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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코드 정치’ 버리고 리더십 다시 세워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苦言

  • 글: 안병영 연세대 교수·행정학 ahnby@yonsei.ac.kr

‘코드 정치’ 버리고 리더십 다시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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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특히 대통령 최측근의 정책참모들은 어떤 의미에서 대통령의 ‘인격적 연장’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념과 정책적 지향이라는 맥락에서 대통령과 교감하고 연대할 필요가 있으며 대통령에게 정치적 충성심을 바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주변이 온통 대통령의 이념적 동지들로만 채워지게 된다면 문제는 좀 심각해진다. 그렇게 되면 교정적(矯正的) 환류는 차단되고, 대통령의 이념적 편향성이 지속적으로 보강되어 결국 그것이 구조화, 화석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못지않게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운동권 출신의 개국공신들이 대체로 상징조작과 정치적 동원에는 뛰어나나, 국가경영능력 내지 정책능력은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국정운영력에 관한 한 아마추어들이 많다. 그런데 국정의 최고 사령탑인 청와대에는 최고의 국가전략과 정책 청사진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경륜 있는 인재가 대거 포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과 귀가 세계로 열려 있고, 민생개혁 의지와 더불어 빼어난 정책전문성을 함께 갖춘 큰 재목들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인재가 운동권 출신 중에도 있을 것이다. 또 운동권이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미 과도한 이념의 거품을 거두고 실사구시적(實事求是的) 정책조망을 가진 인재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들은 개혁성과 정책능력을 겸비한 까닭에 기술관료주의에 탐닉하는 기능적 테크노크라트보다 오히려 낫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는 실제로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인재 풀의 업그레이드화 모색해야

최근 노무현 정부는 장관의 정책수립 기능을 보좌한다는 명목으로 ‘장관정책보좌관’제를 도입했다. 실제로 장관에 임용되면 누구나 혈혈단신으로 해당부처에 진입하게 된다. 필자는 이러한 장관이 정책전문가 한두 사람의 보좌를 받을 수 있다면 큰 힘이 되리라고 생각해서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이들 장관정책보좌관 자리에 정책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나 정당 인사들이 대거 기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위인설관(爲人設官)’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노무현 정부는 용인(用人)에 실패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마디로 인재 풀의 외연 확대와 다양화, 그리고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우수한 인재를 만천하에서 널리 물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정권창출시기에 요구되는 인재와 국정운영시기에 필요한 인재는 질적으로 현저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의 인재등용과정을 보면, 이른바 국민추천제, 다단계 평가 등을 거쳤다고 하나 실제로 최종결정과정에서 가장 중시해온 잣대는 이른바 ‘코드’ 검증이었다. 거기에는 은연중 온건개혁을 넘어서는 급진적 사회변혁의지가 담겨져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편향적, 급진적 안목에서 보면 인재 풀은 협애화, 동질화, 이념화되고 무엇보다 그 질적 저하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당연한 결과는 국가경쟁력 하락과 민생 혼란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하루 빨리 코드에 의한 인재 등용을 탈피하여 드넓은 인재의 바다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통합적 리더십과 實事求是]

위에서 노무현 정부의 국정개혁비전, 국정운영 시스템과 정치적 리더십, 그리고 인재등용 등 국정개혁 성공과 연관되는 세 가지 조건을 점검해보았다. 국정개혁을 위한 노무현 정부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는 앞서 언급한 제반 조건을 관통하는 두 가지 제언을 노대통령에게 하고자 한다. 그 하나는 통합적 리더십을 세우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합리적 개혁과 실사구시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앞의 것은 사회통합 내지 국민통합을 위한 처방이고, 뒤의 것은 국정개혁을 위한 처방이다. 그러나 실제로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으로 내용상 동의반복이나 다름없다.

인사탕평책·정책탕평책 펴야

노무현 정부가 출범 이후 내세우고 있는 것이 국민통합과 국정개혁이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국민통합은 국정개혁의 전제다. 사회통합 내지 국민통합 없이 국정개혁이 제대로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현 시점에서 가장 힘겨워하고, 또 가장 실패하고 있는 것이 국민통합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통합적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에는 현재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기보다는 ‘내 편’, ‘네 편’을 가르며 힘겨루기와 맞대결을 통해 ‘완승(完勝)’을 겨냥하는 추세가 풍미하고 있다. 그런 판국에 대통령이 국정운영에서 편향적인 자세를 보이면 국정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이나 NEIS 시행을 둘러싸고, 무원칙하고 한쪽 편들기 식의 국정운영을 선보여 사회적 신뢰를 크게 잃었다. 아무리 법을 어겨도 사회적 약자이니 그 편에 서야 된다는 편향적 인식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준칙을 적용해야 할 대통령으로 할 일이 못 된다. 다행히 철도노조 파업 때는 대통령이 법과 원칙의 편에 서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했다. 분열적 리더십에서 통합적 리더십으로 옮겨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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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병영 연세대 교수·행정학 ahnb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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