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2월16일 아침,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 스위트룸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여사,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부인 정희자 대우개발회장이 마주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 시내에 우뚝서 있는 하노이 대우호텔은 경치가 좋은 호수공원을 끼고 있는 초특급호텔. 김우중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가 이 호텔을 지을 때 인테리어를 직접 챙겼을 만큼 공을 들인 곳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대우브랜드의 자랑스런 상징이기도 했다.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재임시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머문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한국의 정치와 경제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이 부부 동반으로 조찬을 함께 이유는 무엇일까.
김대중 대통령은 아세안(ASEAN) 정상회담 참석차 12월15일부터 17일까지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 하노이 대우호텔에 머물렀고, 이 소식을 미리 접한 김우중 회장은 아세안 각국의 정상들이 머무는 대우호텔의 대표이사로서 이들을 직접 접대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하노이로 직행했다. 당시 김회장은 뇌혈종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들이 만류했지만 이를 뿌리치고 갈 정도로 절박한 사정이 있었다.
당시 대우그룹은 자금줄이 막혀 몹시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대우측 한 인사의 말을 인용하면 ‘돈줄이 막혀 환장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대우측이 정부나 금융권에 여러차례 호소했어도 반응은 신통찮았고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하노이 대우호텔에 머문다니 ‘하늘이 내린’ 절호의 찬스였다. 김회장은 이 기회를 놓치치 않았다. 김대통령의 바쁜 일정속에서도 조찬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얻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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