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호

양·한방 치매억제제에서 기억력 회복 비방까지

치매 치료의 신기술

  •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입력2005-04-13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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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의 아내는 깔끔하고 빈틈이 없는 성격이었다. 아내의 성실한 내조 덕에 나는 직장 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세 아들 다 잘 자라준 덕에 우리 집은 말 그대로 평온하고 단란한 가정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내는 불편한 기색으로 ‘여보! 머리가 나빠지나 봐.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이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 하고 근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누구든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야’ 하고 가볍게 넘겨버렸다. 그 후에도 아내는 여러 차례 같은 말을 되풀이했으나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몇 달이 지난 어느날 아내가 입맛이 없다며 하루종일 누운 채 음식을 입에 대지 않기에, 나는 그 동안 너무 무관심했다는 자책감을 느껴 아내를 데리고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찾았다. 비교적 자세하고 꼼꼼한 검사를 받았는데, 별로 걱정할 정도의 일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럭저럭 1년이 지났다. 아내는 기억력 감퇴, 실행능력 장애, 판단력 이상 등 좀더 심한 증상을 보였다. 그래서 큰 종합병원을 찾아 치매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역시 이렇다 할 병명도 모른 채 다량의 약만 받아 퇴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는 당시 치매 초기 증상을 앓고 있었다. 치매는 가족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퇴행해가는 질환이라고 하지만, 그 기간이 초기 치매 환자에게는 심리 및 환경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인데도 수수방관, 허송세월한 것이 안타까워 탄식이 절로 나왔다. 치매란 게 70∼80대에나 생기는 노인병으로만 알고 있었지 50대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란 것을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게 한스러웠다. 아내는 초로성(初老性) 치매 환자였던 것이다.”(한국치매가족회 회원 유모씨)

    유씨는 올해로 7년째 치매를 앓는 아내를 보살피고 있다. 그의 아내는 갈수록 증세가 악화돼 가족 이름도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해지고 있으며, 치아닦기·세수·화장실 이용하기 등이 순조롭지 못하고, 거울에 비치는 자기 얼굴을 보고 자기를 해치려는 괴물이 나타난다는 등 피해망상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다.



    40대도 치매 생긴다

    유씨의 부인 경우처럼 치매는 40∼50대에도 걸릴 수 있다. 서울대병원 조맹제 교수(정신과)는 40세가 넘으면 치매 증상이 유발할 수 있으며 심지어 30대 치매 환자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치매를 앓은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유전적으로 젊은 나이에 치매에 노출될 위험이 많다는 것. 이 연령대는 나이가 너무 ‘젊어’ 의사들도 치매로 확진하기까지 망설이는 경우가 적잖다고 한다.

    치매 환자 연령층이 낮아지는 현상과 함께 해마다 전체 치매 환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국내 치매환자는 30만∼4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듦에 따라 10년 단위로 50% 안팎의 폭발적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영남대 김한곤 교수(사회학)의 예측.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전세계에 최소 1200만 명의 치매 환자가 있으며 2050년에는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치매는 ‘21세기 질환’의 대명사로 꼽히기도 한다.

    어느날 갑자기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치매는 뇌세포의 노화 혹은 파괴 등에서 비롯된다. 보통 성인은 1000억 개의 뇌세포 중 하루 10만개가 자연사하지만, 치매 환자는 하루 수십만∼수백만 개의 뇌세포가 죽어 뇌 기능이 뚝 떨어져 여러 가지 지적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렇게 뇌세포가 손상된 치매 환자들은 기억력이나 이해력·판단력 등에 장애를 일으키므로 가족들에게 말 못할 고통을 안겨 준다. 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도 환자 간호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치매가족회(www.alzza. or.kr)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치매 환자를 부모나 처로 둔 가족들의 고통과 경험이 다양하게 올라와 있다. “식구들이 곤히 자는 틈을 타 집을 나간 바람에 2∼3일간 못 찾아 애간장을 태웠다”거나 “늘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처럼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가운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하소연에서부터 “어머니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저도 이제는 지쳤어요” 하는 절규, “방 안에 아무렇게나 배설한 대·소변을 처리할 때는 말린 쑥을 태우면 냄새가 안 난다”는 간호 지혜까지 치매환자 가족들의 애환이 절절히 넘쳐난다.

    일단 치매는 크게 노화로 인해 서서히 뇌가 위축돼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와 뇌혈관 경색이나 출혈로 신경세포가 괴사돼 갑자기 발병하는 뇌혈관성 치매로 구분된다. 그 외에 2차성 치매라 하여 뇌종양이나 알코올 중독, 파킨슨씨 병 등으로 치매가 동반하기도 한다.

