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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살기 좋은 도시’를 가다 ③

교회·스키· 하이테크놀로지의 천국

미국 솔트 레이크 시티

  •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교회·스키· 하이테크놀로지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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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 레이크 시티는 부유한 도시다. 도시 건설 초기부터 농업, 목축업, 물류업, 광산업, 공업, 관광업 등 그때그때 부가가치가 큰 산업을 유치해 발전시켜 왔다. 현재 솔트 레이크 시티의 가장 큰 수입원은 관광업과 첨단공학이다.

솔트 레이크 시티를 중심으로 한 주변지역은 천혜의 관광지다. 일교차가 크고 겨울이 긴 기후는 오히려 이 도시에 ‘1년 중 6개월 동안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라는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10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이어지는 스키 시즌 동안 미국 각지에서 몰려온 부자들은 이 도시에 엄청난 돈을 뿌리고 간다. 시 당국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양질의 스키장 건설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지금에 와서는 도심에서 30분 내지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스키장만 13군데에 이를 정도로 인프라가 잘 형성돼 있다. 가까운 골프장만도 30여 군데.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1000여 개의 등산로가 와사치 산맥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솔트 레이크 시티 시청에 근무하는 보브 젠킨슨 씨는 “미국에는 큰 산맥과 인접한 도시가 많지 않다. 이런 지형 조건을 살려 산악 스포츠 시설을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키 시즌이 아닐 때에도 거리에는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말일성도와 관련된 역사적 유적이 많은 것도 한 이유지만, 무엇보다 인근에 유명 국립공원과 주공원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랜드 캐년, 자이언 캐년, 브라이스 캐년, 옐로 스톤, 세닥 브레이크스 유적, 모뉴먼트 밸리, 파웰호수 등. 모두 차로 5~9시간 달리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때문에 솔트 레이크 시티는 각 여행지로 옮겨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봄 가을이 짧긴 하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것도 매력이다.

관광업과 함께 솔트 레이크 시티의 재정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하이테크놀로지 산업이다. 1998년 11월에는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첨단 신도시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체 가정의 70%에 개인 컴퓨터가 갖춰져 있고 초고속망이 발달해 있으며 세계적 IT기업과 그 연구소, 벤처기업 등이 밀집해 있다. 실제로 LA 호텔에서는 불가능했던 인터넷 접속이 솔트 레이크 시티 호텔에선 너무도 간단하게 이루어져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객실마다 랜 포트가 들어와 있었고 속도도 매우 빨랐다.



이 도시가 첨단산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일찍이 발달한 광산공학과 관련이 깊다. 솔트 레이크 시티 동남쪽 40㎞ 지점에는 지금도 세계 최대 규모의 노천동광인 빙감동광이 가동중이다. 도시 내에 있는 유타대학을 중심으로 광산공학이 발달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정보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요즘 유타주는 솔트 레이크 시티와 인근 프로보 시를 중심으로 한 ‘실리콘 캐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도시는 우수한 인적 자원과 실적 뛰어난 연구소, 완벽한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업 유지 비용은 실리콘밸리보다 30% 이상 낮아요. 물가가 싸고 땅도 넓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이점을 십분 살려 첨단산업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미 아이오메가, 노벨, 마크론, 월드퍼펙트 등 세계적 첨단기업들의 본사와 주요 연구소가 입주해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교민인 지문원 유타주 아시안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아웃 도어 스포츠의 천국

솔트 레이크 시티의 부(富)에는 말일성도 회원들의 십일조도 큰 몫을 차지한다. 말일성도는 수익의 10분의 1을 교회에 헌납하는 십일조를 중히 여긴다. 이렇게 모인 엄청난 자금은 주로 이 지역 지방은행인 자이언은행(자이언은 성경에 나오는 ‘시온’산의 미국식 발음이다)에 예치된다. 한마디로 현금이 풍부한 도시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솔트 레이크 시티에는 슬럼이 없다. 종교도시인데다 생활 수준도 높아 범죄율은 대단히 낮은 편이다. 그래서일까, 솔트 레이크에 머무는 3일 동안 경찰을 한번도 볼 수 없었다. 최근에는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마약 사범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지만, 조직폭력이나 총격사건 등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몇 년 전에는 인근 주 경찰이 부랑자나 걸인들에게 편도 차표만 달랑 쥐어주며 솔트 레이크 시티로 쫓아버리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재정과 잘 정비된 복지정책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해 유타주의 고용성장률과 실업률은 각각 2.6%와 3.3%, 1999년 관광 수입은 42억 달러(약 5조4600억원)였다.

그렇다면 솔트 레이크 시티의 물가 수준은 어떨까.

유타대 지리학과 이청명 교수는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가격 모두 중간 수준 이하다. 대도시로서는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특별히 싼 것도 있는데, 예를 들면 가솔린 1ℓ당 가격이 캘리포니아에서는 3달러가 넘는 데 비해 여기서는 1달러80센트 정도다. 정보이용료가 싸고 세금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솔트 레이크 시티는 철저한 계획하에 만들어진 근대 도시다. 다운타운 외곽으로 깔끔하고 단아한 주택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도심에 가까운 쪽에는 중하류층이, 산 아래쪽에는 중상류층이, 산 중턱쯤에는 상류층이 모여사는 형태다. 가장 멀리 떨어진 주택가라고 해도 시내까지 들어오는 데 15~25분이면 충분하다. 넓고 곧은 길, 도시를 관통하는 프리웨이, 잘 짜인 교통 시스템 덕분이다.

