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의학인터뷰

“당뇨 고혈압 비만, 氣에너지로 막을 수 있다”

'성인병 명의’ 이홍규 서울대교수

  •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당뇨 고혈압 비만, 氣에너지로 막을 수 있다”

2/2
―그렇다면 이교수께서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만날 수 있다고 보는지요?

“만나야 하지요. 또 만날 수밖에 없고요. 지금 서양의학에서는 인체를 하나하나 나누어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눈전문가, 귀전문가가 따로 있고 심지어는 오른손 전문가, 왼손전문가 하는 농담까지 나오는 지경입니다. 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밀해질 수 있지만 인체 전체를 보는 것을 놓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인체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동양의학이 장점이 있어요. 한방에서는 질병을 홀리스틱(wholistic)하게 파악하고 인체 전체를 조망한 다음 여러가지 약을 조합해 그 사람에 맞는 처방을 하고 있어요. 이런 점은 서양의학이 약한 부분이고 보강해야 할 점이라고 봅니다.

반대로 동양의학은 과학적인, 물질적인 근거가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한의학자들 스스로도 하는 말이, 병을 진단할 때 옛날에 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서양의학의 경우 질병 진단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변화와 발전이 있는데 동양의학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오죽하면 한의사들이 진단은 양방식으로 하고 처방은 한방식으로 하겠어요.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고 한의학도 빨리 변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교수는 동양의학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사실 그는 한방의 동서의학연구소에서 한의학자들을 상대로 동·서의학의 구조적인 차이에 대해 강의를 한 바 있고, 한국본초학연구회에 동·서의학의 만남 가능성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한방에서 제시하는 처방들에 대해서도 수천년 동안 동양의학자들 사이에서 경험적으로 내려온 것이므로 서양의학에서 함부로 무시할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텍솔 같은 약은 한방약재 중 하나인 주목에서 나온 것으로, 외국인들이 그런 지식을 이미 응용해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양의학적 지식과 서양의학적 기술이 만나면 한국의 의료계가 더욱 발전할 것이고, 그 혜택은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인체를 전체적으로 파악한다는 동양의학적 관점을 가지고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성인병을 대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법이 제시될 수 있을까요?

“해답은 간단합니다.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양, 즉 숫자를 늘리거나 손상되기 쉬운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해 주는 겁니다. 이렇게 미토콘드리아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즉 생체 기에너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인병과 더 나아가 노화를 막아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런 방법을 상식적으로 알고는 있어요. 예를 들어 미토콘드리아 DNA를 파괴하는 활성산소(산화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항(抗)산화소를 많이 먹으면 돼요. 비타민 C와 E, 여러가지 신선한 야채와 과일에는 항산화 원소가 많이 함유돼 있어요. 이런 원소가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좋지 않은 환경을 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동차 배기가스 등의 오염된 환경, 담배, 농약이 들어간 식품, 멸균과 식품저장을 위해 다량으로 사용하는 산화제 등은 산화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물질이 들어 있어 미토콘드리아가 피해를 많이 받게 됩니다. 또 육식용 사육동물에 많이 쓰는 항생제 중에서도 독성이 많이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지요.

그런데 뭐니뭐니 해도 운동이 제일 중요합니다. 운동을 하면 체지방이 줄고 근육량이 늘며, 최대산소섭취량이 서서히 늘어나는 등 신체의 변화가 일어남과 함께 혈압이 낮아지고, 콜레스테롤이 줄어들며 혈당도 낮아집니다. 이렇게 적절한 운동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증진시키고 미토콘드리아 DNA 양을 증가시켜 성인병 예방 및 치료뿐만 아니라 장수의 첩경이 됩니다.”

