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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냐 대역전이냐

민주당 大權경선 스타트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이인제냐 대역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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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의원 장악한 이인제, 대세장악 나선다
  • ● 한화갑의 묘책 “적 없는 사람이 최후에 웃는다”
  • ● 노무현 정동영의 장담 “제주 반란 두고 보라”
  • ● 지역경선·국민참여선거인단, “民心과 黨心 일치 노린 전술”
  • ● 선호투표제는 이변 막는 안전장치
  • ● 대권은 ‘메이저리그’, 당권은 ‘마이너리그’?
‘게이트 정국’이 끝간 데 없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 비리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구속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나라가 온통 비리 천국이라도 된 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흐른다. 연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향해 정치권은 달려가고 있다. 여야가 모두 바쁘다. 그 중에서도 대권주자가 난립한 새천년민주당의 움직임이 더 활발하다.

민주당은 1월7일 당무회의에서 ‘당발전과 쇄신 관련 당헌·당규개정을 위한 특별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특별결의에는 여러가지 의미있는 조항이 담겨있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 정당의 1인 지배가 쉽지 않도록 했다. 공직출마 후보들은 당원과 국민의 투표로 선출하도록 했다. 이른바 상향식 공천이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대선 후보 선출방식의 변화다. ‘국민참여경선’과 ‘선호투표제’로 대표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둘 다 낯설기 이를 데 없는 제도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이 제도 도입을 주장해온 정치학자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정치학자들은 “쇄신안을 제대로만 실시한다면 한국 정치사에 중대한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천둥벌거숭이 정치권을 향해 쏟아진 모처럼의 축복이다. 벌써부터 재미있는 게임이 될 거라는 기대감에 부푼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게임에 나서야 하는 당사자들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게임의 법칙’이 달라진 이상 전략·전술도 바꿔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눈치들이다.

달라진 후보선출 방식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까? 누가 제도변화를 부담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민주당의 경선 과정은 정치권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대권후보 경선과 분리해 치를 예정인 민주당 당권경쟁은 또 어떤 양상이 될까? 새 제도로 당선된 민주당 후보의 본선 경쟁력은 어떨까? 이회창(李會昌) 총재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까? 당장 한나라당에는 별 일이 없을까? ‘이회창 대세론’으로 집약되는 현재의 구도에 변화가 생길까? 그렇다면 이에 맞서는 한나라당의 대응전략은 무엇일까?





고원정 소설의 오류


민주당에서 시작된 변화는 정치권 전체에 수십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런 물음에 당장 명쾌한 해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해답은커녕 달라진 경선 방식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허둥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의도 민주당사에서는 국민참여경선제와 선호투표제가 뭐냐고 묻고 답하는 당직자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끔은 구체적 실행방식을 두고 당직자들 간에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제도의 입안을 맡은 당 연구소인 국가전략연구소측에 자문을 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민주당 사람들이 이 지경이니 외부인이 달라진 제도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1992년 대선 직전 ‘최후의 계엄령’이라는 실명정치소설을 써 화제를 모았던 고원정씨. 고씨는 최근 한 주간지에 ‘천년의 길’이라는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2002년 대권관련 실명소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씨의 소설에는 민주당의 달라진 경선제도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 소설은 2002년 4월19일, 권역별 경선의 마지막 행사인 서울지역 경선을 하루 앞두고 민주당 김근태(金槿泰) 고문이 기자회견을 갖고 대권후보 사퇴선언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다음은 소설의 일부분이다.

김고문은 한참이나 침묵을 지킨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부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술렁거리는 기자들. 하지만 일단 입을 연 김고문은 더 망설이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즉 내일 있을 수도권 예비선거에 불참한다는 뜻입니다.”

“패배를 시인하신다는 말입니까?”

누군가가 던진 질문에 김고문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는 웃음을 앞세우며 대답하고 있었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 제가 최하위에 처져 있는 현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일 있을 마지막 예비선거에서 역전을 할 수 있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최소한 꼴찌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이유가 뭡니까?”

김고문은 두어 번 입술을 씹고 나서야 대답했다.

“내일 수도권 예비선거가 어떤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될 것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기자들의 동요는 더 커졌다. 말 그대로 폭탄선언인 셈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내일 예비선거는 한화갑 고문과 이인제 고문의 야합에 의해 진행될 것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소위 역할분담의 원칙이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즉 당권은 한고문이, 대권후보는 이고문이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예비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런 밀약이 있었습니다.…두 사람은 수도권 예비선거 직전까지 맞대결을 하고, 그 결과 앞선 사람이 대권후보를, 뒤진 사람이 당 대표를 각각 차지하기로 합의를 했던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그들의 합의는 내일 현실로 드러날 것입니다. …저는 그 야합을 저지하기 위해 후보를 사퇴하기로 한 것입니다. 저는 내일 예비선거에서 노무현 고문을 지지할 것입니다. 이것은…우리 민주당이 보다 더 개혁적이고 참신한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차원에서 내린 결론입니다.”

소설은 단지 소설일 뿐이다. 하지만 고원정씨의 새 소설은 민주당의 대권후보 경선방식이 확정되기 전에 쓰여졌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라면 작가가 새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쓴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는 소설 첫 대목부터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허점을 설명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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