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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기획|정계재편 ‘빅뱅’

‘이전투구’ 민주당 신·구주류 100일 전쟁

뭉치기엔 너무 큰 상처, 갈라서자니 계산 불투명

  • 글: 조수진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 sjcho@kmib.co.kr

‘이전투구’ 민주당 신·구주류 100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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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동교동계 김옥두 의원은 신당 창당을 주창하는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통화 요지는 “호남의 지지 없이 노무현 정부 탄생이 가능했겠냐”는 것이었다. “신당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나가서 당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험담도 곁들여졌다.

정균환 총무는 패배의 원인을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의 오만 방자함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독선적인 당 운영으로 갈등을 유발해 이 꼴이 된 것”이라고도 했다. 구주류측은 “호남 민심의 이완현상이 드러난 결과”라면서 양재호 전 양천구청장(서울 양천을) 패배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상반된 분석은 정국의 불안정성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불안정한 정국구도는 정계개편의 원동력 혹은 정치권 지각변동의 명분이 됐다. 또 양측의 사고 차이는 정치적·정책적 내홍으로까지 구체화했다. 여기에 한화갑 전 대표의 ‘신주류 개혁독재론’ 발언, 대북송금 특별검사 도입과 노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고영구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신·구주류간 갈등은 확대 재생산됐다. 4·24 재보선의 책임론은 단순한 계파 갈등의 수준을 넘어 당의 분열과 정계개편의 고리가 됐다.

초반기엔 신주류가 파죽지세로 민주당을 접수하고, 이에 저항하는 구주류는 일패도지(一敗塗地)로 정치생명을 부지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신주류는 개혁이라는 명분과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이라는 힘을 갖고 있었던 데 반해, 구주류는 수구 기득권 세력의 이미지에 대선을 거치면서 노대통령에게 미운 털까지 박혀 있었다.

그러나 전면전을 개시한 지 100일이 가까워지는 지금, ‘정치는 생물’이란 말처럼 형세를 점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신·구주류는 늘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다만 힘을 갖춘 신주류는 아직까지 당을 접수하지 못했고, 구주류는 “절 싫으면 중이 떠나라”며 신주류를 압박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백중세가 된 것은 ‘밥 빌어다 죽도 못 쑬’ 신주류의 정치력 부족에 기인한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우선 그들은 준비 안 된 상태에서 거사에 착수했다. 신당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을 세워 공론화와 동시에 전광석화처럼 몰아붙였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금, 조직, 반대파 제압 등 모든 면에서 전혀 준비가 없었다.

특히 신당이 될 뻔하면 어김없이 ‘누구누구는 찍어내야 한다’ ‘누구누구는 함께 갈 수 없다’ 등과 같은 ‘말실수’가 터져나왔다. 이강철 대구시지부장 내정자의 ‘신당 동승 불가’ 5인방, 15인방 언급은 결과적으로 구주류를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신기남 의원은 “선혈이 낭자하더라도 신·구주류간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고까지 했다. 신주류측의 신당 작업을 권력선점으로 시인하고 나선 것이다.

더구나 노대통령은 당정(黨政)분리라는 이유로 신당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뚜렷한 리더도 없고 대통령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집권당이 만들어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노대통령의 지지도마저 떨어지자 구주류의 저항이 힘을 얻게 됐다. 여기에 특검 등을 둘러싸고 호남 민심이 이상기류를 보이면서 신·구주류는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장기전을 이어가고 있다.

통합신당과 리모델링은 ‘이웃사촌간’

신주류는 이제 모두가 함께 가는 통합신당을 깃발로 “끝까지 당을 고집한다면 버리고 갈 수밖에 없다”고 구주류측에 항복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구주류측은 이에 맞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당의 리모델링이다. 갈 테면 가보라”며 결사 항전하는 양상이다.

신주류측이 신당추진기구를 독자적으로 발족해 신당의 틀을 잡으려 하자, 구주류측은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키는 모임, 약칭 ‘정통모임’을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 신주류측이 신당추진의 당위성을 알리는 국민토론회를 벌이면, 구주류측은 즉각 민주당 사수 토론회로 응수하고 있다.

그런데 양측이 내세우고 있는 통합신당론과 리모델링론에 대해 그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양측에 소속된 의원조차 그 차이점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이는 별로 없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당내외의 각계 정파와 세력을 아우르는’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기반에서 많은 수의 인사를 영입하는’ 리모델링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어찌 보면 통합신당과 리모델링은 정대철 대표의 표현대로 ‘이웃사촌간’처럼 백지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

이는 아무리 겉모양을 포장해봐야 신당에 대한 입장 차이가 궁극적으로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정계개편을 하고 싶은, 당내 주역이 되고 싶은 속내가 깔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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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수진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 sj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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