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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코드 정치’ 버리고 리더십 다시 세워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苦言

  • 글: 안병영 연세대 교수·행정학 ahnby@yonsei.ac.kr

‘코드 정치’ 버리고 리더십 다시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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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부 출범 며칠 전인 2003년 2월21일 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3대 국정목표와 4대 국정원리, 그리고 12대 국정과제를 확정 발표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의 3대 국정목표와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 등 4대 국정원리,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12대 국정과제를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다. 인수위가 마련한 이러한 국정목표, 국정원리, 그리고 국정과제는 다분히 국정개혁 비전의 성격을 지녔다. 그것은 앞으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 어젠더를 창출하는 데 유용한 준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국정비전은 적어도 상징정치적 맥락에서는 성공적으로 비춰지지 않았다. 국민의 영혼을 흔들어놓기에는 너무 추상적이고 상투적이었다는 느낌이다. 즉 그 어느 것도 과거 정권의 ‘국민소득 1000달러’나 ‘세계화’, 혹은 ‘햇볕정책’ 등과 같은 고도의 개념화와 정치적 상징성을 갖추지 못했다. 그 중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이라는 비전이 얼마간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얼마 후 중국과 일본을 의식하고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그 수위를 한 단계 낮춘 바 있다.

운동정권적 성격 강한 참여정부

새 정부는 그 인적 구성이나 지향성으로 보아 운동정권적 성격이 강한 게 사실이다. 또 기존의 어떤 정부보다 더 진보적인 국정개혁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개혁의 목소리는 높고,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도 분명하고, 그들이 지목하는 반개혁세력의 윤곽도 드러나지만, 실제로 국민들에게는 국정개혁의 비전이 무엇인지, 즉 개혁의 ‘본질(substance)’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머릿속에 개혁의 미래상이 각인되지 못한다. 오히려 실체가 불분명한 ‘섣부른 개혁만능주의’만 부르짖다가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과 생산력 기반만 약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다가는 개혁이 한낱 ‘수사(rhetoric)’로 끝나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및 정권실세들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추구하는 운동의 본질과 그 역학에 준거하여 판단한다면, 참여정부의 개혁비전 내지 개혁목표는 오히려 ‘탈(脫)권위’ ‘탈권위주의’ 내지 ‘탈권위사회’가 아닐까 한다. 간혹 드러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파격적 언행이나 도전적 발언도 다분히 기득권층 및 그들이 주도하는 권위사회, 그리고 그들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겨냥할 때가 많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주 기존 권위를 과소평가 내지 폄하하는 행태를 서슴없이 보여주곤 했다.

‘탈권위’는 그것 자체로서 구조적 사회개혁의 함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탈(脫)’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함축하듯이, 긍정적 목표와 연계된 희망찬 미래상을 투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것은 엄밀히 따지면 본질보다는 양식(樣式)이나 스타일의 변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비전이나 목표로서의 의미가 반감된다. 국정개혁의 비전은 무엇보다 국민의 구체적 삶을 보다 자유롭고 풍요롭게 하는 ‘민생(民生)’과 연관될 때 그 빛을 발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소득 2만달러’를 국정목표로 제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새로운 국정비전은 과거 권위주의적 발전국가의 중상주의적 국가목표를 연상시킨다. 다분히 경제주의적 함축이 강하다는 면에서 노무현 정권의 사회운동적 성격과는 무언가 괴리가 느껴지게 만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민생과 직결된다는 의미에서, 또 8년간 계속 1만달러에 턱걸이한 상태에서 제자리걸음만 하는 우리에게 절실성과 절박성을 던져준다는 의미에서 한결 가슴에 와 닿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정부는 ‘2만달러’라는 기치는 곧추세웠으나, 이를 성취할 방도는 아직 제대로 강구한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세계경쟁 전략과 더불어 사회적 위험을 낮추는 사회보호 전략도 함께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며, ‘2만달러’에 접근하기 위한 정치 및 사회경제적 제도개혁과 인프라 구축, 그리고 주요 정책수단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장밋빛 목표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긴 우회로를 거쳐 비교적 실용주의적 국정개혁 목표에 접근했다는 것은 하나의 성과라고 하겠다. 이러한 국정개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념성, 정파성을 떠나 사회적 합의 추구와 고도의 정책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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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병영 연세대 교수·행정학 ahnb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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