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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바라보기’로 즐기는 겨울 山行

  • 김홍주 < 소산산행문화연구소 소장 >

‘멀리 바라보기’로 즐기는 겨울 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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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을 지나면 좀 가까이에 청계산(광주-이천)이 있고 이어 수원 사람들이 즐겨 오르는 광교산(수원-용인) 백운산(수원-의왕)이 나란히 나타난다. 다음에는 드디어 관악산(관악-과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삼성산은 바로 옆에 있지만 너무 흐려서 그려넣었다. 안양 군포의 수리산은 만경대와 노적봉 사이로 노적봉 가까이 뚜렷하게 보인다.

수리산과 노적봉을 지나면 그저 드넓은 시가지와 들만이 끝이 없는 듯 이어진다. 해 뜨기 전 또는 뜰 무렵의 서쪽인데다 대기마저 흐리고 달리 높은 산도 없어 거므스름한 공간만 있을 따름이다. 겨우 계양산(인천-계양)이 산인 체하고 있고 서쪽을 지나면 또 고양의 고봉산이 209m의 높이로 고봉인 듯 뽐내고 있다.

그렇게 멋 없는 공간이 이어지며 북쪽으로 다가들면 아주 가까이에 노고산(고양-양주)이 나오고 저 위 먼 곳에는 띠처럼 희끄무레한 운해가 길게 펼쳐 있다. 그 운해 위로 북의 천마산(개성), 국사봉(개풍)의 긴 산줄기가 떠있다. 두고 온 산하, 그토록 그리운 우리의 산들이지만 갈 수 없는 서러움만 가슴에 서린다. 그 산줄기 천마산의 왼편 아래쯤 되는 운해 속에 개성 시가도 있으리라. 양주의 개명산, 파주의 파평산 위로 북의 장단, 금천지방의 수룡산도 아련하게 보인다. 북의 산들로부터 눈을 돌리는 일은 언제나 서운하다. 더 돌아가면 사이를 두고 북쪽에 다시 감악산이 보인다.

이렇게 산에서 다른 산을 조망하고 즐기려면 다음과 같은 요령과 준비가 필요하다.

조망의 요령



첫째, 맑은 날을 잡아야 한다. 요즘 날씨처럼 늦가을과 초겨울의 새벽이 조망하기에 가장 좋다. 봄, 여름에도 많은 비가 내려서 대기 속의 먼지가 치워지면 바로 다음날 새벽의 조망이 좋다.

둘째, 조망 산행을 할 때는 그 산에서 조망한 조망도를 가져가는 것이 가장 좋다. 필자의 책인 ‘조망의 즐거움’(청림출판)이나 ‘아름다운 산’(평화출판)을 참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조망도를 놓고 산의 모습을 대조하며 찾아나가면 바로 산의 얼굴(모습)을 알 수 있다.

셋째, 만일 조망도가 없는 산일 때는 미리 지도(국립지리원이 발간한 25만분의 1지세도가 가장 좋음)를 펴놓고 오르려는 산을 중심으로(조망점) 이름이 붙어 있는 산의 방향(각도)과 거리를 일정 비율로 그려서 가져가는 것이 좋다. 조망도에 산의 높이를 반드시 밝혀놓아야 산을 찾기가 쉽다.

임시로 만든 화살표의 조망도를 조망점에 놓고 동서남북을 고정시킨 다음 일정한 방향으로 돌며 산을 찾는다. 이때 모습을 아는 산을 중심으로 각도를 재거나 비교해 나가면 더욱 확실하게 산을 찾을 수 있다.

넷째, 조망을 할 때 옆(가로)으로 살피기는 쉬우나 위아래(세로)로 산의 원근을 살피는 것은 어렵다. 먼 곳의 산은 원근의 차이가 많은 데도 같은 거리로, 옆으로 같은 산줄기에 있는 산으로 착각하기 쉽다. 따라서 지도를 많이 참조하고 세로로 산을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일찍이 점필재 김종직 선생도 산들을 앞에서 저 뒤로 미루어 살펴나가야 한다고 조망의 방법을 알려준 바 있다.

조망의 즐거움과 국토사랑

다섯째, 무엇보다 우리 국토의 얼굴을 알려는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 골동품처럼 보면 볼수록, 연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산을 알아보는 안목이 넓어진다. 조망에 익숙한 사람의 설명을 듣는 것도 산을 알아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마지막 준비물로 조망도, 지도, 망원경, 필기도구, 나침반, 사진기, 방한복, 물과 간식이 필요하다.

필자는 1999년 6월에 우리 국토의 얼굴인 산의 모습을 어설프게나마 밝힌 조망도를 세상에 내놓은 바 있다. 북한산 계룡산 등 우리나라 각 지역의 31개 명산에 올라 북으로부터 시계바늘 방향으로 360도를 돌며 보이는 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산들의 이름을 밝힌 것이다.

이 조망도를 만들면서 필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예상밖의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는 즐거움을 누렸다. 예를 들어 소백산에서 140km나 떨어져 있는 덕유산을 찾아내고는 혼자 펄쩍펄쩍 뛰기도 하고 소리를 질러대기도 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전국의 모든 산을 찾아다니며 조망도를 만들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 일은 우리 지리를 정확히 파악해낸다는 점에서 호사가의 취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조망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동참을 기대한다. 일본처럼 지역별로 현지 사람들이 분담해서 조망도 작업을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아울러 우리도 외국처럼 산마다 조망점을 마련하고 거기에다 그 산에서 보이는 산들의 조망도를 게시해 놓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국토사랑에 나서지 않을까 싶다.

신동아 200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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