이다.

    투자대상을 기준으로 할 때는 ‘지분형’과 ‘모기지(mortgage)형’으로 나눌 수 있다. 지분형은 투자대상이 대부분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이고, 수익은 이들로부터 나온 임대료다. 반면 모기지형은 투자대상이 MBS, ABS(자산유동화증권) 등 부동산 금융상품이며, 수익은 부동산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이자나 배당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분형만 허용될 예정이다.

    리츠에서 투자한 부동산을 누가 관리하느냐에 따라 리츠회사가 직접 챙기는 ‘자기 관리형’과 전문 관리회사에 위탁하는 ‘외부 관리형’으로도 나눌 수 있다. 건설교통부는 두 가지 다 인정할 방침이다.

    또한 자산운영 방식에 따라 ‘개방형’과 ‘폐쇄형’이 있다. 개방형은 투자자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리츠 회사에 환매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형태. 반면 폐쇄형은 환매가 불가능하다. 우리는 폐쇄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산운영 기간에 따라서는 ‘영속(永續)형’과 ‘기간 제시형’이 있다. 우리는 영속형을 장려하지만, 회사에 따라서는 설립시 정관에 기간을 제시할 수도 있다. 최근 리츠에 포함된 기업 구조조정용 리츠일 경우에는 반드시 기간을 정관에 명시해야 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리츠가 유사한 형태의 부동산 투자상품들과 헷갈린다고 말한다. 이들 부동산 간접상품은 부동산과 금융상품의 성격이 뒤섞여 있어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다 운영방식도 복잡해 구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수익성과 안전성에서 적잖은 차이가 있다.

    최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은행의 부동산투자신탁은 신탁업법에 근거한 금전신탁의 일종으로, 98년 4월부터 도입된 상품. ABS와 MBS는 각각 98년 9월과 99년 1월에 근거법이 마련된 상품들이다.

    리츠는 기업 구조조정용 부동산만 구입하는 기업구조조정(CRV) 리츠와 일반 리츠로 세분화된다. 부동산금융상품은 아니지만, 신탁업법에 근거해 부동산을 현물로 받아 개발 및 판매를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아가는 부동산신탁도 있다. 이는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다.

    ABS와 MBS는 개인이나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유동화, 현금을 조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상품이다. 부동산 소유자가 앞으로 부동산에서 발생할 이익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 채권을 산 투자자들은 원금 외에 채권에 표시된 이자를 이익으로 받게 된다. 최소 투자단위가 커 대부분 기관투자가 위주로 투자가 이뤄진다.

    ABS는 해당 부동산 소유회사 등이 만든 페이퍼 컴퍼니가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MBS는 건교부가 작년 초 설립한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주)가 발행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은행의 부동산투자신탁과 CRV 리츠, 일반 리츠 등은 일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회사를 설립한 뒤 투자할 상품을 고른다는 점에서 ABS나 MBS와 다르다.

    은행 부동산투자신탁은 일반인이 은행에 돈을 맡기고 수익증권을 받은 뒤 이자를 받는 방식. 은행이 채권 발행과 관리를 전담한다. CRV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만든 회사가 페이퍼 컴퍼니이고, 투자대상이 기업 구조조정용 부동산으로 제한된다. 일반 리츠는 회사가 실제로 존재하는 법인이며 투자대상도 부동산과 부동산관련 금융상품 등으로 상대적으로 다양하다.

    ABS, MBS, CRV 리츠, 일반 리츠 등은 모두 증권사에서 투자할 수 있다. 다만 ABS나 MBS는 채권이어서 중간에 매매가 어렵지만, CRV 리츠나 일반 리츠는 주식이므로 증권거래소를 통해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다.

    이에 반해 부동산투자신탁은 은행에서만 살 수 있으며 중간에 환매가 어렵다. 부동산신탁은 금융상품이 아니라 현물을 출자하고 수익을 돌려받는 형태이므로 일반인이 직접 사고 팔 수는 없다.

    ABS와 MBS 등은 채권이기 때문에 채권에 표시된 이자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추가로 배당이나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부동산투자신탁과 CRV 리츠, 일반 리츠는 부동산에 투자한 뒤 상품에서 이익이 발생하면 수익을 나눠주는 상품이지만, ABS나 MBS와 비교하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안정적이지 않다.

