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는 70세를 넘기면서부터 치매 증상이 발생, 어느 사이에 사람을 못 알아볼 정도로 병이 진행됐다. 자기 아들을 보고 아저씨라고 부르는가 하면, 손자를 아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번씩 인사불성이 되었다가 깨어나고, 대·소변을 구별하지 못하고, 옷을 입을 수도 없고, 건망증과 언어장애까지 나타나고, 정신이 들면 며느리가 잘 사는 것을 시기 질투하였다고 한다. 며느리는 큰 걱정을 하면서 시어머니의 치매 치료를 위해 노력했으나 뚜렷한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시어머니는 이미 치매가 말기 증상을 보여 별 도리없이 방치 상태에 있었다.
당시 며느리는 수지침을 배우러 다니면서 알루미늄 재질의 지압봉을 구해 집에 놓아두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지압봉을 보더니 움켜잡고선 밤낮으로 손에서 놓지를 않는 것이다. 며느리가 빼앗으려 해도 꼭 쥐고 놓지 않아 할 수 없이 그냥 두었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정신이 조금 들면 지압봉을 쥐고 왼손, 오른손으로 번갈아 옮기며 놀기도 하고, 정신을 잃으면 그것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밤낮으로 지압봉을 쥔 채 4∼5개월을 보낸 어느 날, 시어머니는 아들을 정확하게 알아보았다. 손자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고, 며느리와 일가 친척들도 구별해냈다. 집안 식구들은 너무나 놀라 반신반의하고 있는데, 시어머니는 그 후부터는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없었고, 대·소변 구별도 하게 됐다.
시어머니는 밤낮으로 지압봉을 가지고 지낸 것 외에는 특별히 치료라는 것을 받은 적이 없었다. 며느리는 비로소 수지침에서 사용하는 지압봉이 치매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와 같은 사례는 수지침을 배운 여러 사람에게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다. 손 자극과 손 운동이 치매증 회복에 특별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이다.
수지침이 대뇌 활성화시켜
치매증 치료에 수지침이 좋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 논문들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고려수지침요법학회는 1978년부터 한일고려수지침학술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는데, 매우 다양한 임상 사례 및 연구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지난 4월24∼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5회 한일고려수지침학술대회에는 한국·일본 외에도 독일·오스트리아·미국 등지에서 1800여 명 수지침 연구자들이 참석하여 대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아무튼 이 한일학술대회에서 일본대학 야쓰 미쓰오(谷津三雄) 박사는 이미 1989년에 ‘뇌경색증 환자의 치매증을 치료한 사례’를 환자의 CT촬영사진과 함께 발표한 바 있다.
당시 41세의 뇌경색 환자는 대·소변을 못 가리고, 밥을 먹을 수 없었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전신을 쓸 수 없는 중증 상태였다. 병원에서 3∼5개월을 치료해도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야쓰 교수는 수지침에 의한 치매 치료 겸 연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야쓰 교수가 CT로 환자의 뇌를 촬영해본 결과, 이미 뇌의 크기가 상당히 줄어들어 있었고 산소와 포도당 등 영양도 극히 불량한 상태였다. 야쓰 교수는 수지침 처방을 따라 수지침으로 치료하면서 서암뜸(瑞岩灸)도 많이 떴다고 한다. 매일 3개월간 반복적으로 치료하자 환자의 의식이 정상으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CT로 뇌를 다시 촬영하여 보니 산소와 영양 상태가 정상인처럼 회복되었고, 특히 뇌가 매우 커져 있었다.
야쓰 교수는 다시 실험해보기 위해 환자에 대한 수지침 시술을 중단한 채 6개월을 기다린 후 CT로 뇌촬영을 해보았다. 이번에는 산소와 영양이 약간 줄어들고 뇌의 크기도 약간 작아진 결과로 나타났다.
이런 실험 과정에서 수지침으로 치료하면 대뇌(大腦)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데 특별한 효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대뇌가 커진다는 점도 발견했던 것이다.
치매는 대뇌 기능이 정상적으로 발휘하지 못하는 데서 나타나는 장애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뇌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적어지고, 뇌신경 세포가 손상을 받아 뇌가 작아져서 일어나는 이상 증상이 치매인 것이다.
따라서 대뇌를 회복시키려면 수지침요법의 기본처방인 A1·3·6·8·12·16·30번에 매일 1회 3∼5장씩, 양 손에 서암뜸(瑞岩灸)으로 꾸준히 떠 주어야 한다. 특히 치매 초기나 가벼운 치매 증상은 이런 처방으로 상당히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