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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과 복권, 극과 극의 기로에 선 도암댐

“도암댐이 동강을 죽이고 있다.”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사형과 복권, 극과 극의 기로에 선 도암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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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수해 이후 한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도암댐은 8월31일 오후 1시경 초당 100t의 물을 내려보내다가 오후 9시경에는 450t, 그리고 다음날 새벽 2시경엔 600t을 내려보냈다. 처음에는 댐으로 유입되는 물보다 적게 내보냈지만, 점차 수위가 차오르자 새벽 2시경부터는 댐으로 들어오는 물보다 많은 물을 방류하게 됐다. 또한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는 방류량을 급격하게 늘려 하류 지역의 피해가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선수해대책위원회 이상규 위원장은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내보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중에 조사해보니까 한수원이 댐 하류 대기리 주민들에게는 ‘오후 6시쯤 수문을 여니까 대피하라’고 집집마다 전화를 했답니다. 오후 7시에는 정선 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초당 300t을 방류하겠다”고 통보했대요. 하지만 곧 전화도 끊기고 전기도 끊겼으니 주민들은 ‘비도 안 오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하며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어요. 10시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해서 새벽 1∼3시 사이에 마을은 완전히 쑥대밭이 됐습니다. 한수원이 내놓은 자료, 그거 믿을 수가 없어요. 전기도 끊겼는데 어떻게 컴퓨터가 기록을 했겠습니까?”(이러한 주민들의 ‘의심’에 대해 한수원은 “비상전원이 가동됐기 때문에 발전소는 정전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바탕 ‘물귀신’이 도암댐 하류를 휩쓸고 지나간 후에도 도암댐의 악령은 물러가지 않았다. 2∼3일 만에 다른 지천들이 내놓는 물은 맑아진 반면, 도암댐이 뱉어내는 물은 여전히 흙탕물이었던 것. 한수원이 지난해 10월17일 방류를 중단할 때까지 도암댐은 계속해서 흙탕물을 동강 쪽으로 뱉어냈다. 게다가 수해복구 공사가 시작되면서 공사 현장에서 쏟아내는 흙더미까지 강에 유입되고 있어 강바닥에 쌓인 뿌연 흙들의 본디 주인이 도암댐인지, 공사 현장인지 알 수 없게 됐다.

“댐을 해체하라!”



도암댐이 가둬둔 물을 원래 설계대로 동해 쪽이 아니라 동강 쪽으로 방류하게 된 데는 긴 사연이 있다. 강릉수력발전소에서 발전한 후 방류된 물이 강릉시를 관통하는 남대천을 통해 동해로 들어가는데, 이 방류수가 남대천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민원이 지난 1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것.

강릉시나 강릉수력발전소, 지역 대학 및 연구소에서 남대천 수질을 여러 차례 조사해도 논쟁만 있을 뿐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자 1999년에는 강릉 경실련을 비롯한 78개 시민단체들이 모여 ‘남대천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강릉남대천살리기 범시민운동본부’는 강릉수력발전소의 발전 방류수 방류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내기도 했다.

강릉 시민들이, 도암댐이 남대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발전 후 남대천으로 내려오는 유량이 불규칙하다. 둘째, 방류수의 수온이 남대천보다 낮다. 셋째, 1∼2등급이던 수질이 댐 건설 후 3∼4등급으로 악화됐다. 넷째,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총 질소(T-N), 총 인(T-P) 등 오염부하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결국 남대천 생태계가 파괴됐다는 게 강릉 시민들의 주장이었다.

강릉 시민들의 이러한 반발에 부닥쳐 강릉수력발전소는 2001년 3월 발전을 중단했다. 당시 한국전력에서 분사한 한수원이 도암댐을 인수하면서 “민원을 해결할 때까지 전력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 발전을 중단하면서 도암호에 갇힌 물은 남대천 대신 동강 쪽으로 흘러나가게 됐다.

이후 한수원과 강릉시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도암댐 수질 개선과 남대천 피해에 대한 보상이 이 협상 테이블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 관건이었다. 그리고 9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지난해 7월 합의서를 도출했다. 중립적인 연구기관 용역 결과에 따라 도암댐 수질 개선, 남대천 생태 개선, 남대천 피해보상 방안 등을 마련할 것 등이 합의서의 골자다.

그러나 지난해 8월31일 태풍 루사가 강원도를 강타하면서 이 합의서는 종잇조각으로 전락했다. 도암댐이 수해를 키웠다는 여론에 부딪치자 강릉시가 합의서 서명을 거부한 것. 이에 대해 발전 재개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한수원은 “강릉시가 주민 여론에 밀려 합의안을 거부했다”며 강릉시를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영월과 정선, 평창 등에서 도암댐 해체를 위한 주민단체가 속속 결성됐다. 급기야 9월13일에는 강릉과 영월, 정선, 평창 등 4개 시군이 연합해 ‘도암댐해체추진위원회’(위원장·김남훈)를 구성했다. 영월에서는 군 의회와 20여 개 사회단체가 성명을 내 도암댐 철거와 수해보상을 요구했고, 영월과 정선, 강릉 주민들은 11월14일부터 17일까지 도암댐 해체를 요구하는 시민궐기대회를 차례로 열었다.

도암댐 해체냐 발전 재개냐를 놓고 지역 사회와 한수원의 대립이 격화하자 강원도는 지난해 11월 댐현안대책자문단을 꾸렸다. 그리고 지난 5월1일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전용 댐으로서 도암댐은 폐쇄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강원도는 현재 댐에 가둬놓은 물을 모두 방류해 댐의 발전기능을 폐쇄하고, 필요할 때마다 물을 댐에 가둬 홍수 조절용으로 사용하자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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