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진리회는 강증산 상제의 사상을 따르는 60여 종단 가운데 하나로, 1969년 박한경 도전에 의해 창건됐다.
일제 식민통치기간 동안 이루어진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민족종교 말살정책과, 해방 이후 물밀듯이 밀려들어온 서양문명과 기독교사상의 홍수 속에서 그동안 국내 민족종교는 크게 성장하지 못했고, 미신이나 신비주의 또는 무속과 같은 수준의 평가를 받아온 경향마저 있었다. 대순진리회는 순수하게 국내에서 발생한 종교로서 창시자 증산 강일순의 사상은 오늘날 많은 학자들의 연구대상이며 유·불·선·도를 아우르고 포용하는 보편성으로 인해 세계종교로의 발전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민족종교다.
증산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교단 가운데 종단 대순진리회는 그 규모가 가장 크다. 증산 강일순(1871∼1909)으로부터 비롯하여 정산 조철제(1895∼1964)가 증산의 사상을 계승하여 1925년 종단 무극도를 창도, 1948년 태극도로 종단 명칭을 변경했으며 우당 박한경(1917∼1996) 도전이 정산의 종통을 계승하여 1968년 대순진리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급속도로 발전했다.
여기서 대순(大巡)이란 구천상제(九天上帝)가 혼란에 빠진 세계 창생을 건지고 후천선경을 건설하고자 지상에 천·지·인 삼계(三界)를 두루 돌며 인간세상의 문제점을 살폈다는 뜻이다.
신앙대상은 강증산
신앙의 대상은 구천상제 강증산(姜甑山)으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九天元雷聲普化天尊姜聖上帝)라는 존칭으로 불린다. 우주 삼라만상과 삼계를 총괄하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전지전능한 하느님이다. 지상선경을 건설하고자 직접 인간세상에 강세(降世)하여 천지공사를 행하고, 전무후무한 대순진리를 선포했다.
창도주(創道主) 조정산은 상제가 화천(化天 : 별세의 뜻)한 후 계시로 그 맥을 이어받아 도를 세운 분으로, 존칭은 조성옥황상제(趙聖玉皇上帝)라고 한다. 박우당 도전은 도주의 유명(遺命)으로 종통을 계승, 종단 대순진리회를 창설했다.
교리의 개요는 음양합덕(陰陽合德)·신인조화(神人調化)·해원상생(解寃相生)·도통진경(道通眞境)의 대순진리를 종지(宗旨)로 삼고 있다. 또한 도(道)가 곧 나요, 내가 곧 도라는 경지에서 마음을 통일하고 전체를 통솔, 이용하여 지속적인 마음가짐을 이어가는 성(誠), 대인관계를 조심스럽게 하고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는 경(敬), 한가지 마음을 정하여 거짓없이 목적에 도달케 하는 신(信) 등 삼법인을 수도의 요체로 삼고 있으며, 안심(安心)·안신(安身)의 이율령으로 수행의 훈전을 삼아 윤리도덕을 숭상하고, 무자기(無自欺)를 근본으로 하여 인간개조와 정신개벽으로 포덕천하(布德天下), 구제창생(救濟蒼生), 보국안민(輔國安民), 지상천국(地上天國)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현재 신도수는 약 180여만 명에 달하며 여주본부도장(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가야리 소재), 서울 중곡도장(서울 광진구 중곡동 소재), 포천수도장(경기도 포천군 선단리 소재), 금강산 토성수련도장(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 소재), 제주수련도장(제주도 제주시 노형동 소재) 등 5개의 도장이 있고, 전국에 120여 개의 회관과 2백여 개의 회실 및 2천여 개의 포덕소를 보유하고 있다.
