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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DJ는 끝! 이회창노믹스로 대세 굳힌다

이회창의 대권전략

  • 정연욱 <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 jyw11@donga.com

反DJ는 끝! 이회창노믹스로 대세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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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흥이 무르익어갈 무렵, 개혁파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의 발언 순서가 됐다. 그런데 이 초선의원이 평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총재에 대한 쓴말을 하는 스타일이라 좌중에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바로 그때 이총재가 술잔을 들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그 초선 의원을 가리키며 ‘실력있고 똑똑한 의원’이라고 추켜세우고는 건배를 제안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이 나올까봐 이총재가 선수를 친 것인데 해당 의원도 별 불만없이 이총재의 건배 제의에 잔을 높이 들었다는 후문이다. 이총재의 여유가 화제가 된 술자리였다.

그러나 여당의 대권 레이스가 치열해져 분출하는 당내 민주화 요구가 자연스럽게 야당으로 넘쳐올 경우 이총재로서 어떻게 대응할는지는 여전히 고민거리다. 실제로 한나라당 내 수도권 출신의 개혁성향 의원들은 “여당이 당내 민주화를 내세워 변화를 주도하는 시점에 한나라당이 옛 모습을 그대로 끌고갈 수 있겠느냐”며 당내 보수 회귀 움직임을 경계했다.

이총재측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대통령후보 선출 전당대회 이전에 자연스럽게 당내 민주화에 대한 입장을 발표, 비주류 진영의 반발 명분을 거세한다는 계획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집권후 대통령은 당 운영에서 가급적 손을 떼고 당 운영의 민주화를 유도하는 것을 비롯해 국회의원 공천제도의 획기적 개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총재 진영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의 과열분위기를 가급적 억제하는 방향으로 유도해나갈 방침이다. 분위기가 달아오를 경우 자칫 인신공격성 상호 비방이 난무, ‘메인 게임’을 앞두고 무장해제하는 불상사가 우려된다는 것.

실제로 1997년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의 대선후보 경선 당시 벌어졌던 후보진영간 갈등은 경선후에도 앙금으로 남아 심각한 후유증의 원인을 제공한 적이 있었다.



둘째, 영남후보론 차단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최대 기반은 영남권이다. 영남권의 표 결집이 내년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영남권 출신이 아닌 이총재의 틈새를 파고들려는 당 안팎의 견제가 예상된다.

당장 민주당의 노무현 김중권(金重權) 고문이 각각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출신임을 내세워 영남후보론의 불을 지피고 있다. YS와 JP도 영남후보의 출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총재를 자극하고 있다. 김윤환(金潤煥) 민국당 대표 등도 이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박근혜 부총재 등이 영남권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는 실정이다.

영남후보론의 동력은 역대 집권세력의 기반이었던 영남권이 사상 초유의 정권교체로 인해 정권을 내준 뒤 겪고 있는 정신적 허탈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만큼 내년 선거에서 영남표의 향배는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양김의 캐스팅보트 전략

이총재 진영은 무엇보다 영남권의 반DJ정서가 곧바로 영남후보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남권 민심이 영남후보보다는 집권 가능성에 더 비중을 둘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반DJ 진영의 선두주자로서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총재 쪽으로 급격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구지역의 한 의원은 “솔직히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 ‘이총재에게 정이 안 간다. 우리 사람 아니다’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그러나 한나라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여전하기 때문에 ‘결국 이총재밖에 없다’는 대세론이 퍼지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는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이인제 학습효과’가 영남권 민심을 관통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인제 후보를 밀어 결국 DJ가 당선됐다는 논리는 여전히 강고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내 비주류 진영의 움직임에 대해 “일리는 있지만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거센 것도 따지고 보면 ‘이인제 학습효과’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남후보론은 지난해 총선 당시 영남권을 중심으로 거사했던 민주국민당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에서 일차 검증을 거쳤다. 민국당 실험의 핵심논리는 “영남권 출신이 아닌 이총재에게 더 이상 영남을 맡길 수 없다”며 대안세력으로 민국당을 출범시킨 것. 그러나 민국당은 영남지역에서 지역구 의석을 단 1석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참패했다. 민국당을 통해 정치적 재기를 모색했던 YS도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이다.