    부동산투자신탁은 주로 은행이 건설업체의 개발사업에 대출해주는 형태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그 대출이자를 주 수입원으로 한다. CRV 리츠는 기업 구조조정용 부동산을 헐값에 매입한 뒤 되팔아 생기는 매매차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 리츠는 도심 빌딩 등을 매입, 관리하면서 발생하는 임대료가 수입의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리츠는 정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리츠 선진국인 미국의 리츠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연간 7% 정도를 배당한다. 리츠회사가 부동산 운용으로 버는 돈은 통상 투자액의 10% 수준이다.

    일본 리츠의 예상수익률은 미국보다 낮다. 그러나 은행 예금금리에 비하면 매우 높다. 일본부동산연구소는 리츠 수익률을 최저 3%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금금리가 거의 0%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리츠 투자와 은행예금의 수익률 차이가 3%포인트에 이른다는 얘기다.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연간 8∼12%선을 배당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 정도를 배당하려면 리츠회사가 부동산 등 자산운용을 통해 적어도 연 10% 이상 수익을 내야 한다는 데 있다. 은행예금보다 투자 위험성이 높고, 수익에서 리츠회사 운영비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 빌딩의 투자수익률은 연 10%를 밑돈다. 최근 한국감정평가협회가 서울시내 11층 이상 빌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투자수익률은 연 7.39% 정도였다. 사무실 임대 전문업체인 ‘코르닥’은 임대여건이 좋은 빌딩에 한해 연간 수익률이 도심권은 8∼9%, 강남권은 7%선인 것으로 분석했다. 리츠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리츠를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은 부족한 수익을 자산가치(운용중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임대수익은 낮지만 보유중인 빌딩 값이 오를 것이므로 연간 1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빌딩 값 상승은 보장된 것이 아니다. 오를 수도 있지만 떨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리츠 초기의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빌딩 호텔 리조트 인기 끌 듯

    하지만 리츠의 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더라도 리츠 시장 규모는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왕세종 연구위원은 2002년까지는 5조9000억∼6조5000억 원 규모가 되고, 2006년쯤에는 최소 8조4000억 원에서 최고 45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이처럼 높은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국내 3대 금융상품인 은행 신탁상품, 장단기 채권, 주식 등의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리츠가 얼마나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적어도 1%에서 최고 5%까지는 차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리츠가 도입되면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 우선 다양한 부동산개발 상품이 선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의 국내 여건을 감안할 때 최고 인기상품은 업무용 빌딩이 될 전망.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예를 보면 호텔 상가 병원 등 임대료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 상품들도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도시의 업무용 빌딩은 고정적인 임대 수요층이 확보돼 있어 리츠가 가동되면 가장 먼저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가장 투자비중이 높은 상품이 업무용 빌딩으로, 전체 투자액의 27%나 됐다. 2위는 상업용 부동산으로 21%였다.

    다만 국내의 경우 적정한 수익을 내는 데 요구되는 일정 수준 이상의 빌딩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빌딩을 지을 만한 여지도 많지 않아 미국에서처럼 리츠 시장을 주도해가는 상품으로 자리잡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월드컵 등 각종 국제행사가 잇따르면서 특수가 예상되는 호텔은 리츠의 주요 투자대상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한 상품. 특히 100억∼200억 원대의 200실 규모 비즈니스 호텔의 경우 리츠 회사들이 업무용 빌딩만큼이나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특급호텔은 투자비가 수천억 원에 달해 투자하기에 부담이 크지만, 소규모 비즈니스 호텔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다. 또 호텔사업은 대개 현금 장사인 만큼 투자비 회수도 비교적 빠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면 다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는 콘도 등 리조트 시설 역시 리츠 도입과 함께 특수가 기대되는 상품이다.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것보다는 체인점 형태의 상품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운영 수익을 내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위해 병원의 신축 또는 증·개축이 활발해지면서 의료 분야도 리츠회사가 투자할 만한 상품목록에 올라 있다. 리츠가 투자할 만한 의료시설로는 병원, 실버타운, 재활치료소, 보조생활시설, 건강관리센터 등이 있다. 서울 등 대도시에 위치한 4∼5층 규모의 빌딩을 확보해 특화된 의료시설 빌딩을 만들거나 병원과 약국 등을 효율적으로 유치해 ‘백화점식 의료빌딩’으로 만드는 방식이 유력하다.

