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호

‘분당 예감’민주당, ‘ 계파전쟁’ 한나라당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3-07-28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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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국이 어수선하다. 김영완 비자금에 이은 굿모닝시티 파문, 북핵 위기감 고조, 신특검법 여야대치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간에 물고 물리는 게 다반사가 돼버렸다. 요즘 정치권은 ‘카오스(chaos, 혼돈)’ 그 자체다. 그러나 새로운 모든 질서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분당 예감’민주당, ‘ 계파전쟁’ 한나라당
    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 한나라당 탈당파 5인, 범개혁세력추진운동본부, 부산 정치개혁추진위원회, 개혁당 등 정치권과 그 언저리에 수많은 집단들이 산재돼 있는 게 현재의 정국 모습이다. 집단의 성격에 따라 정당형태와 비정당형태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정치적 집단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들 집단이 7월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기존 정당들은 내부로부터의 분열이 본격화됐고, 외곽 집단들은 핵융합을 시작한 모습이다. 정치권에 정계재편의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이 정치판의 대규모 지각변동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그 기세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맹렬한 게 사실이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먼저 행동이 개시된 곳은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의원 5명이 7일 탈당을 선언한 것이다. 이날 탈당한 의원은 이부영(李富榮) 이우재(李佑宰) 김부겸(金富謙) 안영근(安泳根) 김영춘(金榮春) 의원 등.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정치의 전면적인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 정책정당 건설에 온몸을 던지겠다”고 탈당의 변을 밝혔다.

    당초 예상됐던 인원보다는 적었지만 이들의 탈당은 정치권의 변화에 불씨를 당겼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 탈당 5인방의 거사를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다소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탈당한 의원들 자신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거품은 물길을 바꾸지 못한다

    이부영 의원측 한 관계자는 “분명 무모한 도전이다. 민주당 내 신당 추진세력들이 그냥 주저앉는다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민주당이 저렇게 흐지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라도 나서서 외곽 개혁세력을 추스르고 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며 탈당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탈당 이후 이부영 의원의 솔직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 이의원이 요즘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다며 대답을 대신했다.

    “물은 흘러간다. 흐르다 보면 거품도 여기저기서 생긴다. 그러나 물길은 바꿀 수 없다. 물길의 방향은 대세다. 지역주의 극복, 정치개혁은 국민의 요구이자 거대한 흐름이다.”

    5인방의 탈당 여파는 이어서 돌발한 한나라당 내부의 파열음과 맞물리면서 더욱 증폭된다. 홍사덕(洪思德) 신임 원내총무가 최병렬(崔秉烈)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대북송금 특검법을 수정, ‘150억+α’에 한정하는 수정 특검법안을 통과시킨 게 발단이 됐다.

    이 일은 즉각 지난 6·26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비주류로 밀려난 서청원파와 기존 민정계 보수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홍총무의 ‘개인플레이’에 대한 비난은 곧바로 최대표에게 옮겨갔다. 그렇지 않아도 비주류로 밀려난 게 못마땅할 뿐 아니라 최대표가 당내 개혁을 위해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대지는 않을까 불안감이 있었던 터에 호기를 잡은 셈이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제왕적 대표론’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서청원(徐淸源) 후보를 지지했던 김용수 운영위원은 7월10일 당 운영위원회에서 최대표를 향해 “최근 각종 언론 인터뷰나 행사 때 대표의 언행을 보면 제왕적 대표처럼 말하는 게 많다. 탈당한 의원들에게 성공하길 바란다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무슨 정체성으로 남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민정계 이해구(李海龜) 의원은 “원안대로 처리한다는 당론을 마음대로 무시한 것은 독선적인 국회운영이다. 이런 총무를 믿고 어떻게 원내대책을 맡기겠느냐”며 총무직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최대표의 지도력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신임 지도부 전체를 향해 공세를 취했다. 당내에서는 이같은 흐름을 내부 갈등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불쑥 앞당겨진 한나라당의 계파전쟁

    현재 한나라당은 최병렬 중심의 신주류와 서청원계, 김덕룡계, 쇄신연대, 극우 보수파로 분류되는 민정계 등 크게 5개 계파로 나뉘어 있다.

    서로간에 불만이 많았던 이들은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 감정이 더욱 악화된 상태. 하지만 비주류측은 새로운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지켜오던 2개월 정도의 ‘허니문 기간’을 최대표와 홍총무에게도 허용할 참이었다.

    이에 따라 7∼8월은 조용히 지나고 오는 9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구제도 및 의원정수 문제 등 극히 민감한 선거법 개정협상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었다고 한다. 사실 그때쯤 되면 각 계파별 이해관계에 따라 또다시 파열음이 일 것은 뻔하다.