셋째, 신(新) 3김 포위전략을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도 이회창 진영의 당면과제다.

YS-JP연대의 출범은 이총재 진영에 고난도 정치게임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정치 9단인 양김이 내년 대선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의사를 밝힌 상태에서 이총재와 빚어낼 복잡한 정치방정식의 해법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나름대로 영남권과 충청권에서 독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YS와 JP의 지역연합론 등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공산이 큰 신당 창당보다는 후보자 지지라는 ‘캐스팅 보트’ 행사로 그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는 양김에 대해 자연스런 고사(枯死)전략을 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이부영 부총재 등 일부에서는 양김과 정치적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펴지만 양김과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면서 가급적 이들을 중립지대로 남겨둬야 한다는 현실론이 만만찮다.

당의 한 부총재는 “YS-JP와 무리하게 전선을 형성해 무엇을 얻을 수 있나”며 “그들은 김대통령이 물러나면 자연스럽게 퇴장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명예로운 퇴진을 유도하는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의견이 상당히 엇갈린다. 앞으로 YS-JP연대가 펼칠 다양한 카드에 맞설 한나라당의 결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장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도와주는 문제를 두고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의 보수파 중진인 최병렬(崔秉烈) 부총재 등은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도와 JP를 적극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자민련과의 정책공조와 교섭단체 구성지원 문제는 별개”라며 자민련의 퇴출 유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넷째, 이회창 총재의 개인적 지지도를 높이는 것이 또다른 과제다.

오르지 않는 이회창 개인지지도

이총재는 최근 가까운 당내 중진들에게 “왜 이렇게 나의 개인 지지도가 오르지 않을까” 하고 속내를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총재의 개인 지지도는 큰 폭의 상승곡선 대신 일정한 평행선을 계속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총재와 한나라당 지지도는 10% 안팎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보통인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DJ의 총재직 사퇴로 그동안 반DJ의 반사적 이익을 누려온 이총재가 진정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가 왔다”며 “이제부터 과반수에 육박한 원내 1당의 선장으로서 이총재의 면모가 직접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중요한 시기다”고 말했다.

이총재 진영은 그동안 이총재가 여권의 야당파괴 전략에 맞서는 대여 공세의 전면에 나서면서 이미지 변신에 나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점을 1차적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앞으로는 가급적 투쟁의 전면에서 한 발 비켜서서 직접 국민들을 상대로 민생현장으로 파고드는 세심한 이미지 메이킹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당 일각에서는 현재 이총재의 지지도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15대 대선 1년전 DJ의 지지도도 한자리수에 머물렀다”며 “중요한 것은 단순 지지도보다 ‘누가 될 것이냐’라는 물음에 대한 순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선정국이 달아오를수록 집권가능성이 높아지면 입장표명을 유보하는 계층의 선택이 이총재 쪽으로 급격히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네 가지 당면과제를 극복할 이총재 진영의 플랜은 무엇일까. 이총재 진영은 최근 내년 대선정국의 예상 변수에 대비, 사전 시뮬레이션 작업에 들어갔다. 일차 과제는 집권비전을 제시하며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수권세력임을 적극 알리는 것이다. DJ정부가 어찌됐든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는 만큼, 이를 대체할 만한 수권세력의 안정감 있는 면모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

이에 따라 이총재가 심혈을 기울여온 국가혁신위원회의 각 분과별 활동결과를 발표하면서 집권비전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는 것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이총재, 한반도 4강 방문

이와 함께 경제와 외교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를 중심으로 ‘이회창노믹스’의 골격을 세우는 작업이 진행중인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연구소측은 연말이나 내년 초쯤 ‘이회창식 경제’가 고스란히 담길 저서 출판에 심혈을 쏟고 있다.

또 이총재는 11월21∼28일 러시아와 핀란드를 방문, 한반도를 둘러싼 4강 방문의 시동을 걸었다. 내년중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을 방문하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정국이 달아오르면서 정치판에 펼쳐질 무수한 변수에 대한 점검은 현시점에서는 그저 도상(圖上)훈련일 뿐이다. 이총재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어떻게 시련의 고비를 하나씩 넘어갈 수 있을는지 주목된다.

신동아 200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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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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