대순진리회 종교의 본질은 구제신앙에 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사회와 민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라는 도전의 뜻에 따라 종단 설립초기인 1972년 3월부터 구호자선사업, 사회복지사업, 교육사업을 종단의 3대 기본사업으로 정하여 연차적인 계획에 따라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이를 위해 도인들이 매달 모시는 성금의 70%를 3대 기본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총 성금의 70%를 순수하게 사회사업에 사용하고 있는 종단은 드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순진리회는 국가 및 사회기여도가 매우 높은 종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구호자선사업으로는 불우이웃·불우아동·신체장애자·이재민·양로원 및 고아원 돕기 등을 펼치고 있으며, 무엇보다 불의의 재난을 당한 이재민과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구호자선사업에만 지난해말까지 43억2천여만원을 지원하였다.
1969년 창립한 대순진리회
사회복지사업으로는 자연보호캠페인·교통질서 및 거리정화운동·지역개발사업·농촌일손돕기·노인잔치·경로사상선양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벌여와 2000년말까지 2430억6000여만원이 사용되었다.
대순진리회는 특히 의료사업에 적극적이다. 의료법인 대진의료재단에서 설립한 제생병원은 해원상생(解寃相生)과 구제창생(救濟蒼生)의 이념을 의료사업을 통해 실현하고, 보건의료에 관한 진료·연구·의료기술개발·인재양성을 통하여 국민건강 증진과 복지사회의 건설을 이룩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1992년 12월 종단에서 전액 출연해 대진의료재단(大眞醫療財團)을 설립했다. 1998년 8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지하4층 지상 8층, 500여 병상 규모의 분당제생병원을 개원해 운영중이다.
또한 경기도 동두천시에 지하 4층 지상 21층 1500여 병상 규모의 동두천제생병원을 건설중이고, 강원도 고성에 지하 3층 지상 10층 규모의 500여 병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고성제생병원도 건설중이다.
교육사업으로는 자본금 전액을 종단에서 출연한 학교법인 대진대학교 산하 60만평 규모의 종합대학교인 대진대학교(경기도 포천 소재)를 비롯해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의 대진고등학교, 노원구 중계동의 대진여자고등학교, 경기도 성남의 분당대진고등학교, 서울 강남구 수서동 대진전자공예고등학교, 경기도 고양의 일산대진고등학교 및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의 대진전자정보고등학교 등 7개 학교를 운영중이다. 이들 학교에는 각각 대순장학회를 발족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교육사업에만 2000년 말까지 약 1666억여 원을 지원했다.
대순진리회가 1969년 창립한 이후 짧은 기간에 오늘날과 같은 최대 민족종단의 규모를 이룬 것은 이처럼 포덕·교화·수도사업을 바탕으로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을 구현하고 행동으로 실천함으로써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순진리회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은 남을 잘되게 하라는 박우당 도전의 종지와 유훈을 받들어 180만 도인들이 교리와 신조, 훈회, 수칙에 맞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충실히 수도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종단 대순진리회의 한 선감은 종단 설립후 30여년 만에 이루어진 경이적인 교세 신장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도인들의 진리에 대한 확신과 도전님의 영도력 때문입니다. 또한 종단의 목적이 윤리도덕을 숭상하고, 무자기를 근본으로 하여 인간개조와 정신개벽으로 포덕천하, 구제창생, 보국안민, 지상천국을 이루는 것이므로 개개인의 인격을 완성시켜 도덕적 인격자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모든 범죄와 불의가 없는 윤리도덕이 바로 선 지상천국을 이루겠다는 숭고한 뜻을 갖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바로 포덕(布德)·포교(布敎)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즉 내가 이 진리가 좋다는 것을 자각하고도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사람을 나와 관계없는 타인으로 여겨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거나 도를 믿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내가 이 진리가 옳고 좋다는 것을 알았는데 어떻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자각이 각각의 도인들로 하여금 포덕에 힘쓰게 했기 때문에 그 노력들이 모여 지금과 같은 도세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5개의 도장
종단 대순진리회는 5개의 도장이 있다. 대순진리회의 심장부이자 새로운 역사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여주 본부도장은 남한강이 앞에서, 봉두산이 뒤에서 받쳐주는 2만여 평의 대지에 건물 30동 연건평 2만4757평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수도장으로 그 위용을 자랑하는 종단 본부다.