기수련의 의미

그렇다면 요즘 사회에서 유행하는 기 수련이라는 것도 미토콘드리아의 양을 증강시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해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단전호흡 혹은 기수련에서는 이른바 동공법(動功法)과 정공법(靜功法)이라는 게 있습니다. 동공법이란 몸을 움직여 기수련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고, 정공법이라는 참선이나 명상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고 좌정해 호흡 중심으로 기를 수련하는 것을 말합니다. 동공법이란 움직이는 동작이므로 일반인이 생각하는 운동개념으로 파악할 수도 있겠지만, 정공법은 정적인 상태에서 기 에너지를 활성화시키는 걸로 기공사들이 얘기하고 있지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까 기에너지를 얘기하면서 ‘정신적인 기’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했는데, 정신적인 기라는 것은 결국 뇌 작용의 한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명상처럼 똑바로 앉아서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을 하면 뇌의 활동, 즉 정신력이 강화된다고 봅니다. 마치 인체의 다른 근육을 훈련하는 것처럼 뇌 기능도 강화되지 않겠어요? 아마도 기공을 하시는 분들은 호흡을 통해 자율신경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면서 뇌 기능을 강화하는 훈련을 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사실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는 분야로 생각하는데, 아직 서양의학계에서는 간과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인체는 전체가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뇌 기능을 강화하면 근육도 좋아집니다. 뇌의 어느 부위가 손상되면 어느 근육에 마비가 오는가 하면, 특정한 근육을 잘라버리면 그 근육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도 다치게 되는 이치지요. 그래서 기수련에서 말하는 동공법은 정공법에 도움이 되고, 또 정공법은 동공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기수련을 직접 접해보지 못했지만 수련하는 사람들이 이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는 시종일관 현대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합리성으로 기에너지를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기공사들은 우주에 가득찬 기(氣)의 한 일면으로 인간의 생체 기에너지를 이해하고 있다. 또 우주와 자연계에 충만한 기를 인간의 몸속으로 직접 받아들일 수 있고, 거꾸로 인간의 기에너지를 타인이나 혹은 멀리 지구 밖으로까지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우주와 인간은 기(氣)라는 매체로 서로 호환(互換)이 가능하다는 다소 신비스러운 논리다.

그러나 이교수는 이런 기공사들의 주장은 물리학의 에너지보존 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런 그에게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나 인간 영혼의 존재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의학자적 관점에서 그런 부분을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인격적인 신이나 무속에서 흔히 어떤 신이 붙어서 병을 일으킨다는 논리 같은 것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다만 이 우주에는 지금으로서는 잘 알 수 없지만 어떠한 큰 섭리(攝理)가 내재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과학자들의 견해에는 저도 찬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체에너지를 미토콘드리아와 연결시켜 설명했습니다만 아직 에너지의 실체, 즉 기의 완전한 실체는 미스터리 영역으로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할 겁니다. 지금 과학자들이 기를 물질적 배경을 가지고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인지로 해결하기 어려운 신비의 영역, 혹은 물질현상계 이면(裏面)에 존재하는 커다란 그림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적잖아요. 아마 그것은 우리가 모르는 어떠한 법칙이랄까 섭리가 아닐까 하는데….”

다시 성인병 문제로 주제를 돌려보기로 하자.

―이교수님은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연스럽게 미토콘드리아의 기능과 숫자가 감소해 결국 성인병이나 노화를 촉진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지긋해도 성인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지나친 다이어트 화근 불러

“그런 분들은 일단 선천적으로 미트콘드리아 양을 많이 가지고 태어났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즉 유전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유전자에는 핵유전자가 있고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질 유전체가 있어요. 세포질 유전체의 미토콘드리아 DNA 중 어떤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오래 살 수 있다는 게 알려졌고 이에 대한 논문이 세계학계에 곧 발표될 예정입니다. 또 핵유전자 중에서도 어떤 특정한 유전자, 그러니까 산화스트레스에 저항할 수 있는 유전자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미토콘드리아를 잘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노화가 더디고 장수한다고 알려져 있지요. 이렇게 특정 유전자가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수를 보호하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유전자를 지니지 못한 사람들도 좀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함으로써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수를 늘리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구요.”