    그리고 연말께인 11∼12월부터는 내년 총선 공천문제를 둘러싸고 본격적인 갈등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신주류를 제외한 모든 계파들이 이처럼 앞으로 남은 본격적인 전투를 앞두고 잠시 숨고르기를 할 요량이었던 셈.

    그런데 홍총무로 인해 그 시기가 불쑥 앞당겨진 것. 누구보다 곤란해진 사람은 최대표다. 당권을 장악한 최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의 당 개혁구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

    최대표의 개혁구상은 당내 극우보수와 60대 이상 노년층에 해당하는 의원들 대신, 젊은 층을 수혈해 보다 젊고 합리적인 보수세력을 당 중심에 세우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쇄신연대 등 당내 소장그룹들을 주류에 합류시켜 내년 총선까지 대세를 장악해 당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홍총무 파문으로 최대표의 개혁드라이브에 급격히 제동이 걸렸다. 결국 최대표는 특검수정안을 통과시키자는 당초 입장을 뒤집어 새특검법안 마련, 통과 강행이라는 초강공 전략을 동원했다. 비주류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마침 터진 북핵문제를 절묘하게 활용한 것이다.

    최대표의 시도는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당내 비주류의 불만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러나 당내 계파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번 꺾인 대나무는 계속 꺾일 수밖에 없다는 이치를 알고 있는 비주류, 특히 서청원계와 구 민정계 등 최대표에 적대적인 이들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현 지도부 힘빼기를 시도할 게 뻔하다”는 것. 여기에 민주당 등 당 외부의 ‘신당기류’에 따라 급속한 당 분열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누가 신당 못 하게 해?”

    한나라당이 핵분열 초기단계라면 민주당은 말기다. 신당을 놓고 ‘개혁신당’ ‘통합신당’ ‘리모델링’ 등 신·구주류간 갈등이 거의 10개월째 지루하게 이어져오고 있다. 최근 당내 중도파가 중재에 나서 당 분열위기가 봉합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다.

    중도파가 중재안을 들고 신·구주류 양측을 바삐 오가던 지난 7월10일 오후 5시경 국회 의원회관. 양측의 중재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강운태 의원과 재야파 이창복 의원이 8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다. 신주류는 이미 중도파의 중재안을 받아들였고, 구주류는 완강히 거부하고 있었던 시기다. 구주류는 상향식 국민참여경선은 죽어도 못 받겠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이날도 누군가를 만나러 바삐 나선 강의원에게 이의원이 어깨를 툭 치며 한마디 건넸다. “잘 해.”

    재야 출신이면서 중도파 쪽에 선 이의원으로서는 강의원이 구주류를 설득해 분당을 막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을 법 하다.

    함께 탄 엘리베이터가 5층에 서자 구주류 이훈평 의원이 올라탔다.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나눈 이들 사이에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구주류 1명과 중도파 1명, 신주류에 가까운 중도파 1명과 기자, 이렇게 4명이 있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기자가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왜 이렇게 합의가 안 되는 겁니까. 한 말씀씩 해주시죠.”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다시 3층에 서고, 공교롭게 민주당 의원들만 2∼3명이 한꺼번에 안으로 들어섰다. 기자의 질문에 강운태 이창복 의원은 “글쎄 말이야”라며 멋쩍게 웃으며 이훈평 의원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러자 이훈평 의원이 한마디했다. “누가 (신당) 못 하게 해? 난 마음을 비웠어. 지금까지도 신경 안 썼지만 앞으로도 신경 쓸 일 없을거여.” 짧지만 가시가 있었다. 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권 투쟁에서 저만치 떨어져 자기 갈 길만 가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만 않았을 뿐 그의 말 속에는 신당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서기까지는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민주당 내부의 최근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신·구주류간 감정의 골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져 화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분당 예감’민주당, ‘ 계파전쟁’ 한나라당

    7월7일, 김영춘 안영근 이우재 이부영 김부겸(왼쪽부터)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5명이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최근 신주류가 신당추진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구주류가 7월18일로 예정했던 ‘당 사수 결의대회’를 연기한 데 반해 신주류는 여의도 당사 인근에 신당추진을 위한 별도의 사무실을 내고 신주류 보좌관이 주축이 된 실무진 28명을 입주시키는가 하면 인천, 수원, 춘천으로 이어지는 전국 순회강연회를 강행했다.

    그 근저에는 구주류와의 타협 여지는 남기되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다는 신주류 내부의 분위기와 구주류의 힘이 약화된 이 시기에 신당추진을 가속화 할 경우 구주류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신주류 내부의 분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판단이 제각각이다. 신주류 강경파는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민주당의 기득권을 버리지 않고 통합신당으로 갈 경우 한나라당 탈당파와 범개혁신당 추진세력들이 동참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비록 지금은 힘이 없지만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구주류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는 것.

