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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로 홧병 다스리고, 발라서 주름살 없앤다

新의술 향기요법

  •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냄새로 홧병 다스리고, 발라서 주름살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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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향(芳香)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을 코로 맡거나 피부에 바르면 질병치료 효과가 있다는 아로마요법(향기요법). 이 분야 선두주자인 영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권 사람들 사이에 최근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자연의학이다. 국내에서도 정신과·이비인후과·산부인과·성형외과 등의 개업의들이 환자 치료용으로 채택할 정도로 뛰어난 효과가 있다 한다. 국내외 아로마테라피스트(아로마 치료사)들을 직접 만나 그 허실을 살펴보았다.
‘향수의 나라’ 프랑스에서 르네 모리스 가트포세(Rene Maurice Gattefosse)라는 프랑스인 화학자가 향수 제조공장 실험실에서 향을 배합하는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손에 화상을 입었다. 순간 그녀는 다급한 마음에 옆에 있던 라벤더 오일통을 발견하고는 오일에 손을 담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화상으로 인한 통증과 흉터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1928년 처음으로 현대의학적 치료개념으로서의 아로마테라피(Aroma Therapy, 아로마요법 혹은 향기요법)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여성 화학자는 라벤더 꽃에서 추출한 오일이 화상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일생을 천연오일의 치료효과 연구에 바쳤다. 그 결과 각종 방향성(芳香性) 식물의 잎, 꽃, 줄기, 뿌리, 씨앗 등에서 추출한 오일을 증류법(distillation)으로 걸러낸 순수 오일(essential oil, 정유)의 경우 소독, 살균, 진정, 소염 등의 효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그래서 이름도 ‘아로마(방향)+테라피(치료)’라고 붙여졌다.

물론 민간요법으로서의 향기요법은 고대 이집트왕조 시기까지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2000년경에 제작된 파피루스엔 “좋은 정유와 훌륭한 향수, 그리고 사원의 향내, 이것들을 신들이 매우 즐긴다”고 씌어 있고 아로마 오일을 추출하는 장면과 이집트 왕인 파라오가 향기요법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벽화들도 발견된 바 있다. 고대 인도와 중국에서도 유물과 문헌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고대인들은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의 효능을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역사가 오래된 아로마요법은 14세기경 유럽지역에 창궐한 페스트의 전염을 억제하는 데 널리 사용되기도 했는데, 21세기 미국에서 발생한 세균테러 방지에도 이 요법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지는, 최근 미국의 조지타운대 메디컬센터의 해리 프로스(Harry G. Preuss) 박사에 의해 피자 맛을 살리기 위해 쓰이는 오레가노(Oregano) 오일이 탄저병균 등 생화학적 무기로 사용되는 세균에 강력한 효과가 있음이 쥐실험을 통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오레가노는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독미나리의 독을 중화시켜주는 해독약으로 사용돼 왔으며, 강장·이뇨·식욕증진·살균작용 등도 있다고 알려져 차나 목욕제 등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가장 오래된 전통요법 중 하나인 아로마요법이 21세기 첨단의학이 세상을 석권한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기술 이전

아로마테라피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또다른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현대 치료의학적 개념의 아로마요법은 프랑스가 종주국이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아로마요법 치료기술면에서는 영국이 선두주자라는 것이다. 영국 아로마스쿨(The Academy of Aromatherapy and Massa-ge) 교장이자 국제적 아로마테라피스트(아로마요법 치료사) 조직인 ISPA(The International Society of Professional Aromatherapists) 집행위원인 앵거스 윌리엄슨(Angus Williamson)의 말.

“프랑스에서는 의사만이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될 수 있고 여러 오일들을 먹는 약으로 처방하다보니 아로마요법이 널리 전파되지 못했다. 반면 아로마요법 개발자인 모리스 여사가 영국에 아로마요법을 보급할 때는 코로 흡입하는 법, 마사지로 피부에 흡수시켜 주는 법 등을 알려줌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당시 일부 의사들은 피부에 그런 흡수성이 있다면 비가 올 때마다 우리 몸은 물로 가득차 버릴 것이라면서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임상을 해보면 마사지에 의한 아로마요법이 다른 방법보다 효과가 크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영국이 아로마요법 기술면에서는 앞서갈 수 있었다.”