    리츠 투자, 장밋빛 아니다

    복합상가나 할인점 등도 매입시기나 입지여건 등에 따라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어서 리츠의 유력한 투자대상 가운데 하나다. 다만 이런 조건을 갖춘 판매시설은 대개 대기업 계열 유통회사나 외국계 유통회사가 독점하고 있어서 투자대상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는 그 동안 주 수요자였던 기업들이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매입을 기피하면서 거래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보였지만, 리츠 도입으로 관심을 끌 전망이다. 리츠 출범으로 자금줄이 넉넉해진 부동산개발업자들이 앞다퉈 다양한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릴 것이 확실하기 때문. 특히 대도시의 소규모 자투리땅과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해제될 대도시 주변의 그린벨트에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임대용 주택, 창고, 공장, 소규모 쇼핑센터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임대용 주택의 경우 지방 대도시 역세권과 공업단지, 대학가 주변에 있는 미분양 아파트가 최우선 공략 대상으로 꼽힌다. 아울러 민간 건설업체가 짓는 300∼500가구 규모의 임대용 아파트 등도 전망이 밝다. 전자상거래가 발달하고 대도시의 교통난이 심화되면서 창고 등도 높은 임대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장은 경기가 회복되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소규모 쇼핑센터는 우수한 임차인만 확보하면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리츠가 마냥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리츠에 대한 기대감에 들뜬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부동산 시장 곳곳에서 ‘리츠 버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리츠 참여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수익성 높은 빌딩과 상가 등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서울 강남구 일대를 중심으로 빌딩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게 그 예.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거리에 위치한 연면적 5000평 규모의 A빌딩. 지난해 350억 원에 매도가가 책정됐던 이 빌딩은 최근 호가가 400억 원 이상으로 치솟았으나 건물주가 가격을 더 올리려 하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B빌딩도 지난해 165억 원에 매물로 나왔으나 건물주가 이런 저런 조건을 달며 건물값을 더 받아내려 해 중개업자의 애를 태운다.

    부동산 중개·감정평가 회사인 ‘글로벌감정평가법인’ 김병창 이사는 “기업 구조조정용 빌딩은 가격에 변화가 없고, 목좋은 일반 빌딩의 경우 99년까지는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말 매매가를 기준으로 할 때 70∼80% 선에서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97년 말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 편승,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한 매물의 회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연면적 3000평 규모의 C빌딩은 연초에 매도가 250억 원에 매물로 나왔으나 최근 철회됐다.

    빌딩 가격의 상승은 리츠 시장이 조기 정착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츠가 도입되면 가장 큰 투자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대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서울 도심의 대형 빌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서울시내 빌딩의 공실률(空室率)이 높아지고 임대료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서울시내의 빌딩 공실률은 0.2%였으나 12월 말에 0.8% 수준으로 높아졌고 지난 4월 말에는 이보다 0.1%포인트 더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빌딩 투자정보분석 전문업체 ‘알 투 코리아’의 김병욱 이사는 “지난해 9월 말까지도 1∼2개월 뒤 입주할 사무실을 예약하는 임차인이 줄을 이었는데, 최근에는 빈 사무실이 나와도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처럼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지난해 한때 폭등세를 보였던 임대료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R114’가 3월 말 500여 개 빌딩의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 D빌딩의 평당 임대가는 4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무려 25% 급락했다. 인근의 E빌딩, 삼성동의 F빌딩 등도 평균 10%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빌딩가격은 오르고 임대료 수입은 줄어든다는 말은 결국 빌딩의 투자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리츠가 약속한 수익률을 올리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서울지역의 빌딩 가격은 2∼3% 상승하는 반면 빌딩 임대료는 2∼3%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빌딩 수익률은 1%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리츠에 대한 고율의 세금 부과도 ‘빨간 불’이 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투자회사에 대한 세제지원방안’은 CRV 리츠의 경우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배당금 전액을 법인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지만 일반 리츠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반 리츠에 투자한 사람들은 투자수익에 대해 16% 또는 28%(현행 법인세율)의 세금을 물게 된다. 또한 CRV 리츠는 부동산 매입시 부과되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전액 면제해주면서도 일반 리츠는 절반만 감면해주기로 했다.

    리츠 투자 자문회사 ‘저스트 알’의 서후석 사장은 “이런 세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리츠의 수익률은 1∼2% 줄어들어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일반 리츠에도 동일한 세제혜택을 주든가, 일반 리츠도 CRV 리츠처럼 페이퍼 컴퍼니 형태로 설립할 수 있게 해 법인세를 면제받을 길을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츠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한 인프라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신뢰할 만한 투명한 시장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물론 제도 시행 초기단계에는 정부가 규제와 단속을 통해 투자자 보호에 나서겠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리츠 선진국인 미국도 80년대 중반까지는 리츠회사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회사 경영진이 유망한 부동산을 몰래 매입해 자신들의 배를 채운 것.

