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바람은 이(異)문화와의 부드러운 교류도 낳지만 때로는 문화충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충돌은 음식문화에도 예외없이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하듯 월드컵을 앞둔 우리나라가 개고기 논쟁의 타깃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14년 전 88올림픽을 앞뒀을 때도 한번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
당시 처음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열렬한 동물보호론자인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였다. 바르도는 “한국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보신탕을 먹는 혐오스러운 관습에 충격을 받고 있다”며 김영삼 대통령에게 한국인이 보신탕을 먹지 못하게 해달라는 편지까지 보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동물보호협회(WSPA)도 개고기 식용 문화가 야만스럽다며 “개고기 문화가 근절되지 않으면 올림픽을 보이콧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어떻게 해서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했던 정부는 그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함으로써 비난을 잠재웠다. 보신탕집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변두리나 골목으로 숨어들었고, ‘보신탕’이란 간판도 ‘영양탕’ ‘사철탕’ 등으로 둔갑했다. 그렇게 해서 개고기 논쟁은 서구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고, 개고기집은 그후로도 밝은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지금껏 숨어 있는 실정이다.
올림픽은 세계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니만큼 세계화의 현장이라 할 수도 있는데, 서울올림픽 때 개고기 논쟁이 불거졌듯 비서구문화권에서 개최된 최초의 대회였던 1964년 도쿄올림픽 때에는 스시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팔딱거리는 생선을 칼질해 즉석에서 회로 떠 먹는 일본인들을 본 미국인들이 “놀랍다” “야만스럽다”고 반응하는 것을 취재해 대대적으로 기사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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