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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대박! 강원랜드의 실체

  • 이형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ns@donga.com

코스닥 대박! 강원랜드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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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랜드가 드디어 코스닥에 입성했다. 등록 첫날부터 단숨에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섰다. 성급한 투자자들은 액면가 대비 400배 주가상승을 기록한 ‘SK텔레콤 신화’를 떠올리며 가슴이 설렌다. ‘카지노 대박’의 꿈은 실현될 것인가.
장외시장의 거인 강원랜드가 코스닥시장에서도 제왕주에 등극할 것인가.

증권가의 뜨거운 관심 속에 10월2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카지노업체 강원랜드가 거래 첫날부터 단숨에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강원랜드는 등록 첫날 주가가 기준가격(6만8415원)보다 100% 오른 주당 13만7000원을 기록, 시가총액 2조7400억원으로 KTF(6조5320억원)에 이어 코스닥시장의 ‘넘버 투’로 자리를 굳혔다. 일부 투자자들은 강원랜드가 시가총액에서 KTF를 추월할 것은 물론, 1999년 액면가 대비 400배의 주가상승을 기록했던 ‘SK텔레콤 신화’를 재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카지노다. 현행 관광진흥법은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금하고 있지만, 1995년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강원랜드의 설립근거가 마련됐다. 이 법 11조는 관광진흥법 적용의 특례조항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이 폐광지역 중 경제사정이 특히 열악한 지역 1개소에 한해 카지노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1980년대 말부터 석탄산업합리화정책에 따라 석탄 채굴량이 줄고 폐광이 속출하면서 급속도로 피폐해진 강원도 정선군 고한·사북지역에 경제 회생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이에 따라 1998년 6월 강원랜드 법인이 설립됐고, 2년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28일 고한읍에서 강원랜드 ‘스몰카지노’가 영업을 시작했다.

2003년 매출 1조원 넘을 듯



강원랜드는 카지노 개장을 준비하면서 하루 입장객을 1500명, 하루 매출액을 3억원 정도로 전망했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보니 하루 3600명의 고객이 몰려들었다. 하루 평균 매출액도 13억원을 넘었다. 환전 및 카운트룸 직원을 부랴부랴 2배로 늘렸지만, 한 사람이 하루 16시간씩 근무해야 영업을 겨우 이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열기에 힘입어 지난해 강원랜드는 불과 두 달 동안 영업해서 매출액 909억원, 당기순이익 412억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올 들어서는 입장객이 하루 평균 2300명 선으로 안정됐지만, 스몰카지노 좌석수가 720석이라 여전히 수요초과 상태다. 하루 평균 매출액도 12억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강원랜드 매출액의 약 70%를 차지하는 테이블 게임의 경우 좌석점유율이 140%에 달한다. 빈자리가 없어 테이블 주변에 앉지 못한 사람들이 좌석을 차지한 사람 옆에 서서 함께 베팅(사이드 베팅)하는 광경도 자주 눈에 띈다.

강원랜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사실상 영업 첫해라 할 수 있는 올해 총 매출액이 4000억원, 순이익은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본다. 한 해 2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기업은 코스닥은 물론, 거래소 시장에서도 손에 꼽을 만하다. 게다가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50%에 육박하는 기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강원랜드는 내년 말까지 사북읍에 스몰 카지노 면적의 4배에 달하는 5300평 규모의 ‘메인카지노’를 건설할 계획이다. 스몰 카지노가 게임테이블 30대, 슬롯머신 480대를 보유한 데 비해 메인 카지노에는 80대의 테이블과 1600대의 슬롯머신이 설치된다.

또한 2003년까지는 호텔 콘도 스키장 골프장 테마파크 등을 갖춘 가족형 종합 리조트를 조성하고, 2006년까지는 테이블 150대, 슬롯머신 3000대 규모로 카지노를 다시 확장할 예정이다.

따라서 내년 이후 매출액과 수익은 해마다 급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증권은 강원랜드 메인카지노 영업이 본격화할 2003년에는 매출액이 1조99억원, 순이익은 465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카지노사업 2차 확장이 완료된 이듬해인 2007년에는 매출액이 2조110억원, 순이익이 1조1125억원으로 배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성장세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기에 강원랜드 주식은 이미 장외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며 몸값을 높여왔다. 코스닥 등록 직전에는 액면가(5000원)보다 30배 이상 오른 16만∼18만원 선에 거래됐다. 1998년 7월 일반 공모에 참가해 주당 1만8500원에 주식을 배정받은 사람들도 9배 정도의 투자이익을 실현한 셈.

코스닥 등록 후에는 내리 3일 상한가 행진을 계속하며 17만6000원에서 일단 고점을 찍은 후 15만원 대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주가가 이미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던 수준에 이른 데다, 기관과 외국인들이 아직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아 상장 초반의 열기는 한풀 꺾인 듯하다.

하지만 랠리가 임박했음을 점치는 투자자들 사이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돈다.

“SKT보다 못할 게 뭐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강원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 주식 매수를 권하는 투자의견을 내놓았다. 교보증권은 현금할인모델을 적용해 강원랜드의 12개월 목표주가를 23만4000원으로 제시했고, 삼성증권은 6개월 목표주가를 20만7000원으로 설정했다. 서울증권과 현대증권이 추정한 적정주가 범위는 각각 16만1000∼17만8000원과 18만2000∼21만3000원.