    서양의학에서는 임상적인 측면에서 치료 가능한 치매(treatable dementia)와 치료가 곤란한 치매(irreversible dementia)로 구분하기도 한다. 치료 가능한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15∼20%에 불과하며 대부분 중풍과 같은 뇌혈관 계통의 이상으로 인해 발병하는 뇌혈관성 치매가 많다. 이때는 뇌에 이상을 일으킨 원인을 치료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치료가 곤란한 치매. 국내 전체 환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이 이에 해당한다. 알츠하이머병, 즉 노인성 치매는 그 이름처럼 연령이 증가하면서 발병률도 현저하게 증가한다. 65세 이상의 인구군에서는 치매 이환율이 5∼15%에 이를 정도. 또 남성(25.5%)보다 여성(31.9%)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가 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외모나 외관은 멀쩡한데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임으로써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는 크게 인지기능 장애 증상과 비인지기능 장애 증상 두 가지를 보인다.

    먼저 인지기능 장애 증상으로는 초기에 단기 기억력 감퇴가 생긴다. 지갑이나 자동차 키 같은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가스불 잠그는 일을 잊어버리곤 한다. 또 시간이 흐를수록 장기 기억력 감퇴도 동반해 가족의 이름조차 기억해내지 못한다. 언어에도 장애가 찾아온다. 처음에는 적절한 단어를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나중에는 물건 이름을 대지 못하고, 언어 이해력이 떨어지면서 실어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 익숙한 거리에서 길을 잃거나 심하게는 집 안에서 방이나 화장실 등을 찾지 못하는 공간력 장애, 옷을 입지 못하는 등의 실행능력 장애, 필요없는 물건을 사거나 사치스러운 물건을 구입해 남에게 주는 등 판단력 장애도 올 수 있다.

    비인지기능 장애로는 대표적으로 우울증과 행동장애를 꼽을 수 있다. 조맹제 교수는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약 30%에 이르고, 행동장애도 50% 이상에서 나타난다고 말한다. 비협조적 행동이나 반사회적 행동, 욕설, 부적절한 성행위 등 행동장애 증상들은 환자 간호를 매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이 때문에 치매 환자들은 병원이나 수용기관인 요양소 등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들을 두고 예전에는 ‘노망(老妄)’이라고 하여 환자 스스로도 부끄러워하고 심지어 보호자조차 환자를 외부로부터 감추려 했다. 그러나 노인성 치매는 만성적으로 진행하는 질병의 개념으로 인식돼야 하며 적절한 치료가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치매환자 심리치료가 중요

    질병 개념으로 인식되는 노인성 치매는 왜 생기는 것일까. 조맹제 교수는 노인성 치매 원인과 관련해 그간 알루미늄 중독설, 면역기능 장애설, 유전학적 가설, 신경전달물질 장애설 등이 제시돼 왔는데 그중 유전학적 가설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밝힌다. 즉 뇌 신경세포의 특정 유전자 이상이 발병에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유전학적 가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440~443 페이지 서유헌 교수의 기고문 참조).

    그런데 이런 가설들에 입각해 그간 여러 가지 치매 치료제가 개발돼 왔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조교수의 설명.

    “단적으로 말하면 서양의학계에서 현재까지 치매를 완치하거나 병의 진행을 정지시키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현재 시중에 항치매제로 아리셉트, 에셀론 등 3∼4가지 약제가 있으나 치매 치료제라기보다는 일정기간 치매의 진행을 완화해주는 정도의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 약도 치매 초기에나 유효하지 중기로 넘어가면 잘 듣지 않는다.”

    다만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동반되는 비인지기능 장애(우울증, 불안, 망상, 폭언, 환각, 환청 등)는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약물로 조절이 가능하다고 한다. 조교수는 이와 함께 심리적·환경적 치료도 비인지기능 장애를 겪는 치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결함을 부인하는 환자에게는 억지로 그 결함에 직면하지 않도록 배려하거나, 환자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환자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사랑으로 대해주는 등 심리적 치료가 필요하며 매일 규칙적으로 TV나 신문을 보게 해 현실감을 갖도록 하고, 일상적인 생활 환경을 가능한 한 단순화해 주는 등 환경적 치료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치매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경희대병원 황의완 교수(신경정신과)도 같은 견해다.

    “노인성 치매든 뇌혈관성 치매든 가족들이 환자를 간호하면서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일단 환자는 뇌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므로 실수를 많이 하게 돼 있다. 이때 환자의 실수를 말로 고치려 하지 말고 애정으로 감싸주어야 한다. 손을 꽉 잡아주거나 안아준다든지, 따뜻한 물 한 컵과 과일 한 조각을 줄 때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치매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또 환자가 비록 정상적인 언행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존심을 지켜주어야 한다.

