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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3인 연쇄인터뷰|이인제 민주당 상임고문

“이제 이인제 찍으면 이인제 된다”

  • 안기석 <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 daum@donga.com

“이제 이인제 찍으면 이인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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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회창 총재와 대선에서 대결할 경우 이고문을 선택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와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고, 이회창 총재를 선택하는 것은 구시대와 과거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겁니까?

“상대방을 비판해도 되는 겁니까? 우리 사회는 지금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로, 관치경제를 극복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와 생산적 복지로, 냉전체제를 극복하고 화해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잖습니까. 권력의 비중은 낮아지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중시되는 성숙한 민주사회, 그리고 관치보다는 경제 주체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존중되고, 냉전의 얼음을 녹이고 화해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건설해야 될 미래 아닙니까. 그런데 이회창 총재를 떠받치는 세력들은 권위주의, 관치경제, 그리고 냉전체제를 관리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한 인간은 자기가 태어나서 성장한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기가 불가능한 일인데 이회창 총재는 광복 이전 세대입니다. 농업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세대입니다. 가장 치열했던 6·25를 겪고 냉전을 경험했던 세대로서 미래를 창조하는 데는 엄청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회창 총재는 과거를 상징하는 세대입니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 이고문이 박정희 전대통령의 이미지를 활용한 측면이 있는데, 21세기의 새로운 미래를 강조하는 것과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건 제가 일부러 의도해서 된 게 아니죠. 박정희 대통령은 농업사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사회를 헤쳐가고 건설하는 데 탁월한 역량과 전략을 갖춘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서 박대통령의 이미지를 봤다면 우리 국민들이 시대적 한계에 허덕이고 있고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은 지역적으로는 호남, 계층적으로는 중산층과 서민의 지지를 받아 이들의 원망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인데….



“후보가 되면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죠. 저는 고향이 충청도지만 경기도에서 정치적으로 성장한 사람입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에는 제 고향보다도 영남에서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이인제라는 정치적 실체가 지역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후보가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지역주의가 허물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과거에 관치경제를 주도하면서 재벌 위주의 경제정책을 편 반동으로서 사회통합을 중시해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지향하겠다는 뜻이니까 그것이 여러 경제주체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을 겁니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는 영남 출신의 주자가 호남인들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정치가 발전하면 지역주의는 저절로 극복되는 것이지,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통령 선거를 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해서 여론조사를 하면 1,2등을 다투시는데, 식자층, 교수들을 상대로 하면 지지율이 떨어집니다. 왜 그런지 원인을 파악하고 계십니까?

“아마 정확하게 예측을 못해서 그럴 겁니다. 지금 하면 다르게 나올 겁니다.”

이인제 찍으면 이인제 된다

―이고문이 대권 고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지난 대선 때 영남 사람들은 ‘이인제 후보를 찍어서 DJ가 대통령이 됐다, 그래서 이인제라는 인물이 다시 나오면 절대로 찍지 않겠다’는 정서가 있습니다. 이런 영남지역의 비토정서를 어떻게 극복하겠습니까?

“이번 대선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은 안나옵니다. 이번에는 이인제 찍으면 그냥 이인제가 됩니다.”

영남지역의 비토 외에 이고문의 아킬레스건은 주로 50대 이상의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나돌고 있는 ‘경선불복론’이다. 이고문은 이런 비난을 그다지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 않은 눈치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경선불복을 한 적이 없다는 논리를 강변했다.

“저는 경선 과정에서도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했고 약속대로 깨끗이 승복했습니다. 한마디도 투덜댄 일이 없어요. 그런데 당시 경선이 끝난 지 얼마 뒤부터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이회창 총재의 두 아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군대를 안 갔잖습니까.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전쟁이 나면 젊은이들에게 조국을 위해 죽으라고 명령하는 자리 아닙니까. 그래서 국민의 지지도가 55%까지 올라갔다가 12%까지 떨어졌습니다. 그 상황이 석달인가 지속됐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언론들은 다시 저를 넣어 국민들에게 계속 지지여부를 물었어요. 제 지지도는 계속 올라갔습니다.