그러나 강원랜드 투자자들은 “강원랜드의 사업특성과 수익구조를 고려하면 이같은 예상주가는 터무니없이 낮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강원랜드가 일반 공모를 거쳐 직등록하는 바람에 신규등록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 기관투자가들이 저가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 ‘개미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모 증권사가 주당 15만원 대에 매물을 확보해 50만원 대까지 랠리를 가져갈 계획이라는 루머도 나돈다.

한때 이 증권사 직원들이 15만원 선에서 주식 매도를 권하자 이 증권사에 계좌를 가진 강원랜드 투자자들이 다른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겠다며 인터넷을 통해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투자자 L씨는 “적절한 매도시점은 일러야 2002년 말 메인카지노 개장 이후며, 그때 주가는 최소한 10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재 SK텔레콤 주가가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260만원 안팎인데, 강원랜드는 수익성에서 SK텔레콤보다 못할 게 없다. SK텔레콤은 독점적인 사업을 갖고 있지 않지만 강원랜드는 유일하게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독점업체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공공부문 주주들이 전체 주식 2000만주 중 51%인 1020만주를 보유한 공기업 형태를 띠고 있다. 공공부문의 최대 주주는 36% 지분을 가진 석탄합리화사업단. 이밖에 강원도, 정선군, 태백시, 삼척시, 영월군 등이 나머지 15% 지분을 나눠 가졌다. 민간부문 지분은 49% 중 개인이 약 45%를, 일반법인이 4%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강원랜드의 공공 지분은 의무보유 규정에 묶여 당분간 매각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주가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는 민간 지분을 틀어쥔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음모론까지 내세우며 ‘개미들의 각성과 인내’를 호소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무경쟁 카지노 왕국’

과연 강원랜드 주가는 얼마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미래의 주가를 추정하는 바로미터는 기업가치와 주식 수급 상황이다. 더구나 강원랜드의 경우 국내에 같은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이 회사가 지닌 독특한 기업환경의 실(實)과 허(虛)를 꼼꼼히 따져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강원랜드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데는 몇가지 근거가 있다. 하지만 낙관의 근거가 보기에 따라서는 비관의 근거로 받아들여진다. 마치 굴러가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느 쪽에 무게가 더 실리느냐에 따라 넘어지는 방향이 정해진다.

강원랜드는 서울에서 열차로 4시간 10분, 자동차로는 5시간 가까이 걸리는 오지에 자리해 있다. 탄광촌이라 주변에 이렇다 할 볼거리도 드물고, 쉬고 즐길 만한 편의시설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입장객이 넘쳐나는 것은 강원랜드 말고는 내국인이 카지노를 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주)파라다이스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운영하는 카지노를 비롯해 모두 14개의 카지노가 있지만, 강원랜드 한 곳 외에는 모두 외국인 전용이다.

접근성이 열악한 강원랜드를 돈방석에 앉힌 것은 바로 이 독점 사업권의 힘이다. 강원랜드의 설립근거가 된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2005년까지 적용되는 한시법이다. 이는 강원랜드가 앞으로 4년 더 ‘무경쟁 카지노 왕국’의 독점적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의미다. 경쟁업체가 없는 영업환경은 매출과 수익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직결된다.

카지노업체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콤프’다. 콤프란 ‘Complimentary Service’의 약자로, 카지노 고객에게 객실 항공료 식음료 연회 차량 관광 등의 서비스를 무료 또는 할인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카지노업체들이 우량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의지하는 마케팅 수단이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콤프로 고민할 까닭이 없다. 경쟁업체가 없다 보니 콤프를 최소화해도 고객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강원랜드의 영업이익률은 67.8%로 국내 상장기업 중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국내 외국인 카지노시장 점유율 1위인 파라다이스가 같은 기간에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28%에 불과했다. 외국인 우량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른 국내 업체는 물론, 마카오 필리핀 등의 업체와도 경쟁하느라 콤프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외국인 카지노 13개 중 3∼4개가 콤프 부담을 이기지 못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일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강원랜드는 게임의 승률을 정하는 데 있어서도 운신의 폭이 넓다. 수익을 높이려면 카지노업소의 승률을 정하는 게 중요한데, 승률이 높은 기계를 설치했다고 반드시 그에 비례해 수익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업소의 승률이 너무 높으면 고객이 게임을 오래 즐기지 않거나 아예 발길을 끊어 오히려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카지노업체들은 좀더 많은 고객을 좀더 오래 붙들어두기 위해 승률 낮추기 경쟁을 벌인다.

외국 카지노업소의 승률은 대개 5∼15%. 업소의 승률이 10%라면 업소가 총수입 중 90%를 불특정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다(모든 고객이 투입한 돈의 90%를 일률적으로 돌려받는 게 아니다). 카지노업소가 밀집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위치와 시설이 좋은 업소는 승률이 12∼13%, 변두리지역 업소는 5∼8%라고 한다. 경쟁이 극심한 지역에는 승률을 마이너스로 낮추면서 호객하는 곳도 있다.

강원랜드는 현재 10% 정도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독점구도와 수요초과 상태가 지속된다면 승률을 더 높여도 영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강원랜드 카지노는 테이블이 30대, 슬롯머신이 480대로, 업소의 손실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테이블 게임의 비중이 낮다. 이것도 파라다이스(테이블 80대, 슬롯머신 110대)와는 대조적이다. 강원랜드에서는 좌석이 모자라 테이블 게임에 참가하지 못하는 고객들까지 슬롯머신으로 몰려들어 슬롯머신의 매출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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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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