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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사회갈등 대폭발

난마처럼 얽힌 갈등의 현장

머리띠 동여맨 대한민국, 기대수준 안 낮추면 막나간다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난마처럼 얽힌 갈등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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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9일 오전 10시 김포신도시 반대 투쟁위원회(위원장 이중택)의 ‘김포신도시 반대 궐기대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 장맛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5t 화물차 적재함에 설치된 단상 주변엔 김포신도시 계획 철회를 주장하는 글귀가 쓰인 붉고 노란 현수막과 태극기가 수없이 내걸려 울긋불긋했다. 단상에선 정부의 신도시 개발계획에 대한 투쟁위원회 간부의 성토가 한창이었다. 단상과 마주한 여의도공원 내에선 김포신도시 예정지구인 김포시 운양동, 장기동, 양촌면 주민들이 “신도시 반대” 구호를 목청껏 외쳐댔다.

이들의 주장은 수도권 주택난 해소와 서울 강남지역 집값 안정을 위해 5월9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파주·김포신도시 건설계획과 관련, 현 시가의 25% 수준인 공시지가로 토지보상을 산정함으로써 생존권과 재산권 침탈이 우려되므로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는 것.

이날 집회의 참가인원은 1300여 명(주최측 추산). 주민들이 집단상경을 위해 빌린 전세버스도 34대에 달했다. ‘25% 결사반대’라고 적힌 머리띠와 어깨띠를 일제히 두른 주민들의 모습은 매우 일사불란해 보였다.

11시50분쯤 집회를 마친 김포시 주민들은 도시락으로 점심끼니를 때운 뒤 버스를 나눠타고 과천 정부종합청사로 향했다. 이들이 해산한 시각은 건교부 담당국장과 면담한 후인 오후 4시경. 투쟁위원회의 한 간부는 “향후 건교부의 조치가 우리의 요구조건보다 미흡할 경우 다시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집회·시위, 서울서만 日평균 200여건



사회갈등이 폭주하고 있다.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참여정부 들어 국민들의 각종 집회·시위 참가 빈도는 이전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홈페이지의 ‘알림판.’ 여기에 나타난 ‘오늘의 집회·시위’ 표는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시사한다. 7월10일에만 해도 250여 개의 일정이 빽빽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주최 한·칠레 FTA 국회비준 저지 전국농민대회 오후 5시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집회신고 인원 2만명), 통일연대 주최 6·15공동선언 훼손 새 특검 강행 한나라당 규탄집회 오전 11시30분 여의도 국민은행 앞 인도(300명), 암사정수사업소 민간위탁 저지 시민공동대책위원회 주최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규탄집회 오후 1시 상수도사업본부 정문 우측 앞 인도(50명)….

거의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런 유형의 집회·시위는 서울시내에서만 하루 100∼300여 개에 이른다. 며칠 혹은 몇 달간 계속되는 장기 집회·시위도 적지 않지만, 대다수는 매일 ‘업데이트(update)’되는 새로운 것들이다.

통상 집회·시위 일정은 경찰청 정보과에서 사회·경제·노정·학원·재야·문화 등 각 분야별로 나눠 집계하는데, 아무래도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 및 노정 분야의 집회·시위가 날마다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문화분야의 경우 신고된 집회의 상당수는 각종 홍보성 캠페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과의 한 직원은 “예년에 비해 집회·시위 관련 업무량이 배나 늘었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집회참가인원이 부쩍 늘어난 게 두드러진 특징”이라 귀띔한다.

사정이 이러니 일반 시민들이 생활주변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개인적·국지적 갈등들도 곳곳에 널려 있다. 서울 여의도 LG빌딩과 대각선으로 마주한 마포대교 남단 한귀퉁이. ‘서울대 상대 나온 놈이 그것도 모르냐?’는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 5∼6개가 나붙어 있다. LG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하다 소위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모씨가 6월18일부터 내년 12월31일까지 영등포경찰서에 신고해놓은 ‘LG그룹 직장 왕따 근절 및 정도경영 촉구’ 집회다.

이는 물론 단적인 사례이지만 갈등은 개인적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여론조사는 한국사회의 갈등이 이미 극한으로 치닫고 있음을 방증한다. 청와대 정책실 사회통합기획단이 빈곤율, 실업률, 소득배율, 부패지수,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보장 지출비율 등 5가지 지표에 값을 매겨 하나의 개념으로 재구성한 사회통합성 지표를 개발, 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지표 산출이 가능한 20개국을 놓고 비교해본 결과 한국은 최하위권인 18위에 머물렀다(6월20일 발표).

갈등이 또 다른 갈등을 부르는 사례도 빈발한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의 공공부문노조 총파업 출정식이 열린 6월19일. 이날 낮 12시 서울역 광장에선 2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가 최저임금 70만600원(월급기준·현행 월 51만원)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특이한 건 이 집회가 전혀 예기치 못한, 서울역 노숙자들의 방해를 받았다는 점. 이날 일부 노숙자들이 소위 ‘3D업종’에 종사하는 저임금 노동자 30여명이 집회를 갖는 1시간여 동안 집회 참가자들 앞에 드러눕거나 구르고, 사회자의 마이크에 대고 “시끄럽다”고 외치는 등 ‘상대적 박탈감(?)’을 드러낸 것. 급기야 경찰이 출동해 노숙자들을 끌어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단순히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는 일화다. 이 광경을 지켜본 시민 김유석(25·한림대 언론학과 3년)씨는 “최저임금은커녕 최저주거와 사회적 발언권마저 못 가진 노숙자들이 자신들과 큰 차이가 없는 처지의 노동자들이 갖는 집회에 거부감을 갖는 것을 보고 또 하나의 갈등이 빚어진 것 아닌가 싶어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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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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