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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60살 金正日’ 뭘 노리나

‘벼랑끝 전술’로 핵사찰·경제위기 돌파

서울의 시각

  • 박인철 < 북한전문가 >

‘벼랑끝 전술’로 핵사찰·경제위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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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일 발표된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을 보자. 먼저 지난 한해 평가의 특징으로 “김정일의 대외활동이 국제관계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준 역사적 사변이었다”는 언급이 눈길을 끈다. 이는 김정일이 중국,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러의 북방 3각동맹 기반을 조성했으며, 유럽(EU)과의 관계도 개선했다는 성과를 지적한 것이다.

상대를 약화시키려면 상대국의 외교관계부터 먼저 끊는 것이 병법의 기본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아프간전쟁을 수행하면서 잠재적으로 미국에 반대할 수 있는 국가들을 상대로 ‘테러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식으로 줄세우기를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은 남한의 햇볕정책과 김대중 대통령의 국제적인 명성에 기대어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데 ‘속도전’을 벌임으로써 국제적으로 어려웠던 처지를 훌쩍 뛰어넘었다. 또 MD문제를 둘러싼 미·중·러의 갈등을 이용해 ‘항미(抗美)연대’로 볼 수 있는 북-중-러 북방 3각동맹을 형성하는 데 상당부분 성공했다. 즉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외부 방어막을 튼튼히 한 것이다. 1월6일에는 평양주재 러시아대사관을 직접 방문해 러시아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을 표명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의 반테러 전쟁을 계기로 북방 3각동맹이 대외적으로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접어들긴 했으나, MD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 3각동맹은 언제든 다시 가동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의 특징을 보면 첫째, 수령제일주의 등 4대 제일주의를 내세움으로써 내부결속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외관계, 특히 대미관계에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군을 중심으로 내부역량을 한데 묶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경제발전, 특히 정보기술과 정보산업 발전을 언급하고 있고, 인민생활의 실질적인 향상을 강조했다. 북한은 대외관계에서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책임있는 해결을 하기보다는 침묵, 의도적 무시, 상대방에게 덮어씌우기, 버티기 등으로 일관하며 대체로 이 시기에는 내부를 다지는 쪽에 역량을 모아왔다.

셋째, 대남관계에서 주적론 철회, 보안법 철폐 등 정치적 요구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올 한해 남북대화 과정에서 정치적 요구를 쟁점화 내지 조건화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정치적 요구를 내세움으로써 챙길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을 챙기는 한편, 예정된 남한의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남남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넷째, 주한미군 철수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반테러의 명목 밑에 감행되고 있는 미제와 남조선 호전분자들의 반통일 책동으로 말미암아 조선반도에서 긴장상태가 격화되고 있으니, 남조선에서 침략군을 당장 철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톤을 보면 대미 감정이 상당히 격앙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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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철 < 북한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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