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내전의 특징은 풍부한 지하자원 이권을 둘러싼 무장집단 또는 부족 사이의 갈등이라는 점. 만성적인 콩고 내전이나 앙골라 내전, 수단 내전 등이 그러하다. 냉전시대에 아프리카 내전은 미국과 소련의 세계지배 전략과 맞물려 증폭됐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앙골라 내전이다. 소련과 쿠바의 지원을 받았던 집권당 앙골라인민해방전선(MPLA) 대 미국의 지원을 받은 반군 앙골라 완전독립민족연합(UNITA) 사이의 유혈투쟁이 35년 넘게 계속된 내전으로 앙골라에선 50만명 이상이 숨졌고 인구의 3분의 1인 4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소련이 붕괴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은 이용가치가 없어진 앙골라에서 손을 뗐고 앙골라에는 35년 만에 평화의 빛이 찾아들고 있다.
서아프리카도 내전에 시달려온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10년 동안 내전을 치러온 시에라리온과 기니, 라이베리아, 지난해 9월 쿠데타로 내전이 벌어진 코트 디부아르 등이 그러하다. 특히 라이베리아는 현재 수도 먼로비아를 둘러싼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1980년대 말 당시 도우 대통령 정부가 반군에 무너진 후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20여 만명의 희생자를 낸 내전은 1997년 군벌들이 선거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후 찰스 테일러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테일러 대통령의 독재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1999년 내전상태로 되돌아갔다. 라이베리아는 이웃 시에라리온 내전과 깊이 연결돼 있다. 테일러는 시에라리온 반군 혁명연합전선(RUF)으로부터 다이아몬드를 사들이고 그 대신 무기를 대준 혐의로 지난 6월 유엔이 후원하는 시에라리온 전쟁범죄 재판법정에서 ‘전쟁범죄자’로 기소됐다. 현재 테일러는 반군의 공세로 실각 위기에 몰려 있다.
20만명 사망, 2000여 명 손목 절단
인구 500만명인 서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시에라리온은 10년에 걸친 내전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코소보 난민의 2배가 넘는 200만명이 피란을 갔고 20만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진다. 시에라리온 현지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찌들고 메말라 있었다. 특히 손목 절단이라는 반란군의 무자비한 테러전술은 악명을 얻은 지 오래다. 도끼나 칼로 잘린 두 손목을 붕대로 친친 감고 있는 부상자들이 바로 시에라리온 내전의 희생자들이다. 내전 중 약 2000여 명이 손목을 잘린 것으로 추산된다. 농경사회인 아프리카에서 손목을 잘린 것은 생존수단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고 이는 곧 죽음을 뜻한다. 시에라리온의 실업률은 70∼80%에 이른다. 손발이 멀쩡한 정상인조차 일자리를 얻기 힘든 형편이니, 손목 없는 장애인의 취업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들은 외국 자선기관들이 보내주는 원조식량으로 겨우 굶주림을 면하고 있을 따름이다.
시에라리온 내전은 크게 3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1단계는 1991년 포데이 산코를 지도자로 한 혁명연합전선(RUF)이 조지프 사이두 모모(J.S. Momoh) 정권에 반기를 들면서 비롯됐다. 모모 대통령과 측근들이 부패해 있었고 4만명에 이르는 레바논 정착민과 소수의 세네갈인들이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과 무역, 상업 등 시에라리온 경제의 70∼80%를 쥐고 있다는 점 등이 산코가 일으킨 반란의 명분이었다.
1단계 내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려는 싸움으로 전개됐다. 지하자원은 곧 전쟁자금의 주요 공급원이다. RUF의 포데이 산코는 시에라리온 동부의 다이아몬드 광산들을 장악, 이를 자금원으로 무기를 사들여 세력을 넓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