도심에서 15분 가량 떨어진 올림포스 산 밑 홀리데이 주택가에 가 보았다. 중산층 동네라고 하지만 뒷산처럼 가깝게 보이는 설산이며 맑은 공기, 집집마다 두세 그루 이상 심은 크고 울창한 침엽수들과 잘 가꾼 잔디밭으로 인해 고급 별장지대에 온 듯했다. 다시 차를 몰고 올림포스 산 중턱에 올라 동네를 내려다보니, 거대한 숲 곳곳에 숨어 있는 요정들의 집인 양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왜 솔트 레이크 시티를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하는 지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솔트 레이크 시티는 또한 문화와 스포츠의 도시다. 유타주 청사 가이드 매니저 솔베인그 J. 콜스 씨는 “솔트 레이크 시티에는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유타 발레단, 유타 오페라단 등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예술단체들이 상주해 있다. NBA 농구단인 유타 재즈의 본향이기도 하다. 템플 스퀘어 인근에 있는 유타 재즈의 연습장 ‘델타 센터’는 관광객들로 늘 북적거린다”고 전했다.

노인과 아이들의 도시

솔트 레이크 시티 시민들은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긴다. 스키장, 골프장, 테니스장, 야영장 등 각종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데다, 술 판매 제도가 워낙 엄격해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 발붙일 데가 없는 까닭도 있다.

솔트 레이크에서 대한여행사(www.awtt.com)를 운영하는 교민 박종수 씨는 “이민 초기에는 솔직히 감옥 생활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단 레포츠에 맛을 들이자 세상이 달라졌다. 등산, 낚시, 트레킹, 골프, 스키, 테니스…. 밝고 건전한 삶을 가꾸려는 사람,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솔트 레이크는 천국과 같은 도시”라고 말했다.

이 도시에는 일단 술집 자체가 많지 않다. 술은 21세 이상만 마실 수 있으며 알코올도수 3.2도 이상의 주류는 연회비 최저 10달러인 프라이비트 바에서만 마실 수 있다. 때문에 솔트 레이크 시티를 비롯 유타주에 납품되는 맥주의 알코올도수는 모두 3.2도 이하다. 일반맥주에 길들여진 사람에게 유타주의 맥주는 아무래도 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주류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범죄율 저하 및 시민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했지만 관광 수입 증대에는 방해요소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올 1월 말 솔트 레이크 시티 앤더슨 시장은 “도시의 다양한 삶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도심 공원에서 맥주 판매를 허용한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150년간 지켜온 실외 주류 판매 및 음주 금지의 전통을 깬 것이다. 앤더슨 시장이 시민 상당수를 차지하는 말일성도 회원들의 반대를 뚫고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2002년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세계인들에게 솔트 레이크 시티가 ‘제약과 규제가 많은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동네’로 비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에게 솔트 레이크 시티는 ‘은퇴자들이 살기 좋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안전하고 조용하며 보수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단히 가족중심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데, 그래서 ‘노인들의 도시’일 것이라는 추측과는 달리 유·소년 인구가 상당히 많다. 주민 평균 연령 26.7세, 18세 미만 인구 비율 33.2%로 미국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 말일성도가 낙태를 금지하는데다 많은 자녀를 낳아 화목한 가정을 꾸미는 것을 큰 축복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유타주의 출산율은 2.68%로 미국에서 가장 높으며 세대별 평균 인원 3.06명, 가족 수 3.67명이란 수치 또한 미국 최고 수준이다.

가족중심적인 문화는 사회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솔트 레이크 시티를 미국에서도 패밀리 밸류가 가장 높은 도시로 인정받게 했다. 그러나 반작용도 없지 않아 20세가 넘으면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재미’를 찾아 다른 주로 이동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유타대학과 프로보에 있는 브리감 영 대학 외에는 명문이라 불릴 만한 대학이 없는 것도 한 이유다. 그러나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환경은 최상이라고 한다.

이처럼 완벽해 보이는 도시에도 어려움은 있다. 가장 큰 것이 소수민족 문제다. 솔트 레이크 시티에는 흑인이 거의 없다. 실제로 유타주 전체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0.9%에 불과하다. 10여 년 전만 해도 말일성도의 교리에 따라 흑인의 솔트 레이크 시티 이주는 경원시됐다. 실제로 흑인이 종사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다. 아시아계도 유타대학에 유학 왔다 눌러앉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1979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베트남에서 흘러 들어온 보트피플 수천 명을 받아들인 것. 이후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이민 수가 크게 늘었으며 사회·경제적인 영향력도 증대됐다.

그러나 유난히 자부심 강하고 공동체 생활에 익숙한 말일성도계 시민과 소수민족 사이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지문원 유타주 아시아사무국장은 “이들 사이에 통합을 이뤄내고 소수민족들의 다양한 문화를 흡수해 세계적 도시다운 다양성과 개방성을 획득하는 것이야말로 솔트 레이크 시티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신동아 200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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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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