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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코드 정치’ 버리고 리더십 다시 세워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苦言

  • 글: 안병영 연세대 교수·행정학 ahnby@yonsei.ac.kr

‘코드 정치’ 버리고 리더십 다시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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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대통령은 대체로 국무회의 주재를 국무총리에게 맡겼고, 큰 국사만 챙기는 편이었다. 이에 비해 국민의 정부의 김대중 대통령은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했고, 개개 부처의 정책사업에 대해서도 비교적 많이 관여했다. 따라서 장관의 상대적 정책 자율성은 김영삼 정부 때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부처를 관장하는 청와대 수석과 장관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중앙집권적 체제에서 대통령의 지근(至近) 거리에 있는 청와대 수석이 대통령의 신임을 배경으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경우, 아무리 대통령이 장관에게 권한을 위임해도 장관은 청와대 수석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가 추구하는 분권적 국정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권한을 대폭 내각에 이양하고, 장관들이 국정의 중심에 서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대통령이 중앙집권적 친정 스타일을 고집한다면 현재의 분권형 시스템은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전혀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의 가능한 시나리오는, 시스템이 운영방식에 적응하는 것이다. 이미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각종 위원회와 태스크포스 팀이 무질서하게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들의 기능과 업무가 분명하게 정의되고 역할조정체계가 서 있는지 의심스럽다. 자칫하다가는 청와대는 위원회의 미로(迷路) 속에서 길을 잃고, 내각의 장관, 실장, 국장들은 수많은 회의에 참석하느라 제 일을 돌보기 어렵게 된다. 분권화 및 선택과 집중의 원칙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시스템의 변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망컨대 체제와 행태의 괴리는 한동안 지속될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그와 코드가 맞는 청와대 실세들은 스스로 ‘변화의 역군’임을 자임하며 국정 전반에 걸쳐 세차게 개혁을 주도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그들은 대통령 프로젝트를 몇 개로 한정하고, 국정운영의 큰 부분을 총리와 장관에게 넘겨줄 공산이 그리 크지 않다.

대안은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분권형 시스템에 맞춰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과 국정운영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이것은 시스템을 대통령의 집권적 리더십 스타일에 맞춰 조정하는 것에 비하면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겠으나 새 정부가 내세운 ‘분권과 자율’이라는 국정원리에 맞는 발전적 문제해결 방식이다.



또 하나의 대안은 집권형과 분권형의 가운데쯤, 즉 중간형으로 후퇴하는 것이다. 즉 어차피 대통령이 경제와 외교안보, 그리고 사회복지라는 세 가지 국정부문의 중심에 서야 한다면, 이 세 부문의 기획 및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다른 부문은 내각에 대폭 맡기는 방식이다. 이 방안은 보다 현실적 처방이다. 위의 두 방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현재 겪고 있는 시스템과 운영방식의 괴리에서 오는 혼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폭넓게 인재 등용해야 나라가 산다]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의 보좌관과 수석들, 그리고 내각의 각료, 고위 정무관, 기타 대통령이 임명하는 다양한 준공공부문 CEO의 면면을 보면 우리 사회 파워엘리트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주류에서 비주류로, 보수에서 진보로,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중심이동이 역력하고, ‘3040’세대의 전진배치도 쉽게 눈에 띈다.

참여정부의 인맥산실은 민변, 자문교수그룹, 통추, 시민운동단체, 지방자치실무연구소 등이며, 1970년대 민청학련사건 피고인부터 1980년대 후반 386 학생운동권에 이르기까지 운동권 출신들이 뉴파워로 크게 부상했다. 인수위원 가운데 다수가 새 정부에 참여하여 ‘인수위원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들은 대체로 엇비슷한 사회적 배경과 이념적 성향을 가진 동질적 그룹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다. 특히 권력의 중핵인 청와대의 요소요소에는 이들이 깊숙이 포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들은 한때 좌파적 이념과 교조에 크게 경도되었던 그룹이다. 따라서 이념적으로 ‘성장’보다는 ‘분배’를, ‘자유와 경쟁’보다는 ‘형평과 정의’를, ‘세계화’보다는 ‘민족적 정체성’을 중시하며, 다분히 ‘노동’ 친화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이념적 동지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념과 가치판단에 집착하며, 실용주의적 접근과 전문가적 분석에 약하다.

새로운 파워엘리트의 또 다른 특징은 다분히 사회운동적이며 정치공작에 능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비교적 자기실현적이며, 정치적 상상력과 호소력이 뛰어나고, 세 몰이와 정치적 동원에 강하다. 이들의 대중동원능력은 이미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웅변적으로 나타난 바 있다. 따라서 절차와 형식을 중시하고, 헌정주의와 심의과정을 강조하는 대의민주주의보다 국민과의 직거래를 꾀하는 이른바 국민투표적 민주주의를 선호한다. 따라서 이들 이른바 ‘운동권 정치인’들은 자칫 대중영합적인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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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병영 연세대 교수·행정학 ahnb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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