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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대북비밀송금 수사한 송두환 특검

“돈세탁 솜씨 뛰어나 150억 종착역 못 밝혔다”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대북비밀송금 수사한 송두환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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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성 규정을 놓고 벌어졌던 특검팀 내의 논란에 관해서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대가라는 뜻을 한 가지로 풀이해놓았지만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해석해, 대화가 왠지 약간 겉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호간에 서로 일정 정도 연관성이 있으면 그것은 대가라고 해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사고 팔았다는 의미로 대북 송금의 대가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상호 연관성의 정도를 넘어 부정적인 뜻이 내포돼 있습니다. 말하자면 중립적인 개념이 아닌 것입니다. 수사결과 ‘대가였다’ 또는 ‘대가가 아니었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연관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 바로 대가라는 뜻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정상회담을 사고 팔았다고 분개하는 쪽에서 말하는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대가라는 용어가 다소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봐서 수사결과 발표에서 대가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피했던 것이지요.”

-정책적 차원의 대북 지원금 1억달러를 구분해 발표하지 말자는 논의가 수사팀 안에서 있었다면서요.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과 대북송금이 어떠한 배경과 동기에서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도 이 공소사실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법원에서 총체적인 평가와 양형을 하자면 대출과 송금에 관여한 사람들이 어떤 인식을 갖고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1억달러의 성격에 대해서는 공소장에 넣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수사기록을 통해 파악하면 족할 테니까요.

정부 부담 몫이 1억달러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거나 분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부 부담 몫이 5억달러라고 판단했던 사람들은 1억달러 정도로 밝혀졌다며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본래 수사한 대로 발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억달러 부분, 공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요일 오후의 특검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무더웠다. 송특검은 담배갑을 꺼내 필자에게 권했다. 필자가 “안 핍니다”고 사양하자 그는 “저는 좀 피겠습니다”라며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가 몸에는 해롭지만 기억을 떠올리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효과가 있으리라.

“우리가 수사기록을 법원에 재판 증거자료로 제출하게 되면 피고인 또는 변호인들은 열람 등사(복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결국 법정에서 공개하게 돼 있습니다. 비밀로 분류해 30∼40년 후에나 공개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봤지만 실제로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한시적 기구인 특검이 수사기록을 영구히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법원이 열람 복사를 제한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1억달러, 4억달러 같은 부분이 공개되는 것을 피할 수 없지요. 결국은 시간 문제입니다. 다만 북쪽에서 관여했던 인물들의 실명 표기, 예금계좌의 번호, 예금주 명칭 같은 것은 수사기록에서 기술적으로 처리해 일반에게 공개 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열람 복사를 적절히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법원에 건의했습니다.

1억달러가 정상회담을 사고 팔았다는 의미가 아니고 정책적 차원에서 대북 지원금이라는 뜻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국민의 통일관이나 남북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그 정도는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내용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남북관계가 한 단계 진전되리라는 생각에서 발표를 한 것입니다.”

-법원에 실제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열람 복사를 제한해달라고 요청한 부분이 있습니까. 부담이 된다면 내용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부 수사기록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인들의 열람과 복사를 적절히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는 뜻을 재판부에 전달했습니다.”

-북쪽에 관계된 내용이겠군요.

“이 사건 전체가 다 북쪽하고 관련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공표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대단한 내용이 있는 것처럼 오해할까봐 하는 얘기인데, 그렇게 엄청나고 충격적인 내용은 아닙니다. 법원이 피고인과 변호인의 열람 복사를 제한할 근거가 별로 없습니다. 우리의 희망일 뿐 법원에서 실제로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 전 사장이 산업은행 대출금에 대해 현대가 갚을 돈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하면서 대북송금이 알려졌는데요. 1억달러 부분은 특별검사의 수사결과 정책지원금으로 결론이 났으니 현대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 돌려받을 수 있겠군요.

“그 부분에 관해서는 내가 ‘받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닐 것 같다’ 이런 의견을 얘기하면 안 되지요. 현대가 그런 소송을 낼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법원에서 판단할 사안입니다.”

-정몽헌(鄭夢憲) 현대 아산 이사회 회장을 통해 북한에 특검수사가 남북관계를 훼손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보도가 있던데요. 메시지를 보낸 형식과 경위가 궁급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전에 내가 다짐을 받아둘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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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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