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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달러 특수 중국이냐 테러공포 미국이냐

월드컵 성패 걸린 組추첨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2억달러 특수 중국이냐 테러공포 미국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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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이동경로도 관심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때 경의선을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일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경의선 공사를 늦추고 있어 실현가능성은 별로 없다. 따라서 상하이에서 유람선을 타고 서귀포나 인천으로 들어오는 루트를 생각해볼 수 있다.

1983년 5월 한국땅에 불시 착륙한 중국 민항기는 한중관계를 질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사례에 비추어볼 때 한달 동안 수만 명이 이동하는 월드컵은 한국과 중국의 역사를 또 어떻게 바꿀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축구계에서는 중국이 한국에서 경기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확률상으로는 50%. 추첨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중국이 한국에서 예선을 치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일부 축구계 인사들이 중국의 한국행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조추첨식이 한국에서 열리는 데다, 한국이 그동안 홈에서 열리는 중요한 국제대회의 조편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쳐왔다는 속사정 때문이다. 한 예로 88서울올림픽 축구의 경우 한국은 소련 미국 아르헨티나 등과 한 조에 속했다. 당시 소련은 세계 최강이었지만, 한국과의 개막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득점없이 비겼다. 이것을 두고 체육계에서는 오랫동안 ‘사전담합설’이 떠돌았다. 하지만 소련의 ‘보이지 않는’ 지원에도 한국은 예선 탈락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월드컵 조추첨에서도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올림픽에서 주최국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는 것과는 달리 월드컵은 FIFA 회원국들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 치러진다. 어설픈 속임수가 통할 리 없다. 자칫 잘못하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중국의 한국행은 아직까지 희망사항일 뿐 장담할 수는 없는 셈이다.



중국 다음으로 특수가 예상되는 지역은 서유럽이다. 전통적으로 축구열기가 뜨거운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대규모 응원단이 몰려올 것이 확실하다. 현재 일본 관광업계는 ‘관광은 일본에서, 축구는 한국에서’라는 구호를 내걸고 유럽인들을 이끌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유럽 관광객들을 잡기 위한 프로그램이 부족한 실정이다. 개최일까지 남은 기간 홍보에 주력하지 않는다면, 유럽인들은 일본에 머물면서 자국팀이 경기를 치를 때만 한국으로 날아오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유럽인들을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독일과 잉글랜드의 경우 특히 ‘훌리건’의 난동을 경계해야 한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는 잉글랜드 훌리건들과 독일 우익계 청년들이 폭력을 휘둘러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이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월드컵이 피로 물드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훌리건 문제와 관련, 최악의 상황은 전통적인 앙숙이 맞붙는 경우다. 만일 잉글랜드와 아일랜드가 예선에서 만난다면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당시 잉글랜드 아일랜드 네덜란드는 F조에 나란히 포함돼 격전을 치른 적이 있는데, 당시 F조의 경기장을 비교적 외진 곳으로 결정해 대형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조추첨에 울고 웃는 사람

한국과 일본이 내심 가장 경계하는 팀은 미국이다. 세계 어디를 가나 ‘귀빈’ 대접을 받던 미국이 기피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물론 9·11 테러사건의 후유증 때문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보복공격을 감행하면서 이슬람권의 반미운동 세력들은 한목소리로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팀은 월드컵 기간은 물론 지금부터라도 ‘몸조심’을 해야 할 지경이다. 한국이 서귀포월드컵경기장 개장 기념경기 파트너로 미국을 지목해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이유도 테러에 대한 위험부담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에서 예선을 치르면 우선 경호가 신경 쓰인다. 공항에서부터 경기장까지 삼엄한 경비를 펼치려면 4배 이상의 비용부담이 불가피하다. 이런 까닭에 일부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숙소를 주한미군부대로 정하고, 미군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에 대한 테러위협이 구체화할 경우 경기장소도 대도시보다는 서귀포 같은 외곽으로 재조정될 것이다.

미국의 처지에서 최악의 경우는 회교권 국가와 맞대결을 치르는 경우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예선에서 만나 ‘전쟁’과도 같은 게임을 벌였다. 결과는 이란의 승리. 이란은 ‘성전’이라며 자축했고, 미국은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미국이 가장 피하고 싶은 나라는 뜻밖에도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걸프전쟁 이래 미국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반미세력도 상존하고 있다. 만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같은 조에 속할 경우 응원단 틈에 섞여 들어오는 테러리스트를 걸러낼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이나 일본에도 탐탁지 않은 손님이다. 회교도 테러리스트도 부담스럽지만, 사우디가 자국으로 올 경우, 아시아권의 ‘대어’인 중국을 상대에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대륙별 참가국을 골고루 나눈다는 원칙이 지켜진다는 것을 감안한 분석이다.

남미 국가들도 그런대로 괜찮은 ‘손님’이다. 최근 남미 경제는 급속도로 쇠락해 축구열기도 식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골수 축구팬들이 많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지에는 ‘4년 동안 돈 벌어서 월드컵 관광을 떠나는’ 축구마니아들이 수두룩하다. 실제로 98프랑스월드컵 때도 남미의 열성팬들은 한달 이상 유럽에 머물렀다. 다만 이들은 중국인이나 서유럽 사람들처럼 풍족하게 관광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수입에는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할 전망이다.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로 월드컵이 ‘변칙’ 진행되는 상황도 가정해볼 수 있다. 최근 일본 기자들은 독가스 테러와 지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일본으로 예정된 경기가 한국으로 옮겨올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 대형사고가 터지거나 남북관계가 긴장국면을 맞는다면 반대의 시나리오가 가동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추첨이 축구 외적인 부문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을 살펴보자. 한국이 ‘신의 선택’을 받아 16강진출의 전망이 밝아질 경우 히딩크 감독과 국가대표 선수들이 가장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월드컵 특수를 앞세워 정치적 주가를 높여온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다. 정회장은 보이지 않게 ‘대권행보’를 시작한 지 오래다. 하지만 한국의 월드컵 성적이 부진할 경우 그의 대권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정회장의 한 측근은 민주당 전당대회 일정에 대해 “지방선거 이후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지방선거 기간에 치러지는 점을 감안한 정치적 발언이다. 정회장의 주변 인사들은 “민주당이 대통령후보를 조기에 결정할 경우엔 제3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복안도 흘리고 있다. 물론 이것은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한국이 16강진출 이상의 성적을 낼 때만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구상이다. 만일 월드컵이 국민적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정회장의 ‘축구정치’는 상당 부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도 월드컵 특수를 정회장이 독차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월드컵조직위원회를 공동위원장 시스템으로 조정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월드컵과 정치적 변수

최근 한 기관에서는 월드컵 특수에 관한 연구조사를 벌인 일이 있다. 그 결과 ‘한국이 월드컵 16강진출에 성공할 경우 여당은 선거에서 40만 표 가량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내년 대통령선거가 박빙으로 치러질 거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에서 40만 표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갖는다. 또한 불과 수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지자체 선거가 월드컵 기간과 맞물려 있는 점도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축구는 내셔널리즘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축구 때문에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는 전쟁을 벌인 일까지 있었다. 올림픽이 도시 행사라면 월드컵은 국가적 이벤트다. 그래서 월드컵 결과는 정치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94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하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야당 후보 룰라의 기세가 꺾였고, 98프랑스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에서는 우파가 득세했다. 그렇다면 2002년 한국에서는? 12월1일 조추첨 결과는 이래저래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길 듯하다.

신동아 200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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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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