민주정치는 한마디로 여론정치 아닙니까.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더라도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돼 국민의 지지가 없어지면 사임하는 것 아닙니까. 후보는 국민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만들어놓은 자리인데 당연히 사퇴하거나 당에서 교체해야죠. 우리 당의 후보가 그나마 승리를 전혀 기약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애초에 제 뜻을 다시 세우기로 결심한 겁니다. 그래서 맨 몸으로 나와 버스 한 대 타고 돌아다녔습니다. 정치의 명예혁명을 성공시켜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전부예요. 다만 독자출마한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달게 받아야죠. 그러나 한나라당이 저 때문에 정권을 못잡았다거나 경선불복이라고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자기변명이고 궤변이죠.”

―결과적으로는 이고문 때문에 이회창 총재가 떨어진 셈이죠.

“그렇게 해석하면 안되고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보다 표를 더 많이 받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겁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이인제가 안나왔다, 그러면 누가 더 표를 많이 받았을지 누가 압니까. 하늘만이 아는 거예요.”

자신이 대선후보가 되면 ‘3김시대의 종언’이 될 거라는 이고문.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3김의 정치유산을 많이 물려받았거나 나머지 유산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큰 인물로 꼽힌다. YS밑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DJ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으며 지역적으로 JP와 충청권 맹주를 다투고 있으니 말이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공사석에서 여러차례 이고문을 가리켜 ‘탈당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가서 실패했다, 한나라당에 남아 있었으면 지금 이회창 총재 대신 후보가 되는 건데 DJ 품에 갔다’고 말한 것으로 아는데 YS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김영삼 대통령은 제가 존경합니다.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렇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현재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내심 YS의 지지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까?

“지지는(YS가) 알아서 하시겠죠.”

―만일에 대선 후보가 돼서 영남 유세를 할 경우 김영삼 전대통령에게 가서 도와달라고 요청하실 생각입니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다음 대선에서 마지막 결정권을 행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는데, 영향력이 있다고 봅니까?

“없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JP가 만약에 이고문 반대편에 섰을 경우에 아쉽지 않을까요?

“(JP에게) ‘저를 도와주십시오’하고 요청을 드려야죠.”

―여러 번 요청했잖습니까?

“응답이 없으니까 앞으로 더 해야죠.”

이고문이 YS와 JP에 대해 발언한 내용을 음미해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자신에 대해 비토정서가 강한 부산 경남 지역에 영향력이 있는 YS의 지지에 대해서는 여유를 부리는 반면, 충청권에서 이고문은 ‘떠오르는 해’인 데 반해 ‘지는 해’로 묘사됐던 JP에 대해서는 집착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대비는 JP는 이회창 총재와 손잡을지 몰라도 YS는 이회창 총재를 지지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고문은 김대중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창조적 계승 발전론’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그런데 현정권의 정책에 대해 이고문의 평가를 들어보면 ‘계승’보다는 ‘창조’쪽에 은근히 무게가 실려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고문은 남북문제, 경제정책, 사회·복지정책 등에서 현정부의 실책과 한계를 분명히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민심 이반은 경제 어려움 때문

―현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민심은 말이 아닙니다.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에 있다고 봅니다. 특히 서민, 중산층의 경제가 어려워지고, 지역의 경제가 어렵습니다. 이것은 구조조정과 개혁의 후유증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세계경제마저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경제 상황이 매우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미래가 굉장히 불확실합니다.

거기에 더해 의약분업정책이라든지 몇몇 정책들의 부작용이 국민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사 문제에 대한 편중 시비도 민심이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정권의 개혁정책 가운데 잘못됐거나 개선할 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의료보험의 통합과 의약분업 실시로 현실화된 부작용은 우선 국민들을 굉장히 불편하게 만들었고 두번째는 재정의 급속한 악화로 환자 본인의 부담, 피보험자 전체 보험료 부담의 가중을 가져온 점 등이죠. 새로운 제도의 장점, 즉 항생제 오·남용 방지로 인한 국민 건강의 증진이라든지 의약 현대화를 통한 의료수준의 향상이라든지 이런 것은 장기적인 혜택이고 당장 국민이 느낄 수 없죠.

