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알아야 말을 하죠”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말을 알아야 단어를 알죠”라고 반문하고 싶다. 말할 때 그 말은 단어를 엮은 문장의 형태를 벗어날 수 없다.
말은 단어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으로 하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낱알 단어는 아무리 많아도 쓸모가 없다. 문장을 외워야 말을 하는 것이지, 단어를 묶는다고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말 속에서 자주 쓰이는 600단어가 있는데 한국인들은 잘 쓰이지 않는 단어, 즉 미국인들이 평생 한두 번 쓸까말까 한 단어를 목숨 걸고 외우니 이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영어발음과 관련한 필자의 저서가 처음 나왔을 때 통역장교로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하고 퇴역한 분이 필자를 찾아와 흥분된 목소리로 “왜 이런 책이 이제 나왔어야 합니까? 이 책이 30년 전에 나왔더라면 나는 영어공부 하는 데 이처럼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 그럼 지금까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사람들은 이런 발음법을 몰라서 안 가르친 겁니까? 아니면 알고도 안 가르친 겁니까?”라고 말하면서 얼굴이 벌개지도록 열변을 토한 적이 있다.
그의 경험담이다. 1961년 한 여인이 찾아와 동거하다 도망간 미국인 병사를 찾아 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미군 사병을 찾아 대면시켜 주었더니 여인이 사병의 멱살을 잡고는 대뜸 했다는 말이 걸작이다. “You 앤드 me가 live한 지가 six months인데 고무 shoes 한 켤레나 buy me냐?” 이는 문장을 외우지 않고 단어만 가지고 말하려다 생긴 해프닝이다.
물론 단어를 외우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어를 외울 때는 단어만 외우지 말고 그 단어가 들어 있는 문장을 통째로 외워야 한다. 쉬운 동사일수록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 사용표현법을 외워야 한다. 실제로 get, take, put, come, go 등 50여 개 동사만 그 다양한 의미를 알고 그 활용표현을 이해해도 일반적인 대화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 오해 4 : “영어가 금방 됩니까?”
“영어가 금방 됩니까?” “그래도 몇 년은 해야겠지요.” 그러나 구어를 익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5박 6일’이면 영어로 말할 수 있다. 나를 거쳐간 영어학도가 지금까지 5000여 명이 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영어 사용권 국가에 급히 나갈 사람이었다. “이제 저는 구어에 어느 정도 자신이 섰는데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며 걱정하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필자는 “그럼 여름방학 때 한 일주일 집중적으로 해봅시다”고 대답하고, 여섯 살짜리부터 고등학생까지 소그룹을 만들어 호텔에 합숙시키면서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종일 발음과 말씨를 교정해주었다. 또 ‘영어회화 구구단’을 녹음하여 강의한 후 무조건 외우게 했다.
토요일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왔을 때 마침 미국 선교사 부부가 같은 자리에 있어 아이들에게 10여 가지의 일상적인 질문을 해보라고 부탁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린 학생들이 선교사의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완벽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How many hours did you sleep last night? - I slept for 5 hours.
Where were you born?- I was born in Seoul.
How do you like my tie? - Oh, it’s beautiful.
이렇게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척척 영어로 대답하자 부모도 나도 놀라고 선교사도 놀라며 “How many years did you learn English from Rev. Hong?” 하고 묻자, “I learned English for five days from him.”이라고 대답해 선교사 부부도 다시 놀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벌써 6년째 방학 때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사람들은 적어도 1년 이상 공부해야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말로 하는 영어, 즉 구어영어만큼은 자기노력과 기본훈련(발음과 말씨를 고친 후 기본표현 외우기)으로 단기간에 학습이 가능하다. 말은 논리적 지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외워서 표현하는 하나의 요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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