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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만 알아도 영어는 된다

영어도사 헨리홍의 최신비법

  • 헨리홍 < 천안대 교수·영어학 >

한글만 알아도 영어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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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인의 일곱 가지 영어 오해
  • ● 3박자 영어로 삼위 일체를!
  • ● 영어발음 한글로 적어야 한다
  • ● 하루 한 권씩 읽어라
  • ● 영어는 절대로 어렵지 않다
▶ 오해 1 : “그래도 영어는 미국인에게 배워야죠.”

영어는 당연히 미국인에게서 배워야 한다. 그러나 어느 단계에서 미국인에게 배우느냐, 그 시기가 중요하다. 압구정동에 사는 L씨는 1000만원씩 들여 7세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냈다. L씨는 들인 돈만큼 자녀의 영어실력이 늘지 않자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에 사는 K씨도 아이들을 데리고 어학연수를 네 차례나 다녀왔는데 문화체험을 하는 정도였지 아이들의 영어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고 호소한다. 대다수 학생들이 미국인에게 영어를 배우거나 미국인의 녹음을 들으며 공부를 한다. 그런다고 영어가 되던가?

언어학자 촘스키는 “말하는 사람의 발음과 듣는 이의 발음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발음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을 때 미국인과 대화하며 발음을 고쳐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발음과 리듬의 원리를 알고 외운 말이 있어서 당당하게 듣고 말할 수 있을 때, 미국인에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인 영어교사가 한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면 한국어를 배운 뒤 한국어로 영어발음의 원리와 음악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굳이’라고 써놓고 읽을 때는 ‘구지’라고 읽는 원리를 영어로 설명해야 하듯이, 한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도 미국인 선생은 한국말로 미국식 영어발음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do you는 빨라지면 ‘주’가 되는데 O발음은 약해져서 사라지고 D가 Y를 만났기 때문에 (Y는 반 모음) 부드러워져서 ‘ㅈ’이 되었다가 ou의 영향으로 ‘주’가 된 것”이라는 식의 논리적 설명이 부연되어야 한다.

▶ 오해 2 : “문법을 아는 데 왜 말을 못 해요?”



어느 언어든지 학습 순서는 말부터 배우는 것이 원칙이다. 문법(文法)은 글자 그대로 글의 법이다. 법은 어느 법이든 딱딱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영어는 사실 일본어보다 쉽다. 영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발음과 리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발음과 리듬 - 두 가지만 해결하고 자주 쓰는 말부터 정확히 외워 묻고 대답하는 훈련을 하면 아는 문장은 모두 들리고 자신있게 또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말이 된 후에는 많이 읽어, 충분한 독서량을 확보한 후에 쓰기를 배우는 것이 언어학습의 순서다. 문법은 쓰기에 필요한 법일 따름이다. 쓰기 학습은 언어학습 단계의 마지막이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가장 먼저 한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말은 문법을 초월한다. 다시 말하면 발음의 법칙은 수학공식처럼 과학적이고 논리적이지만 말의 표현은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상당히 관습적이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표현을 영어로 만들어 보자.

“신을 신은 채 들어오세요.” “부부는 닮는 법이죠.” “그걸 돌돌 마세요.” “피곤해 죽겠어요.” “눈물나서 혼났어요.” “공항에 마중 나갈게요.” “그는 돌대가리야.” “무소식이 희소식이죠.”

문법으로는 살아 있는 생생한 말, 감칠맛 나는 말, 활을 쏠 때 과녁을 맞히는 말을 할 수 없다. “곧 갈게요!”라는 말을 영어로 “I’m coming!”이라고 한다. 문법을 섬기는 사람들은 “왜 go를 안 썼을까?”라고 반문하겠지만 상대방이 볼 때는 내가 오는 거니까 come을 쓰는 것이다.

언어학은 과학적이지만 말은 비과학적이고 관습적이기 때문에 짐승이 저 다니던 길로만 다니듯 일상 표현은 문법이란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이 태반이다.

모든 언어는 말이 우선이다. 글을 분석한 것이 문법이다. 따라서 문법은 말과는 깊은 관계가 없는 것이다. 만약 문법을 잘 알아야 말을 잘한다면 대한민국 사람들이 말로 하는 영어는 가장 잘해야 한다.

문법이 필요없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 말을 할 수 있으니까 글 읽기가 얼마나 쉬웠던가? 그리고 읽자마자 해석이 되지 않던가? 그리고 자꾸 읽으니까 어려움 없이 쓸 수 있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발음 원리와 말씨를 알고 그 발음과 말씨로 자주 쓰는 표현 공식에 해당하는 구문을 외우면 자신있게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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