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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 스타 열전 ⑫

21세기 한국 록음악의 최전방 윤도현 밴드

바람처럼 신나게, 때로는 더없이 의미심장하게

  • 글: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www.izm.co.kr

21세기 한국 록음악의 최전방 윤도현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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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직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 한국 가요계의 ‘황폐화 시기’나 다름없던 1990년대 후반을 보내고 숨가쁘게 맞이한 21세기 초반에, 온국민의 영웅으로 떠오른 대중음악 스타가 록음악 진영에서 배출되리라고는.
  • 2002년 붉은 악마 열풍과 함께 바람처럼 중원을 점령해버린 윤도현의 성공은 그래서 충격적이었고, 그만큼 고무적이었다.
21세기 한국 록음악의 최전방 윤도현 밴드
지난해 6월 전국이 월드컵의 함성에 빠져들어 아무도 음악을 얘기하지 않을 때, 가요계는 불황의 골이 깊어진 맥빠진 와중에서도 한 명의 굵직한 스타를 배출한다. 그는 록밴드를 이끌며 젊은이들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던 윤도현이란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가 월드컵 기간 중 목청껏 질러댄 ‘오 필승 코리아’가 TV 광고를 통해 하루 종일 전국에 메아리치면서 그는 청춘의 가수를 넘어 단숨에 ‘할머니에서 어린이까지’ 이름을 아는 국민적 스타로 급부상했다. 너나할것없이 ‘오 필승 코리아’를 열창함에 따라 그 광고음악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알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도 윤도현 이름 석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 그는 월드컵을 전후로 서너 개의 CF에 겹치기로 출연하면서 광고모델 시장의 신성(新星)으로 떠올랐고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두 시의 데이트’ 진행자로도 두각을 나타냈으며 이후에는 TV 프로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맡아 천정부지의 인기를 과시했다. 본인 스스로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당황했을 정도의 유례없는 독무대였다.

실제로 그 시점에는 온 세상에 가수라곤 윤도현밖에 보이지 않았다. 도무지 음반이 팔리지 않는 데다 일반의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 쏠리는 바람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던 가요계는 갑작스런 ‘윤도현 천하’에 부러움과 시기가 묘하게 섞인 시선을 보냈다. KBS TV 박해선 책임프로듀서는 “어떤 과정이었건 간에 윤도현은 뉴 밀레니엄 최초의 가요 스타가 됐다”며 그를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나이’로 일컬었다.

윤도현의 윤밴, 윤밴의 윤도현



그의 위상은 가요 서클에만 머물지 않았다. 월드컵에 바로 이어 열린 9월 평양공연을 비롯하여 연말 대통령선거와 촛불시위 등 정치적 의미의 행사들에 자진 등장,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톱 가수를 넘어선 ‘청춘의 아이콘’으로도 그 존재가 두드러졌다. 젊다는 점에서, 또 최고 인기 스타라는 점에서 그의 파괴력은 만만찮았다.

행동주의의 전통이 일천한 한국 음악계 풍토에서, 활동의 자유를 제약받는 스타인 그가, 현실참여적인 자세를 적극적으로 드러내 많은 젊은이들을 움직인 것이다. 윤도현은 그리하여 가요계에 대한 파워는 물론 사회적 파괴력도 동시에 발휘한 드문 사례로 평가받았다.

한차례 거대한 태풍이 지나간 뒤의 고요함처럼 이제는 그도 여유로운 시간을 찾았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윤도현은 새 앨범작업으로 정신이 없었다. 마주앉은 얼굴에는 고단한 기색이 완연했다.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녹음작업의 속성상 처음에 그는 인터뷰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윤도현 개인이 아닌 윤도현 밴드의 인터뷰로 해달라”는 전제조건을 단 뒤 “전 할 것은 합니다!”라며 예의 씩씩한 어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자리에는 박태희(베이스) 김진원(드럼) 허준(기타) 등 윤도현 밴드 멤버 전원이 참석했다. 윤도현은 개인이 부각되는 것을 피하려는 듯 밴드 이야기를 많이 꺼냈으며 ‘윤밴’이란 말이 입에 붙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윤밴 멤버들은 주로 간판인물인 윤도현에 관해 언급하는 보기 좋은 배려(?)를 아끼지 않아 인터뷰 자리는 내내 화기애애했다. 멤버들은 “윤도현의 ‘피곤지수’에 맞춰 우리들도 움직인다. 너무 힘들어 해서 옆에서 보기가 안쓰럽다”며 ‘리더 보호’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먼저 얼마 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세계 평화 음악상을 수상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평화 메시지 전달에 노력한 공로로 받은 것으로 아는데요, 수상 턱은 많이 냈는지요?

“감사하기는 한데요, 수상 턱을 내고말고 할 상은 아니었어요. 단지 영예로운 상일 뿐이었지요. (갑자기 밴드 멤버들에게) 참, 트로피 어디 있지? (원래 트로피가 없는 상이었다고 하자 한바탕 웃고 나서) 그냥 우리가 상을 받고 노래한 것으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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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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