    치매 환자는 장소나 사람, 환경이 바뀌면 몹시 불안해져서 일시적으로 나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가급적 치매환자를 둔 가족은 이사를 가지 않는 게 좋고, 환자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7년째 치매 환자인 아내를 돌보는 유모씨 역시 경험상 환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라고 밝힌다. 무엇보다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 하고 모든 실수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려 한 덕분인지, 아내가 큰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이른바 매병(病)이라고 표현되는 치매를 치료하면서, 한방 약물이 그 치료제로 주목돼 치매환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이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경희대 한방병원 치매센터(팀장 황의완 교수).

    최근 보건복지부는 황의완 교수(신경정신과)가 치매센터에서 그간 치료한 노인성 치매환자 68명의 치료 성적을 의미 있다고 인정, 치매치료제 개발 연구비로 향후 3년간 매년 1억5000만원씩 지원키로 했다. 여기에 경희대 병원과 동서의학대학원을 비롯해 고려대 김현택(심리학), 외국어대 권혁만(분자신경생물학) 교수 등이 공동 연구자로 참여한다.

    황의완 교수는 그간 노인성 치매와 뇌혈관성 치매 치료에서 효과를 보인 한약물에 대해 체계적인 임상 실험과 동물 실험을 실시해 치료 효능과 그 기전을 밝힐 것이라고 말한다.

    소음인이 치매에 잘 걸려

    황교수가 치매 환자 치료에 쓰는 약은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체질에 입각한 사상체질 처방이다.

    “각 체질마다 그 체질에 맞는 약물이 있고 그 약물로 구성된 처방이 있다. 임상에서 자기 체질에 맞는 치료를 받으면 치매 초기 환자의 경우 3∼6개월에 가족들이 보기에도 눈에 띌 만큼 호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치매 중기의 경우 6∼12개월 치료를 받으면 기억력·판단력·이해력 등이 상당히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치매가 중기에서 말기로 접어들거나 이미 말기에 이른 경우에는 약물 처방이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황교수는 또 수년간의 임상에서 태음인에게 활용하는 ‘조위승청탕(調胃昇淸湯) 가감방’은 체질에 관계없이 좋은 치료효과를 거두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원지, 석창포, 율무 등을 주 재료로 하는 조위승청탕은 예부터 한의학에서 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데 널리 활용되던 처방으로,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들이 애용하기도 했다.

    이 처방은 지난해 치매모델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도 기억력, 판단력 등 인지능력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고,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주 실험대상으로 꼽고 있는 약이다.

    황교수는 노인성 치매 초기에는 침 치료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일반적인 침치료보다는 각 체질에 맞는 침법을 구사해야 하는데 ‘태극침법’이라는 특수한 치료법이 사용된다고.

    황교수는 또 사상체질로 치매를 치료하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인성 치매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사상 체질 중 소음인이 다른 체질에 비해 유난히 많은 점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서 의학적 소견을 낼 정도는 아니지만, 사견으로는 소음인이 꼼꼼하며 치밀한 성격에다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입으면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는 성격적인 면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치매와 소음인이 적잖이 관련이 있는 듯싶다.”

    언제부터인지 말의 앞뒤가 맞지 않고 기억력이 갑자기 떨어져 병원을 찾은 최모(73)씨는 체질진단 결과 소음인.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초기로 판명된 그는 40일 동안 주 5회 태극침을 맞으면서 소음인에 맞는 한방치료를 받은 뒤 현재 정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서양의학에서든 동양의학에서든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치매의 조기발견이란 게 암의 조기 발견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 것이기는 하지만, 가족이 인지할 정도가 되면 환자는 이미 치매 중기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기 십상이라는 것.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주 애매하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면 주의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

    참고로 경희대 한방병원 치매센터에서는 올 7월부터 기억력 장애 등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매에 걸렸는지 일반적인 노화현상인지, 노인성 치매인지 혈관성 치매인지를 무료로 검진해주기로 했다(단 비용상 MRI 검사만 유료, 문의 02-958-9188).

    또 삼성서울병원 치매연구팀에서도 항치매 효과가 있다는 한방생약(INM 176) 효능 연구의 일환으로 무료로 치매 검사를 해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상은 기억력 감퇴를 느끼는 만 57~79세의 남녀다(문의 02-3410-0941).

    사실 노인성 치매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와 정상적인 건망증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황의완 교수는 생리적(정상적)인 건망증과 치매 상태의 건망증을 다음과 같이 구별한다.

