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호

기업경영 혁신을 위한 평가시스템 구축방안

<경영개혁>

  • 신철호 (성신여대 교수·경영학)

    입력2005-04-14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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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기업은 개인차원의 의식개혁이나 행동변화를 유도하기보다는 기업의 평가시스템을 혁신함으로써 기업의 비전과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여 기업이 바라는 재무적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에 한국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지지부진한 금융산업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2001년 3월에는 동아건설 파산에 이어 최근에는 현대건설 분식회계처리 등 일련의 사태를 겪었다.

    만 4년째 접어드는 짧지 않은 기업의 회생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 경쟁력에 대한 잘못된 평가로 인해 기업은 물론 한국경제전체가 불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30년간 한국 경제 성장의 주요 견인차였던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에서 투명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기업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는 지난 30년간 매년 8.6%의 기록적인 성장률을 달성했으며, 그 결과 1996년 말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다.

    1996년 기준으로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선박제조국이 되었으며, 세계 1위의 D-램 생산국이 되었다. 또한 세계 6위의 철강생산국으로 발돋움하며, 포항제철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생산업체가 되었다. 자동차산업에서도 세계 5위의 자동차 수출국의 위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눈부신 실적은 기업의 경쟁력보다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경제정책에 근거한 것이었다. 정부는 섬유, 완구, 의류, 신발, 석유화학제품, 조선, 철강, 자동차, 가전제품, 반도체 등의 주요 산업의 몇몇 기업에게 금융특혜와 정부보조금은 물론 세제혜택과 수입관세면제와 같은 특혜수단을 제공했다. 나아가 이들 기업이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외국원자재나 제품과 경쟁하지 않도록 국내시장을 철저히 보호해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경제성장방식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1997년 IMF외환위기를 통해서 뼈저리게 실감했다. 자유화와 세계화로 대변되는 새로운 국제경쟁환경은 글로벌시장에서 투명성을 갖춘 기업들간의 경쟁을 의미하는 것이며, 기업 스스로 경쟁력 기반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와 같은 외부요인에 의한 기업성장은 기업생존도 위태로운 상황에 빠뜨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기업은 지난 30년간 길들여져 왔던 기업 경영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경영방식을 통해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 기업경영혁신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평가시스템의 부재

    경쟁력 있는 기업은 혁신을 통해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다. 기업에게 혁신이란 결국 기업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경영을 혁신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여기서 경영이란 기업을 움직이는 활동을 의미하며, 이는 계획활동(Plan)-실행활동(Do)-평가활동(See)의 과정으로 정리될 수 있다.

    또한 혁신이란 쉽게 말해서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영혁신이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새로운 생각이나 방법으로 기존 업무를 다시 계획하고 실천하고 평가하는 것을 가리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기업의 경영혁신은 기업의 경영활동인 계획, 실행, 평가 활동의 혁신을 통해서 21세기 글로벌 경쟁환경에 적합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기업은 그 성장배경상 기업의 경영활동인 계획, 실행, 평가가 각각 동등한 역량으로 길러질 수 없었다. 즉 1970년대 말 이전에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정부에서 계획(Plan)기능을 대신해 주어 기업에서는 실행(Do)만이 강화되었고,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의 오일쇼크 등 외부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기업들은 스스로 외부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계획(Plan)기능을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1980년대 말 이후 한국기업의 경영활동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은 평가기능이 되었으며, 사실 오늘날 한국기업의 경쟁력부재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평가시스템이 미비한 데서 기인한다.

    이러한 평가시스템의 부재는 기업의 합리적 자원활용을 저해하는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경영활동에 대한 기업내부 평가시스템과 정부의 경제정책과 금융시장 및 증권시장의 효율적 활용에 대한 기업외부 평가시스템의 부적정성에 따른 것이다.

    미국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인 평가시스템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기업들의 2001년 1/4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CEO에서 회장으로 물러날 것으로 예측되는 야후의 팀 구글 회장이나 투자자들로부터 아직 합격점을 받지 못한 휴렛 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 모두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 평가시스템하에서 경영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기업이 환골탈태를 통해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기업 내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 내 평가시스템의 구축 목적은 기업가치 극대화에 있다. 기업 내의 모든 자원이 경쟁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도록 사용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서 기업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해 기업 내부와 외부의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평가시스템의 기본 구성요소는 평가여건, 평가내용, 평가반영으로 구성된다.