그래서 우리가 이런 부작용에 대해서 사전에 충분히 예상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면서 점진적으로 해나갔더라면 좋았지 않겠느냐, 그 점에서 정책의 오류가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를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고, 앞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강력하게 강구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됩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한 개혁정책의 대부분이 좌초한 것을 두고 방향은 옳지만 실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고문은 어떻게 봅니까?

“크게 보면 아무리 개혁의 비전, 목표가 정당해도 수단이나 방법, 또 그것을 동원하는 전략,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과정, 이런 전략과 전술이 동원되지 않으면 그 개혁정책은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거죠.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지으려 할 때 좋은 설계도와 좋은 자재가 있다고 해도 주변의 협력을 얻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잖습니까.”

―가령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생각은 없습니까?

“교육정책도 모든 것이 수정 보완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어제까지 잘못된 것이라고 해서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자꾸 폐기하고 새로 시작하자고 하는 강박관념을 갖는데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리 잘못된 정책이라도 이미 지나간 것은 움직일 수 없는 현실 아닙니까.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현실에 맞게 수정 보완 발전시켜 나가야 되겠죠.”

언론개혁 스스로 해야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민주당내의 다른 인사들과는 달리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발언을 자제해왔는데….

“언론개혁은 언론 스스로 해야죠.”

―그런 면에서 현정권이 한 언론개혁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겁니까?

“현정권은 언론개혁을 한 것이 아니라 언론기업의 투명성, 조세나 공정거래에 있어서의 공정성, 그런 것을 위한 법 집행을 한 것이죠. 언론 당사자와 야당에서는 언론탄압의 의도를 가지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전 언론사를 상대로 일시에 강도 높은 법 집행을 한 것이 과연 정당하냐 하는 점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하여튼 본질적인 것은 언론개혁인데 그것은 언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자유롭게 해나가야 되고, 정부나 정치권은 언론의 그러한 노력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세무조사를 한 것은 언론개혁과는 별개로 보고, 세무조사가 과연 언론탄압의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는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말씀이죠?

“그건 두고두고 평가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최근 ‘한겨레’ 기자가 쓴 책에는 청와대 인사가 세무조사를 언론사 타격용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 책은 제가 읽어보지 않았고 기사만 봤는데요, 그 책 전체로 보면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 이고문은 함정이 될 만한 질문에는 특유의 순발력으로 잘 대응해왔다. 그러나 언론개혁과 관련해서는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과 사주가 구속된 적이 있는 언론사들 모두의 구미에 맞는 답안이 없기 때문일까.

―현정권이 가장 자랑하는 정책이 햇볕정책입니다. 그런데 북한 상선이 제주해협을 침범했을 때인가요? 이고문은 그때 단호하게 대처해야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압니다. 햇볕정책이 안보에 부정적인 효과를 끼치고 있다고 봅니까?

“우리는 반세기 넘도록 냉전체제에서 살아왔습니다. 우리 헌법은 냉전헌법 그대로고 북한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완전히 적대시 하고 무시해가지고는 통일로 갈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아닙니까? 이제는 오히려 실체를 인정하고 화해와 협력을 넓히고 그래서 평화를 정착시킴으로써 통일로 가야 된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판단하고 있잖습니까? 그래서 햇볕정책은 어떻게 보면 역사의 진행에 따라서 취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정책입니다.

그러나 저는 남북관계의 냉전을 녹여나가는 과정에서도 대한민국의 존엄과 권위 그리고 튼튼한 안보, 이것은 절대로 손상 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큰 원칙을 지키면서 북한과 신뢰를 구축하고 교류협력을 넓혀나갈 때만 이것이 진정한 평화를 향한 의미를 갖게 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 상선들이 갑자기 영해를 항해하겠다고 들어왔을 때 저는 좀더 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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