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권말부록|21세기 한국을 위한 교육 · 복지 · 기업문화 개혁론

건강보험, 정부·기업부담 늘려야

<의료보장>

  • 강영호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전임강사)

건강보험, 정부·기업부담 늘려야

2/2
기업의 보험료 분담 비율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반씩 부담한다. 독일도 사용자와 근로자가 반씩 부담하지만, 월보수가 낮은 근로자의 보험료는 전액 사용자가 부담한다. 프랑스는 사용자가 65%를 부담하고, 이웃 대만은 사용자가 60%, 정부가 10%를 분담한다. 일본도 7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56%를 부담하고, 근로자가 가입하는 정부관장 보험에는 정부가 국고 지원한다.

지출구조는 더 큰 문제다. 건강보험 ‘지출부문’이 낭비구조임은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행위별 수가제, 민간중심의 의료기관과 부족한 공공의료기관, 의사수 및 병상수 증가 등 의료자원의 지속적 증가가 그것이다.

건강보험 위기 상황에서 고려되고 있는 방안이 ‘의료저축제도’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다. 특히 의료저축제도는 건강보험 구조개혁 방안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제시되는 의료저축제도는, 건강보험은 중한 질병(암 등)에 대한 보장으로 보장범위를 바꾸고, 대신 소액진료비는 본인이 전액 부담하되, 경한 질병(감기 등)을 대비하기 위한 개인소유의 의료비 지출통장(의료저축계좌라 부른다)을 모든 국민이 갖게 하는 제도다. 즉, 의료저축계좌를 중심으로 보험급여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이다. 의료비가 많이 드는 소액진료비를 줄이면서, 보험기능이 정작 필요한 고액진료비에 대한 보장성을 높인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의료저축계좌는 1998년 구조조정차관(SAL-Ⅱ) 협상안에서 세계은행이 도입 검토를 제안한 바 있고, 전경련을 통해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개편 방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올해 1월 말 도입을 검토했다가,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로 백지화한 바 있다.

그런데 의료저축제도의 핵심인 의료저축계좌는 사회보험 원리와 상반되는 의료비 조달 방법이다. 소액진료에서 사회보험 기능을 없애는 것이다. 이는 특히 저소득층의 필수적인 의료이용을 제한함으로써 형평성을 저해한다. 더구나 질병 치료에 있어서 ‘상부상조’의 사회보험 정신을 없애고, ‘개인 책임’을 강요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하지만, 공보험인 건강보험에서 급여되지 않는 항목이 너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는 곧바로 건강보험의 대체로 이어질 것이다. 총진료비 중 50%를 본인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적 의료보험의 급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급여(비급여 부분)를 ‘거의 전적으로’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는 피보험자가 많은 경우, 공적 의료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의료제공자들도 공적 의료보험 진료비 수입보다는, 앞으로 장래성이 뛰어난 민간의료보험 부문 확장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독립된 수가체계와 독립된 의료전달체계, 즉 공적 의료보험을 대체하는 의료체계에 대한 요구가 많아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민간의료보험 시장의 확장을 통해 보험재정을 절약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지만, 총국민의료비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는 민간의료보험 중심의 의료체계를 가진 외국의 공통된 경험이다.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계기로 건강보험 구조개혁에 대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일반 국민의 처지에서 각 방안의 궁극적 의미를 판단할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는 “건강보험을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대체할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아직 제대로 된 사회보험으로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사회보험을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회보험이 갖고 있는 상부상조의 미덕을 우리 사회에서 실현하는 방향이 우선이다.

보험재정 수입 부문에서는, 국고 지원율의 상향 조정이 시급하다. 당초 전국민의료보험 확대 실시에 따라 정부가 약속했던 지역의료보험료에 대한 국고지원 50% 실현도 중요하지만, 정작 보험료 부담 경감이 필요한 저소득층 지원, 영세기업의 사업주 부담분 지원 등과 같은 세부 방안들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기업 부담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외국 사례와 같이 기업 규모에 따른 기업부담 차등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보험료를 형평성 있게 부과하기 위하여 소득파악률 제고는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과제다.

보험재정 지출 부문에서는, 행위별 수가제를 다른 방식의 진료비 지불제도로 개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포괄수가제, 총액계약제 등 다양한 방식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공공의료기관을 확대하고,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전체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을 향상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한편, 소액진료 본인부담제와 같이 의료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지출관리 방안은 지양되어야 한다. 의료수요자 중심의 지출관리는 효과도 미약할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이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하는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보험재정 수입, 지출부문의 정책과 함께 시급히 보험급여를 확대해야 한다. 보험급여 확대야말로 보험재정 위기 극복의 목적이자 건강보험 구조개혁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신동아 2001년 6월호

2/2
강영호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전임강사)
목록 닫기

건강보험, 정부·기업부담 늘려야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