    강경파는 일단 김원기(金元基) 고문과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 이해찬(李海瓚) 의원 등 통합신당을 주도하는 당 중진들에게 구주류와의 협상을 맡겨놓고 한 발 물러서 있다. 이들 신주류 중진들이 올해 2월 당 개혁 쇄신안을 추진하는 데 실패했고 민주당 워크숍의 대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등 정치력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지만 그래도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신주류 강경파는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와 개혁신당으로 이어지는 ‘탈당 프로그램’에 대한 내부논의를 지속하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기득권을 버리지 않고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구주류와는 결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이같은 분열조짐과는 달리 신당을 위한 정당 외곽조직들은 긴밀한 연대를 결성하면서 정계개편 정국의 주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5인의 탈당선언이 있던 7월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범개혁신당추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와 부산 정치개혁추진위원, 재야인사를 비롯한 정치권 밖의 신당 추진세력 등 3개 단체가 연대, ‘개혁신당추진 연대회의(신당연대)’ 창립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범개혁신당 창당작업에 돌입했다.

    신당연대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지역 측근인 조성래(趙誠來) 변호사와 박명광(朴明光) 전 경희대 부총장, 조성우(趙誠宇) 민화협 상임의장 등을 상임대표로 선출했다. 신당연대는 또한 최고의결기관이 될 50명 안팎의 공동대표단 구성을 이들 상임대표에게 위임했다.

    신당연대의 최종목표는 한나라당 탈당 5인방과 민주당 신당추진세력 등과 연대해 범개혁신당 창당준비위를 8월말까지 띄우는 것이다. 신당연대는 이를 위해 민주당 신당파들의 탈당을 촉구하는 등 민주당의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종교계와 학계 등 각계 원로들도 신당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7월3일 강원용(姜元龍) 평화포럼 이사장, 송월주(宋月珠) 전 조계종 총무원장, 김병상(金秉相) 함세웅(咸世雄)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 이돈명(李敦明) 변호사 등 각계 원로 10명은 ‘새 정치주체 결집을 촉구하는 원로 시국 선언’을 통해 “현재의 정치권은 우리 사회가 처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했다”고 결론짓고 “한반도 평화와 국민통합, 민주개혁을 위해서는 새로운 주체세력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경우 이처럼 안팎에서 분당을 재촉하는 압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 지각변동의 움직임은 자민련도 예외가 아니다. 송광호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이 그 단적인 예다. 자민련측에서는 송의원의 지역구인 충북 제천단양의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옮긴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지만, JP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소속 의원들은 당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어렵다고 보고 김종필(金鍾必) 총재의 2선 후퇴와 심대평 충남지사를 중심으로 한 당의 재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JP는 “내각제 개헌을 위해서라면 정치적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모두 바치겠다”며 2선 후퇴를 거부하고 있다. JP가 최근 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대행에 대해 정리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자신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JP의 과욕과 심지사와 이권한대행 간의 당권경쟁이 심화되면서 자민련은 내부 구심력이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속 의원 상당수가 신당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민심의 향배에 따라 언제든지 합류할 태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자민련의 ‘공중분해’까지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빅뱅, 어쩌면 준비된 시나리오?

    한편 일부에서는 정치권의 이같은 일련의 흐름에 대해 이미 예정된 정계재편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예로 민주당 신주류는 벌써 2∼3차례 신당창당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D데이를 잡고도 구주류와의 관계를 고려해 매번 “조금만 더 지켜보자”며 연기해왔다. 6월17일을 D데이로 정한 ‘신당추진 프로그램’이 한 사례다.

    당시 신주류는 신당추진기구를 당무회의에서 통과시켜 민주당의 법통을 구주류로부터 빼앗아올 계획이었다. 그 일정도 구체화돼 있었다. 6월13일은 구주류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는 만큼 당무회의 상정 시도만 하면서 방송사 카메라를 사전에 준비시켜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구태의연한 내부의 몸싸움을 방송에 내보내 구주류에 대한 비난여론을 부추길 계획이었다. 그리고 16일에는 표결을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17일 신당추진기구를 본격적으로 띄울 작정이었다.

    이후 전국을 돌면서 신당 필요성에 대한 토론과 세미나를 병행하면서 9월까지 신당의 골격을 만든 다음 (가칭)신당으로 정기국회를 치르고, 12월말 전당대회에서 공식 출범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시나리오는 당초 예정된 일정보다 다소 늦춰졌을 뿐 당무회의 표결처리만 빼고는 거의 대부분 최근 한 달간의 진행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또 신주류 강경파측 한 관계자가 6월 초쯤 전한 ‘한나라당 쪽에서 먼저 탈당할 수도 있다’는 예상 역시 그대로 들어맞은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정말 누군가에 의해 철저히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여가고 있는 것일까. 정계의 흐름은 더 이상 ‘빅뱅’을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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