    정상적인 건망증은 자기가 그 사실에 대해 충분히 자각하고 있지만, 치매 상태의 건망증은 바로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나 방금 들었던 것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자기가 잘 잊어버린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또 치매 상태의 건망증은 생리적인 건망증과 달리 진행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치매 진행 정도에 따라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으므로 가족 중 누군가가 이런 경향을 보이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치매 진행에 따른 증상’ 참조)

    아무튼 치매는 걸리기 전에 예방하는 것은 최선책이다. 황의완 교수는 자기 체질(사상체질)에 맞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특히 가족력으로 볼 때 치매에 걸릴 소인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사상체질 전문 병원에서 정확히 체질 진단을 받은 뒤 체질에 맞는 식사 습관과 운동법을 지켜나가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기억력 감퇴나 건망증 등을 치료하는 한약재가 개발돼, 치매 예방에도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지, 백복신, 맥아 등 청열(淸熱: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에 쌓인 열을 풀어줌)과 보심(補心: 심장 기능을 안정시켜 정신적 안정을 줌) 작용을 하는 8종의 한약재를 주성분으로 하는 ‘메모라-민’이 바로 그것.

    한나라 한의원의 최병학·박경미 박사팀이 국내 연구진과 함께 3년에 걸쳐 임상 실험한 결과 메모라-민이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력 감퇴를 효과적으로 예방, 치료하는 등 뇌 기능을 활성화했던 것. 국내에서는 드물게 한약 처방을 서양의학적인 임상실험 방법을 채택해 성공을 거둔 최병학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스트레스는 기억력 감퇴나 건망증, 정신불안, 나아가 치매의 심각한 원인이 된다. 개발한 약물은 이미 한방 임상에서 집중력 저하로 고민하는 수험생들과 스트레스에 심하게 노출돼 뇌에 피로감을 느끼던 직장인들에게 효과를 거두었고, 이번의 동물 실험 결과 기억력 감퇴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의 동물 실험은 스트레스를 받아 기억력이 감퇴된 쥐들에게 약물을 6주간 투여하고, 물 속에서 얼마나 목표물을 정확하게 찾아가는지를 조사하는 것. 그 결과 약물투여군이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도착점을 정확하게 찾은 횟수는 1.5배 이상, 도착점에 도달한 시간도 1.8배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병학 박사는 치매예방 효과가 있는 뇌 기능 활성제 메모라-민 외에도 치매를 비롯한 뇌질환 치료제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어 조만간 낙관적인 결과도 나올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또 최박사팀이 개발한 메모라-민은 국내 및 미국에 특허를 출원했고 일본 굴지의 제약회사인 중외제약과는 수출 계약을 협의하는 중이라고 한다.(문의 02-555-4666)

    마지막으로 치매 환자를 둔 가족들에 대한 정보. 치매 환자를 부끄럽다고 감추지 말고 다른 치매 가족들과 정보 공유를 통해 환자를 돌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치매관련 단체로는 91년에 치매가족들이 조직한 단체인 한국치매가족회를 비롯해 사단법인 한국치매협회(http:// silverweb.or.kr), 한국치매연구센터(http://www.geocoties.com/drstein2)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치매에 대한 전문상담, 가족 교육, 치매 치료기관, 치매노인 복지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치매 진행에 따른 증상

    ● 전치매(초기) 증상

    ① 자발성이 결여되고 타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②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

    ③ 몇 가지 일을 동시에 연속적으로 처리하지 못한다.

    ④ 완고해지고, 자기 중심적이 되며, 상대방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⑤ 동작이 둔해지고 두뇌 회전이 나빠진다.

    ⑥ 생각의 폭이 줄어들고 획일적이 된다.

    ⑦ 유머나 재치가 없어진다.

    ⑧ 인내력이 없어지고 집중력이 저하된다.

    ⑨ 화를 잘 낸다.

    ⑩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다.

    ● 경증 치매(중기) 증상: 6세 전후의 지능 수준

    ① 어제 일어난 일 등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② 시간, 장소 등에 대한 지남력이 불확실해진다.

    ③ 쉬운 계산도 틀린다.

    ④ 가족 이름을 틀리게 말하거나 잊어버린다.

    ⑤ 방향 감각이 무뎌져 외출한 후 자기 집을 못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⑥ 몸 차림새에 무관심해진다.

    ⑦ 요리를 할 때 맛내는 솜씨가 변한다.

    ⑧ 갑자기 화를 내거나 우는 등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

    ⑨ 돈이나 물건을 도둑맞았다고 착각하는 등 피해망상이 있다.

    ● 중증 치매(말기) 증상: 4세 이하의 지능 수준

    ① 시간, 장소, 사람을 거의 분간하지 못한다.

    ② 목욕, 식사, 배변 등에 시중을 들어야 할 필요가 생긴다.

    ③ 아무 계획없이 되는 대로 행동하는 수가 많다.

    ④ 식욕이 지나치게 왕성하고, 몇 번이나 식사를 하려고 한다.

    ⑤ 무엇이든 관계없이 비틀거나 잡아당긴다.

    ⑥ 의미없이 배회한다.

    ⑦ 한밤중에 일어나서 떠들고 괴성을 지른다.

    ⑧ 대소변을 자주 지리며, 대변을 벽에 바르거나 먹는다.

    ⑨ 식물인간처럼 계속 누워 있게 된다.

    ⑩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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