말하자면 아로마요법의 전법(傳法)제자는 프랑스가 아닌 영국이라는 주장. 실제로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아로마요법 치료기술은 영국 방식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9월 하순 영연방국가인 호주 브리즈번을 방문한 길에 영국식 아로마요법을 가르치고 있는 칼리지(단과대학)를 찾아가 보았다. 1975년에 설립돼 26년의 역사를 가진 ACNM(The Australian College of Natural Medicine)대학이 바로 그곳. 브리즈번뿐만 아니라 골드코스트, 멜버른, 복스힐 등 4곳에 캠퍼스를 갖춘 ACNM은 호주에서 가장 뛰어난 자연의학대학이라고 현지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대학은 이미 자연의학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에게도 꽤 알려진 듯했다. 아로마요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한국인 유학생들을 ACNM에 연결시켜주는 브리즈번의 코아교육정보(CORE education service, www.coreedu.ce.ro) 김성재 과장은 “지금까지 수십 명의 한국 학생들이 이곳에서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되기 위해 코스를 밟았고, 지금도 3명의 한국인들이 유학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에서 아로마요법을 공부한 뒤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된 김영채(39)씨의 말.

“2년 과정의 디플로마(diploma)를 마치면 자동적으로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아로마테라피협회에 등록돼 아로마테라피스트로 인정받는다. 아로마테라피스트도 등급이 있는데, 영국이 주관하고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 이를 따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아무튼 이 대학에서는 아로마요법뿐만 아니라 침요법, 동종요법, 약초&영양요법, 마사지요법, 운동요법 등 서구에서 개발된 다양한 자연의학요법 과정이 개설돼 있다. 이 대학에서 아로마요법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이자 아로마테라피스트인 트레시 윌슨(Therese Wilson) 여사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호주 사람들은 아로마테라피를 비롯해 마사지, 침, 동종요법 등 자연의학 요법에 매년 10억 호주달러(약 6000억원)를 쓰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그 규모는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이중 아로마요법은 비정상적이라 할 정도로 붐이 일고 있다. 이는 아로마 오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가 코로 오일 향을 맡거나 목욕탕 물에다 아로마 오일을 몇방울 떨어뜨려 사용하는 등으로 집에서도 손쉽게 요법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로마요법 부작용도 있다

그러나 트레시 윌슨 교수는 무분별하게 아로마요법을 사용하면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증상을 병원에서 정확하게 진단받은 뒤 아로마테라피스트와 상의해 질환에 맞는 아로마 오일을 처방받아야 한다. 그런 절차 없이 머리가 아프니까 어떤 오일이 맞을 것이라고 스스로 결정하고서는 아로마숍에서 오일을 구해 사용했다가는 알레르기나 경련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호주의 경우 여러 아로마 오일을 패키지로 사용하려 할 때는 아로마테라피스트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한 오일만 낱병으로 살 때는 아무런 규제가 없어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기자에게 한국의 경우는 어떠냐고 물었다. 한국에서는 아로마 오일이 화장품 같은 개념으로 취급돼 사용하는 데 아무런 규제나 제재가 없다고 대답했더니, 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려주었다.

얼마전 ACNM에서 아로마테라피 디플로마 과정을 밟고 있는 여학생이 있었다. 각각의 아로마 오일과 그 효능을 교과서를 통해 익힌 그 여학생은 남자를 사귈 목적으로 남성을 유혹하는 효능이 있다는 오일을 몸에 몰래 바르고 다녔다. 그러나 남성의 이목을 끌지 못하자 그녀는 오일이 약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나름대로 여러가지 오일을 섞어가며 양을 갈수록 늘려갔다. 기숙사 방에다 오일향이 나는 초를 늘 켜두고, 시시때때로 오일 목욕을 하고, 또 몸에 바르고 다녔다. 그래도 남성을 사귀지 못하자 그녀는 우울증과 오일 중독증에 걸려버렸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트레시 윌슨 교수가 그 여학생의 기숙사 방을 찾았더니 오일향이 얼마나 강했던지 머리가 핑 돌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여학생이 사용하던 모든 오일을 수거하고, 3∼4일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지내게 했더니 증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 여학생의 경우 여러가지 오일 성분을 섞을 경우 어떤 효과와 부작용 등이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응용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트레시 윌슨 교수의 이어지는 말.

“일반인들로서는 오일 향을 맡거나 오일을 몸에 바른다고 해서 무슨 큰 효과가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고, 또 아로마테라피를 향 냄새 맡는 법 정도로 이해해 화장품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여러 임상을 거친 결과 오일의 효과가 인체에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나므로 의학적, 치료적 관점에서 아로마요법을 대해야 한다.”

이를테면 아로마 오일 효과 가운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상처를 아물게 하는 힘이다. 카렌둘라나 라벤더 오일은 그 효과가 매우 강력하므로 바르기 전에 상처가 난 피부를 깨끗이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여 상처 속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오일을 바르면 이물질이 든 상태에서 상처가 아물 정도로 뛰어난 치유력을 발휘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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