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호

묶인 개가 짖을 때

  • 입력2003-07-30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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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묶인 개가 짖을 때
    묶인 개가 짖는 것은 외롭기 때문이다

    그대, 은현리*를 지날 때

    컹! 컹! 컹! 묶인 개가 짖는다면

    움찔거리지도, 두려워 물러서지도 마라

    묶여서 짖는 개를 바라보아라, 개는



    그대 발자국 소리가 반가워 짖는 것이다

    목줄에 묶여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세상의 작은 인기척에도

    얼마나 뜨거워지는지 모른다

    그 소리가 구원의 손길 같아서

    깜깜한 우물 끝으로 내려오는 두레박줄 같아서

    온몸으로 자신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묶인 개가 짖는 것이다

    젊은 한때 나도 묶여 산 적이 있다

    그 때 뚜벅뚜벅 찾아오는 구둣발 소리에

    내가 질렀던 고함들은 적의가 아니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불빛 같은 신호였다

    컹! 컹! 컹! 묶인 개가 짖는다면

    쓸쓸하여 굳어버린 그 눈을 바라보아라

    묶인 개의 눈알에 비치는

    깊고 깜깜한 세상을 보아라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 필자가 사는 산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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