    이 때문에 운용중인 부동산에서는 수익이 제대로 나올 수 없었다. 이는 결국 리츠의 부실과 파산으로 이어졌고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리츠회사와 투자자, 자산운용사, 리츠주식 발행 증권사 등 리츠 참여자들이 스스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투명한 시스템이 가동돼야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런 여건이 미흡하다.

    발기인, 자산운용사 따져봐야

    부동산 관련 정보의 투명성도 문제다. 리츠회사가 제시하는 수익률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특정 빌딩에 투자할 때는 그 빌딩의 임대수익, 공실률, 수입내역, 영업경비, 임대방식, 자산가치 등 자세하고 정확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어야 리츠회사가 제시한 수익률을 믿고 투자자들이 돈을 맡길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부동산수탁자협회와 전미리츠협회에서, 일본은 일본부동산연구소와 스미토모신탁 등에서 이런 자료를 축적해 객관적인 부동산 투자수익률을 발표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불투명하다. 연간 부동산 거래건수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전문가가 없는 것도 문제다. 리츠는 부동산과 금융, 증권을 아우르는 지식과 관리기술을 요구하는 복잡한 상품이다. 그래서 부동산업체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회사 법률회사 등이 다 관여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지식을 두루 갖춘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 인수·합병 전문 법률회사인 I사의 M변호사는 “믿을 만한 전문가가 많아야 투자자에게 리츠에 대한 신뢰를 심어줘 리츠가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며 “관련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나서서 전문가 육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리츠가 초저금리로 고통받고 있는 여유자금 투자자의 숨통을 터주는 구실을 맡게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리츠를 골라야 괜찮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좀 성급한 감은 있으나, 그에 대한 답은 미국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리츠의 움직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좋은 리츠를 고르려면 우선 리츠회사의 운영형태와 수익을 내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리츠를 만들려면 최소 자본금(500억 원)의 30%에 해당하는 돈을 낼 발기인(스폰서)이 있어야 한다. 이 발기인이 나머지 자본금을 공모한 뒤 자본금 500억 원을 확보하면 건교부의 인가를 받아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자본금이 확보되면 증시에 상장, 투자자를 추가로 모집하면서 확보된 자금으로 부동산 등을 매입한 뒤 이를 운영해 수익을 내게 된다. 이때 자산 운용은 리츠회사가 직접 채용한 직원을 이용해서 할 수도 있고, 외부 기관에 맡길 수도 있다. 외국에서는 대부분 외부 위탁 방식을 취한다.

    이와 같은 과정에 투자자가 가장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할 부분은 발기인과, 자산운용을 위탁받은 ‘자산관리회사(AMC)’이다. 발기인이 부실하면 회사 경영이 위태로워지고, AMC가 무능하면 수익은커녕 원금을 까먹게 될 수도 있기 때문.

    리츠회사가 건교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았는지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최근 일부 도시 사채업자들이 설립한 ‘사설 리츠’의 경우 고수익 보장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이 법적 근거 없이 설립돼 운영에 따른 손실이 발생해도 투자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방어막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대건설 리츠팀 박래익 부장은 “리츠는 고정수익 상품이 아니라 실적배당 상품이기 때문에 리츠 운영 결과 시장 상황에 따라 적자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그에 따른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한 상품”이라며 “최근 일부 사설 리츠들이 무조건 고수익을 보장하는 데 현혹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깡통 찰 일은 없다

    리츠회사가 투자하는 부동산 상품별 특성에 따른 체크 포인트도 숙지해야 한다. 업무용 빌딩에 투자한다면 임차인 구성, 임대조건, 공실률 등 시장 상황, 시장 경기 등을 따져봐야 한다. 호텔이나 리조트라면 고객의 성향이 어떤지, 얼마나 많은 수의 가맹점을 갖고 있는 체인인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토지라면 개발 가능성과 미래의 예상 현금 흐름, 창고라면 관리능력과 주 고객의 수준 등이 검토대상이다. 유통시설이라면 경제여건과 이용고객의 수준, 시장 점유율 등을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리츠가 떼돈을 벌게 해주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리츠는 채권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안정성은 떨어지는 상품이다. 즉 채권은 배당이익이 확정된 것이지만 리츠는 실적 배당형이므로 운영 결과에 따라 배당 폭이 들쭉날쭉하다.

    반면 리츠는 주식보다는 안정적이다. 주식의 경우 반 토막이 나거나 휴짓조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리츠는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부동산은 남아 있기 때문에 ‘깡통’을 차는 일은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퇴직한 노년층이 리츠 투자를 선호한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리츠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뛰어들 상품이 절대로 아니다”며 “투자위험을 분산하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리츠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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