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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연재②|난치질환에 도전한다

양·한방 치매억제제에서 기억력 회복 비방까지

치매 치료의 신기술

  •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양·한방 치매억제제에서 기억력 회복 비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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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아내는 깔끔하고 빈틈이 없는 성격이었다. 아내의 성실한 내조 덕에 나는 직장 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세 아들 다 잘 자라준 덕에 우리 집은 말 그대로 평온하고 단란한 가정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내는 불편한 기색으로 ‘여보! 머리가 나빠지나 봐.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이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 하고 근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누구든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야’ 하고 가볍게 넘겨버렸다. 그 후에도 아내는 여러 차례 같은 말을 되풀이했으나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몇 달이 지난 어느날 아내가 입맛이 없다며 하루종일 누운 채 음식을 입에 대지 않기에, 나는 그 동안 너무 무관심했다는 자책감을 느껴 아내를 데리고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찾았다. 비교적 자세하고 꼼꼼한 검사를 받았는데, 별로 걱정할 정도의 일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럭저럭 1년이 지났다. 아내는 기억력 감퇴, 실행능력 장애, 판단력 이상 등 좀더 심한 증상을 보였다. 그래서 큰 종합병원을 찾아 치매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역시 이렇다 할 병명도 모른 채 다량의 약만 받아 퇴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는 당시 치매 초기 증상을 앓고 있었다. 치매는 가족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퇴행해가는 질환이라고 하지만, 그 기간이 초기 치매 환자에게는 심리 및 환경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인데도 수수방관, 허송세월한 것이 안타까워 탄식이 절로 나왔다. 치매란 게 70∼80대에나 생기는 노인병으로만 알고 있었지 50대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란 것을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게 한스러웠다. 아내는 초로성(初老性) 치매 환자였던 것이다.”(한국치매가족회 회원 유모씨)

유씨는 올해로 7년째 치매를 앓는 아내를 보살피고 있다. 그의 아내는 갈수록 증세가 악화돼 가족 이름도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해지고 있으며, 치아닦기·세수·화장실 이용하기 등이 순조롭지 못하고, 거울에 비치는 자기 얼굴을 보고 자기를 해치려는 괴물이 나타난다는 등 피해망상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다.



40대도 치매 생긴다

유씨의 부인 경우처럼 치매는 40∼50대에도 걸릴 수 있다. 서울대병원 조맹제 교수(정신과)는 40세가 넘으면 치매 증상이 유발할 수 있으며 심지어 30대 치매 환자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치매를 앓은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유전적으로 젊은 나이에 치매에 노출될 위험이 많다는 것. 이 연령대는 나이가 너무 ‘젊어’ 의사들도 치매로 확진하기까지 망설이는 경우가 적잖다고 한다.

치매 환자 연령층이 낮아지는 현상과 함께 해마다 전체 치매 환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국내 치매환자는 30만∼4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듦에 따라 10년 단위로 50% 안팎의 폭발적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영남대 김한곤 교수(사회학)의 예측.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전세계에 최소 1200만 명의 치매 환자가 있으며 2050년에는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치매는 ‘21세기 질환’의 대명사로 꼽히기도 한다.

어느날 갑자기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치매는 뇌세포의 노화 혹은 파괴 등에서 비롯된다. 보통 성인은 1000억 개의 뇌세포 중 하루 10만개가 자연사하지만, 치매 환자는 하루 수십만∼수백만 개의 뇌세포가 죽어 뇌 기능이 뚝 떨어져 여러 가지 지적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렇게 뇌세포가 손상된 치매 환자들은 기억력이나 이해력·판단력 등에 장애를 일으키므로 가족들에게 말 못할 고통을 안겨 준다. 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도 환자 간호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치매가족회(www.alzza. or.kr)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치매 환자를 부모나 처로 둔 가족들의 고통과 경험이 다양하게 올라와 있다. “식구들이 곤히 자는 틈을 타 집을 나간 바람에 2∼3일간 못 찾아 애간장을 태웠다”거나 “늘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처럼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가운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하소연에서부터 “어머니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저도 이제는 지쳤어요” 하는 절규, “방 안에 아무렇게나 배설한 대·소변을 처리할 때는 말린 쑥을 태우면 냄새가 안 난다”는 간호 지혜까지 치매환자 가족들의 애환이 절절히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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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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