그러면서 이교수는 나이에 관계없이 생기는 조기 성인병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1940년대 세계2차대전 당시 독일군이 네덜란드의 한 도시를 공략하면서 생긴 일. 독일군이 6개월 동안 이 도시를 꼼짝 못하도록 포위한 바람에 도시 안에 살던 사람들은 식량이 모자라 심한 영양실조에 걸렸다. 이후 1960년대에 들어서 당시 이 도시 출신 사람들만 집중적으로 성인병의 조기 증상이 나타났다는 의학계 보고가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당시 상황을 면밀히 연구한 영국인 의학자 바크(Barker)와 해일스(Hales)는 영양실조에 걸린 임산부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성인병에 노출되거나 조기에 사망하는 경우를 확인했다.

말하자면 산모의 뱃속에서 영양실조에 걸려 태어난 아이들은 성인이 돼 성인병에 노출되는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태아가 영양이 부족한 모체에서 자라면 태어나서도 영양부족에 노출될 것에 대비한 상태의 유전자구조를 갖게 되는데, 결국 이것이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의학적 용어로는 ‘절약형질(thrifty phenotype) 가설’이라고 하며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이론이기도 하다.

“바크 시대에는 절약형질 가설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미토콘드리아 이론이 제시되면서 미토콘드리아의 양적인 변화가 그 원인임을 밝혀냈지요. 실제로 동물실험에서 쥐를 영양실조 상태로 만들면 미토콘드리아 복제수가 줄어들어요. 또 서울대병원에 오는 산모들 중 저체중의 여성들은 역시 태아에서도 저체중에 미토콘드리아 수가 줄어들어 있어요.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영양부족인 아이들은 미토콘드리아 양이 늘어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려 정량(正量)보다 낮은 상태에 처해 있고, 커서도 젊은 나이에 당뇨, 비만 등 성인병에 노출되는 것이지요.”

이교수는 그런 점에서 요즘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 부는 다이어트 열풍이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건강한 후세를 보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건강이 무척 중요한 법인데, 지나친 다이어트를 하는 요즘 여성들의 건강 상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고 그런 여성의 자궁에서 태어나는 2세들의 건강은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특히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해 발생하는 ‘요요현상’은 한마디로 말해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줄어든 것이고, 그로 인해 대사율이 한번 떨어지고 나면 좀체 회복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교수의 이어지는 말.

“이 때문에 저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감소한 당뇨환자들에게도 지나친 다이어트를 통해 칼로리를 저하시키지 말도록 권합니다. 물론 비만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너무 줄이면 오히려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더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장수 비밀에 도전

마지막으로 이교수는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문제도 결국 미토콘드리아와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양을 증가시키면 수명이 연장될 것으로 보고, 실제로 약물 테스트와 동물실험을 해본 결과 유의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또 미토콘드리아 양이 어느 수준에서 정량(正量)이 되는지, 이를테면 장수와 노화의 기준이 되는 미토콘드리아 수치를 정량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중이라고 한다. 만약 그런 방법을 개발해 낸다면 그는 다시 한번 세계 최초라는 학문적 업적과 함께 돈방석에 앉게 됨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려다 보니 연구비가 필요해 돈 많은 친구를 설득, 미토콘(MITOCON LTD)이라는 벤처기업까지 설립했다고 한다.

“제가 세계 최초로 미토콘드리아의 양적 변화가 성인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만, 이미 미국의 어느 회사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변화에 의한 성인병, 즉 만성퇴행성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섰어요.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최첨단의 기술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이교수는 그렇게 힘주어 말했다. 거기에는 자신감도 짙게 배어 있었다. 사실 이교수는 유전학 연구에서 이미 국내 선두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서울대 병원에서 줄곧 내분비내과 전문의로서 활동해온 그는 한편으로 국립보건원에 유전체연구센터를 설립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렇게 최첨단 서양의학의 한켠에 서 있는 그가 이제는 성인병을 보는 눈이 바뀌어야 하고, 의학교과서도 다시 써야 할 것이라고 과감히 주장한다. 과연 그렇게 해서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새로 만나고, 21세기에는 새로운 의학세계가 펼쳐질지 못내 주목된다.

신동아 2001년 12월호

2/2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목록 닫기

“당뇨 고혈압 비만, 氣에너지로 막을 수 있다”

댓글 창 닫기

2021/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