    첫째, 평가여건 차원에서 볼 때 이제 한국기업에 있어 경영활동의 평가여건은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이르렀다. 증권시장과 금융시장에서 기업에 대한 평가기능과 활동이 엄격해지고 있으며, 기업내부정보에 대한 회계기관의 평가도 엄격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과거 분식회계 내용을 당기손익에 반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여 회계기준을 변경하고, 분기 결산할 때도 현금흐름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충분하고 투명한 회계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도 기업경영 성과의 평가를 주식가치나 현금흐름 위주의 이익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고 있다.

    둘째, 평가내용 차원에서 볼 때 이제 한국기업은 경영활동의 내용차원에서 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평가내용의 주된 과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언제 평가할 것인가를 포함한다. 기업 전체의 성과는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에서 투자자와 채권자에 의해 평가된다.

    문제는 외부이해관계자의 평가시스템을 기업내부 평가시스템에 연결해 적합 관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기업외부 평가시스템과 기업내부 평가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연결되어야 투자자와 채권자가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기업자원 배분하고 활용할 수 있다.

    기업평가시스템의 내용은 성과관리, 재무운영, 원가계획 및 예산수립, 자금조달과 세무, 자금관리, 투자관리, 기획 및 재무전략 등으로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평가항목을 운용하는 주체다. 기업 구성원은 수직적인 구조로 볼 때 주주가 선임하는 이사회와 이사회가 선임하는 경영진 그리고 경영진이 충원한 종업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모두 기업가치를 극대화 하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상호 평가주체와 피평가자 노릇을 통해서 기업가치극대화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즉 이사회는 경영진이 기업 운영목표를 승인하고 경영진의 성과를 평가하며, 경영진은 종업원의 해당 사업 목표를 승인하고 이를 평가하여 기업목표를 달성하게 해야 한다. 이사회는 자신들이 기업가치에 공헌한 바를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 기업은 기업가치극대화에 공헌할 수 있는 전문성과 능력을 가진 이사회의 구성과 이의 효율적인 활용,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비전과 리더십, 그리고 전략적 선택역량을 보유한 경영진을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평가반영 차원에서 볼 때 한국기업은 평가결과와 이에 따른 반영시스템이 단절되어 있다. 평가반영시스템이란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업목표수립이나 기업전략의 구상과 같은 사업적 차원의 반영과 인센티브, 승진, 승급과 같은 개인적 차원의 반영 방법을 의미한다. 한국기업의 개인에 대한 반영시스템은 기업 내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최근에 연봉제 등 능력급제의 도입으로 개인의 능력과 성과의 차이에 따른 보상체계가 도입 운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과 성과가 모두 뛰어나도 이들의 합인 사업단위성과나 기업전체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도처에서 볼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는 오로지 자신이 속한 사업부의 성과, 나아가 기업의 가치극대화에 공헌을 하는 경우에만 그 의미가 있다. 따라서 개인의 성과평가에 대한 방법과 반영시스템은 기업 전체의 가치극대화와 연결되어 운용되어야 한다.

    최근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은행들이나 기업들이 조직에 속한 구성원들의 능력이 떨어지거나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서 기업이 부실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들 구성원의 능력과 성과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 기업이 보유한 기업의 평가시스템에 결함이 있어 기업 부실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제 한국기업은 기업 내 평가시스템의 치유와 혁신을 통해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부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의 모든 자원과 경영 프로세스가 기업가치 극대화로 올바르게 사용되고 운용될 수 있도록 기업전체목표와 사업부목표 그리고 기능차원/프로세스차원의 목표가 상호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업전체 단위조직과 프로세스의 통합된 목표체계에 따라 합리적이고 투명한 평가기준을 기반으로 성과관리가 지속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경영진은 자신이 선택한 전략과 실행에 대한 결과로 평가받고 보상받아야 하며, 기업구성원도 자신의 능력이 어떻게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연결되어 운영되는지를 깊이 인식하고 성과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통해서 거듭나야 한다.

    따라서 한국기업은 개인차원의 의식개혁이나 행동변화를 유도하기보다는 기업의 평가시스템을 혁신함으로써 기업의 비전과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여 바라는 재무성과를 거두어야 하며, 평가시스템의 항구적 적용을 통해서 기업의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기업이익의 근간인 고객만족을 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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