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1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신당관련 워크숍에 참석한 김원기 고문(왼쪽)과 정대철 대표가 목이 탄 듯 물을 마시고 있다.
신당 하겠다는 주류측과 구당파인 비주류측은 만났다 하면 고성과 삿대질이다. 급기야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주류측은 “만나봤자 싸우기만 한다”(이상수 사무총장)며 늘상 있던 회의도 열지 않는다. 이에 비주류측은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 천안 등지에서 ‘당 사수결의대회’를 열며 맞서고 있다.
주류측은 7월 초에 들어서야 신당추진모임의 기구와 업무를 분장하며 본격 활동에 나섰지만 아직 구체화된 계획은 없다. 일부 신당파 중에서는 “우리 신당 다음에 하면 안 되겠냐?”고 할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비주류와의 중재역을 자임해왔던 정대철 대표가 굿모닝 시티 전 대표인 윤창열씨로부터 4억2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신당 논의의 동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왜 이 지경까지 됐을까?
민주당이 국회의원 3석은 물론, 호남의 본거지인 전남 진도에서도 기초 의원 자리를 내준 4·23 재보선 다음날인 4월24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관광호텔. 민주당 내 개혁파 의원들의 연대 모임인 열린개혁포럼(총간사 장영달 의원)의 조찬 회동이 끝난 후 임종석 의원 등 386세대 의원들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끝난 거 아니야? 어제 선거 결과는 당에 대한 사망 선고라고.” “선고는 무슨…. 사형 집행된 것 아닌가. 이 당으로 뭐를 할 수 있겠나”. 지난 대선 때도 불거졌던 이른바 신당론이었다.
그런데 포럼의 대표격이자 지금은 신당추진모임의 핵심인 장영달 의원은 기자들에게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신당은 좀 그렇고, 우선 당 개혁안을 조속히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봐.” 대선 직후 불거진 당 해체론의 대안으로 출범한 당 개혁특위에서 마련한 개혁안을 ‘형질 변경’ 없이 그대로 통과시키면 신당은 필요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지금 비주류로 불리는 많은 호남 출신 의원들은 “당에서 선거 잘못 치러놓고 왜 당 타령이냐”는 반응이었다. ‘민주당 정통성을 지키는 모임’의 대표 박상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기자가 젊은 의원들의 ‘사형 집행론’을 전하자 오른 손가락에 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짓이기며 특유의 속사포를 쏘아댔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 당운을 걸고 뛰고 지도부가 지역구에 돌아가며 내려가고 했는데 우리는 유시민(고양 덕양 갑) 같은 친구들에게 연합공천 준답시고 팔짱끼고 있었잖아. 거기는 원래 우리 의석이었어. 그 따위로 한가하게 선거 치러놓고 무슨 당 타령이야!”
박 최고위원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지난해 대선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에 대해 “의원 입각은 없다”며 분명한 선을 긋기 시작한 뒤 민주당은 재보선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재보선을 총지휘한 이상수 사무총장은 재보선 며칠 전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이런 말도 했다.
“사실 우리 당은 이번 재보선을 지역선거라고 생각했는데 한나라당이 저렇게 나오니까 이제라도 제대로 해야겠습니다. 그러니까 거리도 가까운 서울 양천 을(한나라당 오경훈 의원 당선)에는 하루에 두 분 정도 지원 가주시고….”
“아니,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무튼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친노 의원들은 재보선 패배를 오히려 지렛대 삼아 급속하게 신당론을 공론화시켰고 마침내 4월28일 신기남 천정배 정동영 이호웅 이종걸 의원 등 23명은 서울 여의도 W 중국음식점에서 신당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2시간반이 넘는 토론 끝에 성명서를 발표한 이들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고 목소리의 톤은 높았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거침없었다. “당 내 신당추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고위원회의나 당무회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게 가능합니까?”(기자)라고 하자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임시지도부를 만든다니까 그러네”(이호웅 의원)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