연간 100만명의 참배객이 찾아오는 여주본부도장은 800만명의 도인, 1300여개 방면, 90여개 회관, 수천개의 회실 및 포덕소를 관장하는 중추기관으로 도장의 제반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1993년 2월에 중앙본부로서의 위용을 갖춘 본부도장은 가장 신성시하는 영대(靈臺)를 비롯해 시학원, 시법원, 대순회관, 일념교, 포정문, 종각, 종무원, 일각문, 숭도문, 정각원, 봉강전, 청계탑 등 30여동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청계탑은 우주자연의 도를 상징하고 있는 대순진리회의 이념을 담고 있다. 건물은 대부분 전통한옥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려한 단청이 더해져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대순진리회를 창건하고 첫번째로 건립한 중곡도장은 종단의 체계, 수도, 사업의 기틀이 마련된 곳이고 이로부터 참신한 종교활동과 연차적인 사업이 계획, 추진되었다.
세번째 도장은 신선이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 있다하여 선단리(仙壇里)라 불리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포천수도장이다. 해발 737m 왕방산 남쪽 기슭. 선인독서혈의 명당에 자리한 영대가 있고, 도장 옆에는 한강 이북의 유일한 종합대학인 대진대학교가 있다. 대지 9900평에 9개동의 건물을 갖춘 포천도장은 학교 및 병원과 삼위일체로 수도인들의 자질향상에 주력하고 있는데, 1994년 4월부터 72명을 1개반으로 수강을 실시해 왔으나 종단 내부 사정으로 일시중단하고 있다.
제주도 한라산의 정기가 운집한 제주시 노형동에 자리잡고 있는 제주수련도장은 지하1층, 지상 7층의 현대식 건물로 도인들의 연수를 실시하는 도장이다. 수도인들이 대순진리를 바르게 깨달아 실천에 옮겨 생활하게 하고 인간의 도리인 예와 예법에 관한 체계와 질서를 세우는 것이 연수의 목적이다.
가장 최근에 건립된 도장으로, 1996년 초 박우당 도전이 화천하자 그 유해를 봉안한 도장인 금강산토성수련도장은 금강산 1만2000 봉우리 중 제1봉인 신선봉 자락에 있다. 또한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금강산 수련도장은 산과 바다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강원도의 명소로도 유명하다. 건물 총 13개동, 대지 9000평, 연건평 7200평의 대규모 도장인 금강산도장의 개장에 대해 대순진리회는 포덕천하, 구제창생, 도통진경으로 남북통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본격적인 후천선경시대를 여는 시발점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소 장황하게 대순진리회의 교리와 역사 및 현황을 설명한 것은 이같은 훌륭한 이념과 시설을 갖춘 민족종교로 발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련의 내부분규로 종단 구성원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점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종단의 모든 도인들이 심기일전하고 화해의 정신을 발휘해 하루빨리 본연의 위상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다행히 요즘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들을 품고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글을 기고하게 된 것도 같은 취지에서다. 우리 종단의 그간 내분의 요인을 솔직히 고백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픈 것은 비단 필자만의 바람은 아니라고 믿는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놀랄만한 결속력과 단합을 과시하며 교세확장을 거듭하던 대순진리회는 1996년 초 박우당 도전의 화천(별세)으로 인해 종단의 내부갈등이 불거지며, 정통의 정교를 주장하는 세력과 정교를 구교로 주장하며 신교를 세우려하는 세력간에 내분이 일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종단 대순진리회는 창설 이래 박한경 도전을 중심으로 모든 일이 처리되고 영도되어 왔다. 도전이 타계하자 도헌(道憲)에 따라 경석규 종무원장이 도전 직무대리 1순위자가 되었다.
그러나 대순진리회 도인(道人)들에게 신앙의 대상에 가까웠던 박한경 도전과는 달리 경석규 종무원장은 정통성(正統性)을 지닌 직무대리(職務代理) 1순위자라 하더라도 수임선감(首任宣監)(여러 방면의 결합체인 큰 방면의 총책임자)들의 적극적 협조 없이는 권한 행사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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